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졸리긴 했지만 꽤나 진지한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일부러 더 더 힘든 일 겪으며 고생하고 싶단 욕심이 생겨요."
수화기 너머로 그의 답변이 돌아 왔지요, 이미 다 알고 있는 자, 체험이 깃든 말의 리듬.
"일부러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가만히 있어도 니 앞 일에 닥칠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전혀 망설임 없이 내뱉은 그 대답은, 따져보면 당연한 사실,- 하지만 체험해야만 알 수 있는 종류의 사실.
물 흐르듯 살아도 겪게 될 힘든 일들, 그것들을 하나 둘 꼽게 되더라고요. 아 인간사, 하고 한숨이 났습니다. 툭 튀어나오는 한숨에 놀라고 내 겁에 실망했습니다. 욕심만 부리는 거지요. 이런 걸 치기라고 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