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 공기맑은날

일상 2011. 5. 11. 23:01

1. 복잡한 버스 안, 젖은 우산을 방치해 기어코 내 엉덩이를 적시게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너무 화가 난다. 내가 정말 못 견디는 몇 가지 것들. 내릴 정거장이 아닌데도 뒷문 앞에 떡 버티고 서서 하차 방해하는 사람들, 어떻게든 피해주지 않으려는 노력 없이 젖은 우산을 허공에 그대로 노출시켜두는 사람들. 정말 화가 난다. 


2. 김진영 선생님의 글을 읽다,
김수영과 김지하 사이: <김수영이 우리 시에서 모더니즘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고 그 강점을 현실비판의 방향으로 발전시킨 것은 훌륭하다. ...한마디로 醜를 양성(釀成)시킨 점은 더없이 높이 칭찬해야 할 업적이다. 추야말로... 비애의 참모습이고, 폭력의 안이면서 밖이요, 모순에 찬 현실의 적나라한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민중 속에서, 그 긍정적인 것의 사랑을 통하여 민중으로서 느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민중 밖에서 선택된 자아의식으로 사고하느냐의 차이에 있다. 김수영 문학의 풍자에는 시인의 비애는 바닥에 깔려있으되 민중적 비애가 없다.> (김지하, 풍자냐 자살이냐, in, 생명으로 쓰는 시, 43) - 시인의 비애와 민중의 비애는 본질적으로 변별될 수 있는 걸까.
[출처] 독서 노트: 김 수영|작성자 김진영

그러니까 말이다. 계속해서 생각해 보고 싶은 질문. 답을 구하는 게 아닌 질문 그 자체로 사유하기. 이끌려 나올 더 많은 질문들.


3. 철학책에 밑줄 박박 긋다 생각했다. 나는 의미를 알고 끌리는가.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밑줄 긋게 하는 끌림은 어디서 오는 걸까. 끌리지만 깨달음은 여전히 멀고,,, (깨닫고 싶은가?)
 
 
4. 동료랑 터널을 걷다 한 대화.
-에잇. 아파서 병원오진 말아야지
-근데 몸에 대해 해부학적으로 공부하면 할수록 느끼는 건, 이 복잡한 몸 안에 병 하나 없다는 게 더 신기한 일이라는 거야. 
 

5. 한참이나 그 곳에 서성이다 돌아 왔다.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거나 잠을 자며 제 영역 안에서 꼼짝않던 그가 반경 50미터 안의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었다. 입으로 빨아들일 듯이 고개를 구석에 처박고 먼지를 긁어 내고 있었다. 오랜 세월 치우지 않은 작은 부피의 쓰레기와 먼지 뭉치들이 그의 손에 집혀 나왔다. 
이제야 알았다. 내가 당신을 너무너무 기록하고 싶어한다는 걸..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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