실쭉

일상 2009. 7. 15. 04:09

아직 잠 못 자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미 앤 유 앤 에브리엔' 영화를 보고는,
티어 라이너의 노래를 들으며

내 영화를 생각한다.
내 시나리오의 주인공들은 이제 나를 훨훨 떠나야 하는데,
먼 데 먼 데 날아 갔으면 좋겠다.
내가 씨앗 날렸으니 어디 좋은 땅에 콕 박혀서 쑥쑥 잘 컸으면.
그런 게 바로 이야기인 것 같다.

+
흑흑.
아니다 아니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인데.
여기저기 재료 얻어다가 잘 주물럭 거려서 이야기를 실제 현실에서 드러내는 게
영화 작업의 진짜 시작이니까.  
이건 진짜 싸움이다
머릿속에만 있는 것을 진짜 만들어야 하는 거니까.
그냥 머릿속 이미지가 뽁 하고 튀어 나왔으면 좋겠다.

+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까마득하다. 
하지만 일 년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동안 나 좀 많이 늙은 것 같다 
'갑자기 영화가 좋다. 그럼 언젠가 영화 만들 날도 있지 않을까? 아직 살 날이 많으니까 말이야.'
그랬을 뿐인데
그 어떤 다른 가능성보다 먼저 찾아오다니.
'잘 만나서' 여기까지 온 거다.

+
창조라는 게 재밌기도 하지만, '이게 꼭 경험해야 하는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 법이다.

나 그 동안
하기 싫은 건 안 하며 사는 게 좋은 거야, 라고 삐대었지만
하기 싫은 것들 못 하는 것들 하는 게 또 내 건강에는 어찌나 좋은 일이기도 하다는 걸.
고개 돌리며 모른 척 했던 내 성격과 부단히도 계속 마주해야 했다는 걸.

어찌보면
영화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영화로 배운 것을 생각하면. 

작년부터, 이것만은 하자 싶었던 건

"가방 가볍게 다니기"
"친구와 싸울 수 있기"
"찜찜한 일 그냥 피하지 말고 확실히 해결하기"

마치 초딩이 흰 종이에 방학 계획 적은 것 같지만 결국 중요한 건 요론 거니까.


하지만 
변하는 건
옴팡지게 어렵다.
 

+
어쨌든 영화,

"난 지금 날 치유하겠다고 이걸 만드는 건가, 날 위로하겠다고 만들고 있구나" 라며
휘갈겨 쓴 내 일기장을 보며
실쭉 웃음이 난다.
다 그런 거지, 뭐.

자야겠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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