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날파리

일상 2010. 10. 26. 00:20

  홍시를 먹은 다음 날이면 껍질 주위에 날파리들이 오글거렸다. 어떻게 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날아 왔을까 아무래도 당연한 일은 아닐 거라고, 날파리를 한마리씩 죽미며 궁금해했다. 그냥, 홍시에서 태어나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홍시-날파리. 이런 거 말이다. 포도-날파리, 이런 거 말이다. (새삼, 마치 처음 날파리를 본 것처럼, 이제야, 그 존재가 눈에 띄었다) 느닷없이 날파리에 사로잡혀선 홍시에서 날파리가 만들어지는 상상을 하며 재밌어 했다. 사로잡힌 이 기분 만으로도 여기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란 예감도 들었다. 날파리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굴려가다보면 뭔가 재밌는 게 나올지 않을까,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혼자 즐거워했다. 날파리를 알고 싶었다. 생물을 전공하는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날파리에 관한 뭐 재밋는얘긴없나-생물학적으로다가"
"초파리가 유전학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였찌 잼나는거면 암수한몸?"
"왜기여햇노? 오 자웅동체란거가"
"초파리연구하다 돌연변이가 발견되어서 유전형질이 어찌자식에게 전달되는가를 알게되따고나할까 초파리는 돌연변이가 많아 암수한몸이 된거도 돌연변이고 자옹동체랑은 다르지싶은디" 

날파리라고 언급한 질문에 굳이 초파리라고 이름을 바꾸어서는 친절히 답해주던 내 동생. 날파리가 유전학적으로 큰 기여를 하였다니, 암수한몸이라니. 홍시껍질에 달라 붙은 조그만 당분 덩어리 한조각을 빚어 만든 날파리라 하고 싶지만-,

"야.... 날파리는 그냥 생기는 거 아닐까"
"? 그런 건 없다. 걘유충이잖아. 어디서 날아왔거나 과일에 알을 낳았겠지." 
"그럼 대체 어디서 어떻게 날아왔지, 들어올 구멍도 없었는데. 과일 껍질에 알을 낳았다치면 왜 하필 홍시 다 먹은 다음 날 알에서 깨어난 걸까.

그러니까... 니가 모르는 게 있을거야, 미스터리야."   
"아 생물 중에 그런 건 없다니까" 
동생님은, 누나가 지금 생각하는 건 "날파리가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났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 했다. 
순간 번득 뭔 생각이 들어 동생에게 물었다. 

"그럼... 그건 창조론 같은 거가?" 
"그래 뭐 그런거지." 
어쨌든 동생님은 "그 어떤 생물도 저절로 생겨나는 건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교과서에 나온거라 했다. 
전혀 기억안나.  

시무룩해졌다. 
내 빙글빙글함이 창조론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니. 좀 심통났다. 평소 창조론을 허무맹랑하게 보았던 나로서는 '진화론 아님 창조론으로 단순하게 나뉠수있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또 그렇게 생각해 보니 '세상의 만물은 그리 빚어졌나?' 싶기도 하고, 그럼 나는 어느 정도 창조론을 인정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왜 그동안 그걸 무시하기만 했을까 싶기도 하고, 복잡했다.  
 
어쨌거나 내가 신기해하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과학에 대한 무지로부터 오는 것일 게다. 이미 꽤 많이 설명된 이야기들을 내가 잘 알지 못 해서, 신기해하고 기어코 내멋대로 상상해보고 혼자 재미있어한다는 것도 알겠다. 그래도 난 여전히, 결코 어떠한 결론에도 가닿지 않고 호기심에만 머물며 꿈 속처럼 빙글거리고 싶어 한다.
 
사실 진지한 건 아닌데, 미끄덩, 삐끗, 하니 좀 재미가 없어진 기분이다.



 그래 홍시너도 저 감일 적이 있었는데
 근데 홍시너 그런 적 있었니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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