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흔히 말한다.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나 이야기를 어떻게든 내 식으로 풀고 가고 싶었다”고.
인 상 깊 은 것. 몸과 마음에 새겨져 온종일 그것에만 사로잡히거나 살면서 드문드문 그것 때문에 마음 쓰이는 것.
그래서 풀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처음에는 저희 윗집에 살 던 남자애가 죽는 사건이 있었어요. 분신을 해서 집이 타고 그 어머니는 도망을 못 치다가 늦어서 뛰어내리고. 저는 자느라 몰랐어요. 아침에 자다가 뒤늦게 나왔더니 일은 다 끝난 상황이고 소화전에서 내려오는 물만 계속 흐르고 있더라고요. 그 자체가 되게 충격적이었죠. 그런데 그 계단에서 시체를 들고 내려오는 거예요. 계단에 저 혼자 있었거든요. 그 기억이 되게 강렬했었는데 지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걸 까먹었더라고요. 이 영화는 졸업작품이다보니까 졸업작품을 준비해야할 시점에 그 생각들이 났어요. 저희가 10년 전 쯤에 고등학교 다닐 때 자살하는 애들도 되게 많았고, 그래서 계속 생각이 나니까 이걸 어떻게 한 번 풀고 지나가야 되겠다 해서 시작을 했어요.”
긴 답변이지만 옮겨 봤다. 결국 이 영화에서 보게 될 장면이니까.
계속 생각나는 걸 풀고 가고 싶었다는 감독, 이 기억에 붙들려 왜 그랬을까를 물어보고 사연을 상상해보고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은 마음. 그 호기심은, 그 욕심은, 그 노력은, 결국 애정이지 않을까. 수많은 영화들에 어떤 진심이 있지만 느껴지는 정도에 차이가 있듯, 그래 이 영화는 애정의 진심이 많이 느껴지는 영화다.
어쨌거나 표현한다는 건 결국 어떻게 풀어내느냐다. '내식으로'말이다. 그리고 그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연출자의 취향과 재능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독특하고 센스 있고 영리하다. 결코 서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밀고 가는 영상과 나레이션이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데다, 이야기가 갑자기 산으로 가는데 계속 빠져 들어가다 보면 다 연결된 이야기고- 깨고 보면 꿈, 이런 식이다. 이야기의 큰 맥을 흩트리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하게 뒤틀린 구조들이 참 재밌다. 장치가 많아 위험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감각을 믿는 듯한 연출자의 자신감과 결국 그 감각이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하는 그 재능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