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노력.

일상 2010. 5. 27. 01:18

나는 홍상수가 만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에게 배움을 구하고 싶었다. 홍상수는 싸우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 모두에서이다. 하나는 시장 안에서 자기의 영화를 지키기 위해 자기만의 스탭을 이끌고 배우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만들고 또 만들고 있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하나의 싸움이 또 있다. 그것이 내 관심이다. 홍상수는 한국영화에서 그 누구도 하지 않는 방법을 동원해서 영화와 세계 사이에서 싸우고 있다. 진정한 싸움. 그는 전례없이 정직한 영화라는 개념을 동원하고 있다. 반복하고 싶은 말. 정직한 영화.
속임수가 없는 영화적 기호들. 편집실에 와서 구할 수 없는 영화. 진실을 구한다면서 대부분의 영화들은 눈이 멀고 귀가 멀도록 뜯어고치고 덧붙이고 빼낸다. 단 한마디로 거절. 홍상수는 그냥 그걸 찍는 순간 결정을 내린다. 그런 다음은 속수무책이다.
세상의 신경조직이 어떻게 영화를 건드렸는지를 고스란히 담으려는 노력. 그때 영화는 세상이라는 줄거리가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사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본다.
홍상수의 유일한 관심. 말 그대로 세상이 영화에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현장에서의 촬영조건과의 싸움. 포기된 전략들. 영화를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안다. 이건 미친 짓이다. 홍상수는 기꺼이 미친 짓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영화의 비겁한 포기 앞에서, 교홀한 타협의 만연 속에서,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해버린 상투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홍상수는 결단을 내린다. 가혹하리만큼 위험한 길. 그때 홍상수의 순간은 세상과 영화 사이의 투쟁이 기록되는 장소이다. 말하자면 시네마틱 센스의 감흥. 바람과 표정만으로도 여기 세상이 담긴다. 알고 있는 것을 버리고 그것을 감각에 내맡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그 모든 노력의 결과. 그것이 <하하하>의 위대한 진실이다.


씨네21_ <홍상수-정성일 대답>/정성일


  감각에 내맡기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안타까운 진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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