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9일

일상 2010. 7. 19. 13:37

출근 시간도 지난 월요일의 어정쩡한 오전. 나는 숙대입구역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시야가 보일 때쯤에야 거지 할배가 거의 내 앞에 다다라 있는 걸 보았다. 응? 피할 새도 없이 그는 뭐라고 욕을 하더니 다짜고짜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 내 귓전에 들렸고 아, 방어좀해야겠는데, 싶은 순간 뒤에서 어떤 남자가 꽥 소리를 질러서 나를 구해주었다. 나와 비슷하게 빠마 풀린 단발머리에, 얼기설기한 이. 그 사이로 흘러나온 욕지거리들. 한 대 맞을 때 풍기던 시큼한 묵은 때의 냄새. 나는 때리더니 남자가 소리지르자 찍 소리 못 하는 그 거지 할배가 좀 미워졌고, 차라리 제 정신 아니면 몰라 왠지 제 정신인 건 같아 속상해진 기분에, 다시 가던 방향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혼자 한참 히죽거리며 걸었다. 밝은 오전에 멍 때리고 다니다가 낯 모르는 사람에게 느닷없이 맞는 상황. 코미디 같아 계속 웃음이 났다. 할배, 할배 욕 못 알아 들은 건 아쉽네. 소리나게 맞았는데 아프진 않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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