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일상 2010. 3. 15. 00:51


 건물에서 막 빠져나가 골목길로 접어 들어서였다. 따뜻하고 혼탁한 실내에서 차갑고 맑은 실외로, 그러니까 비가 온 뒤 그 깨끗한 바깥,으로 막 나섰기 때문이었다. 미리 피하거나 서둘러 도망갈 수 없었던 이유 말이다. 온 구멍으로 공기는 마셔야겠고 마음은 발을 따라가느라 아직 사물을 인식할 만한 상태는 아니었던 그 때, 어둑한 골목길을 빠르게 내려가던 나는, 순간 내 오른쪽 바짓단이 파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눈이 찰나에 본 것은 둥글게 말린 검은 물건, 그래 물건이라고 하겠다 알기 전에 그것은 물건, 그것이 내지른 소리가 내 바지에 부딪쳐 만든 그 파동을, 그 파동이 옷을 뚫고 내 몸에 닿았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던 내 종아리. 그 소스라침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차가운 바람에 살트듯 쩍쩍 감각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발은 더 이상 걷지 않았고, 발이 멈추고서야 바로 뒤 저기에서 고양이가 오래 울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야 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아니다, 울음소리라고 하진 않겠다. 그래 어떤 소리. 그 고양이에게서 나는 소리. 내 뒤편에서 나던 그 소리는, 허공 여기저기를 부딪쳤다 튕겨 나가고 긁기도 하며 찢어냈으며. 눈으로 보이는 것들은 모두 삼켜먹을 듯했다. 너무나 인간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소름끼치도록 무섭다고밖에 할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래 듣고 있다간 입이 돌아가고 눈이 뒤집히고 손가락과발가락이 굽을 것 같은 요상한 소리.
하지만 나는 지금 돌아보지도 않고 내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그 검은 물건을 고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마 그 둥근 물건은 곧, 도르르 몸을 풀어 어느 구석으로 잽싸게 뛰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그것은분명고양이었을텐데. 나는 여전히 그것을 고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고양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그저 그대로 소리일 뿐일지도.
머리털 구멍까지 숨닫고 있던 짧은 순간, 겨우 숨통 열리자 몸을 뒤로 틀지만 보이지 않는다. 반응한 심장 여전히 쿵쿵 거리고 겨우 뗀 발 몇 걸음 나아가자, 얼마 되지 않은 앞에 시커먼 그림자로서의 사람 서 있다. 나와 같은 소리를 들었겠지. 그 사람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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