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김인권, 유용주

인용 2008. 2. 25. 01:13


나른한
아득한 봄날
우리는 양지바른 곳을 골라 그를 심었다
언젠가 우리가 1층이나 2층 슬라브에서
아님 고층아파트 옥탑 아슬아슬
생의 곡예를
땀의 묘기를 보여주고 있을 때
그 다시 진달래로
그 다시 개나리로
그 다시 민들레로
피어나길 간절히 바라면서
뜨뜻미지근 우리들 일그러진 막노동 생애를
소주처럼 털어넣었다
그는 우리들에게 못 박는 법을 알려주었지
거푸집을 구축하는 법
철삿줄을 알맞게 조이는 법
수평과 수직을 정확하게 보는 법
해체작업을 쉽게 하는 법
무엇보다 사람 좋아하고 사랑하는 법
평생을 막노동판에서 일하다 결국
그 무대에서 쓰러진 행복 불행한 사람,
나른한 아득한 봄날
추운 겨울 파카 속 우는 듯한 사진을
우리들의 마음 깊이 다시 한 번 비벼 넣으며
해미 홍천리 고향 뒷산에
다독다독 그를 심었다
해마다 씀바귀로
해마다 냉이 달래
해마다 다북쑥으로 다시 돋아나라고
그의 딱딱한 흙가슴을 열고
맑은 소주 한 잔을
고루고루 뿌려주었다


-유용주 '스승 김인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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