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때 중학생이었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 도로에 초록 신호등이 켜졌고 길을 건너기 시작했는데 딴 데 정신이 팔려 주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 그 때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선 선거에 늦은 국회의원 후보 일당의 차 한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 오고 있었지. 뭐 많이 급했던가 보더군. 그들 눈에 붉은 신호등이 보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나도 보였지만 멈출 생각은 없었던 거야. 벌금은 나중 문제였고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는 게 중요했으니. 어쨌든 별 문제될 건 없었어. 내가 그들 시야에서 막 벗어 났거든.
그래, 그랬던 거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난 주위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어, 왜냐하면, 난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
마이클 잭슨은 내 우상이었어. 언제 어디서든 난 그의 음악을 흥얼거렸고 그의 춤을 연습했지. 그 사람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면 기분이 좋았어. 그 기분 좋은 순간에 모든 게 멈춘 거지. 그러니까 내가 그들 시야에서 막 벗어났을 때 그때, 그 순간에 나는 백스탭을 밟은 거야. 나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지. 난 리듬을 타고 있었으니까.
웃을 일이 아니야. 난 죽을 뻔 했지. 우린 스쳐갈 인연이 아니었나봐. 갑자기 재등장한 나 때문에 차 안에 있던 그들도 얼마나 놀랐을까. 어쨌든 난 많이 다쳤고 비장이란 걸 떼어 내야 했어. 훗날 비장 없는 덕에 군면제를 받았으니 일종의 보상이라면 보상이겠다. 뭐 비장이 없어서 사는데 지장은 없었어. 
 
최근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을 듣는데, 기분 참 이상하더라. 잊고 있던 비장의 존재가 서글프게 느껴지는데, 그 부재 때문에 그제야 많이 허전해 지는 기분. 근데 왜 하필 나는 그 순간 백스텝을 밟았을까. 뒤집어 생각하면 내가 차에 뛰어들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거든."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내가 되어 다시 쓰는 이야기. 
-p감독의 비장을 기리며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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