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일상 2010. 3. 17. 02:46
1.

어떤 단편 영화를 보았다
운전하는 장면이 계속 계속 나왔다
여지껏 생각 없었다,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그런데 문득 운전 면허를 따볼까 생각했다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보는 세계는 다를거란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도로 말이다
그 치열한 세계를 말이다

나는 무서워서 지레 겁먹고 피했는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엄마가 운전하는 차의 운전석 옆 좌석에 앉아 있으면서
아침마다 느꼈던 그 공포를 기억한다
버스같은 큰 차가 끼어들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랐던 그 기억말이다
그 속도의 세계를 말이다
도로의 질서
달리고 끼어들고 달리고 기다리고
운전자로서 익숙해지기 전까지의 그 느낌
비록 운전에 익숙헤 졌을지라도 운전자만이 갖고 있을 그 체감
체감! 말이다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 했다

마음편히 대중교통만 이용했으니까 말이다

이건 단지 환경오염의 문제가 아니다
일년 전만 해도 내가 걱정반 핑계반 무면허자로서 내세웠던 그 논리가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차를 타고 도로 위에 나서면
체감하는 그 도로의 속도가 어떨까 하는
앞선 짜릿함과 두려움이
지레 나를 매혹시킨다




2.

한강 소설을 샀다 오랜만에 책샀다
바람이 분다, 가라.
그 말에 철렁해서 샀다
가고 싶다 정말 가고 싶다
어딘가로 가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가다' 행위를 하고 싶다 
그제는 이 마음에 취해 어디론가 가고 싶어
마음 울먹거려서
그래서 아무것도 못할까봐 조마거려서
한숨한숨 아랫배부터 차곡이 쌓았다

나도 참, 왜 이렇게 압박에 강박에, 쫓기며 좇으며 사는지 모르겠다


3.
이 소설 반을 읽었다
가장 남는 문장은,

"토끼처럼 넓적한 흰 떡니를 드러내며 인주는 웃었다"

이런 것이다.
그토록 내가 좋아하던 이가
떡니, 라는 것을.
떡니,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알았다.
떡니를 가진 내 후배가 이 교정을 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자극하는 문장은,


한번도 종교를 가져본 적 없지만,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기도해본 적은 있습니다.
가장 많이, 간절하게 기도한 내용은 죽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도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정말 존재했다면 난 이미 여러번 죽었을 겁니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건, 그때마다 내가 그만큼 더 강하게 살아 있길 택했다는 걸
뜻합니다.
이건 말장난이 아닙니다.




4.
손발이 부었다
뇌가 저리다
술 탓이다

술 덕이다







술 때문이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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