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일상 2011. 5. 10. 23:28

아침이 밝았고 학교는 가야 했다. 가방을 메고 한 손에 실내화주머니를 또 한 손엔 동생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학교로 가는 길목에 경찰차가 있었다. 차창을 내리더니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학교 가니?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한 번 훑어 보더니 물었다. 왜 양말은 신지 않았니? 아차 싶었다. 난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양말 신는 걸 꼭 잊었다. 실내화로 갈아 신으면 내 맨발이 더 훤히 드러날 터였다. 반 아이들은 놀렸다. 꼭 그런 걸로 놀렸다. 양말에 구멍나면 놀렸고 옷에 단추 하나 없는 걸로 놀렸다. 맨발에 실내화를 신고 있으면 양말도 없는 애 취급했다. 이른 아침인데 낮처럼 더웠다. 나는 슬픈데 학교는 가야 했다. 학교엔 가기 싫었다. 차라리 학교에 가지 못 할 만큼 불행해 질 순 없는 걸까. 이것저것 다 서럽고 짜증이 났다. 동생 손을 놓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 버렸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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