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갑

일상 2011. 1. 3. 22:30


학창시절 등굣길, 꼭 눈에 띄는 게 목장갑이었다. 아마 줄곧 땅을 보고 걸었는지라. 
차에 쓸리고 발에 채여 구겨진 목장갑, 내가 외로워서 그것도 외로워 보였던, 허물 같던 목장갑.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생각 하나 스쳤다. "어제 보았을 땐 분명 손가락 두 개가 접혀 있었는데,,,,!" 손가락 세 개 접혀 있던 목장갑이 그 다음 날엔 네 개가 접혔고 그그 다음 날엔 손가락 다섯 개 몽땅 접혀 있었다. 
목장갑이 스스로 제 몸을 접는 것인지 내가 그리 생각하고부터 내 눈에만 그리 보이게 된 것인지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어도, 눈에 보이는 그 현상이 너무나 놀랍고 신비로웠다. 사는 게 재미 없는데 이런 게 사는 재미를 주는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 후론, 내가 목장갑의 손가락을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목장갑을 향한 내 특별한 애정.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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