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필요해 들어가서 한동안 안 나오고 싶어 겨울잠을 푹 자고 싶어 여름이었으면 여름잠을 자고 싶었을 거야 거기서 밤잠과 낮잠과 꽃잠과 새벽잠 견딜 수 없는 모든 잠을 자고 싶어 누가 내 눈꺼풀 좀 꺼줘 내 귀 좀 닫아줘 머릿속에 퓨즈가 녹지 않는 두꺼비집이 있어 퀙 퀙 두꺼비는 보기 싫은 등껍질을 보이고 돌아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그저 하루 종일 보기 싫은 입을 합죽 다물고선 언제까지나 제 앞에 다가올 파리를 생각하느라 피곤한 거야 피곤해 죽겠는 거야 피곤해 죽겠는데 안 자는 거야 머릿속에선 파리가 윙윙 날아다니거든 이놈의 파리가 지치지를 않는 거라 그 거울 속에 들어가고 싶은 내 머릿속의 두꺼비집 속의 두꺼비의 머릿속에는 아무 데도 앉지 않는 파리가 살아

  거울 속에 그냥 걸어들어가 겨울잠이나 잤으면 아무 약속도 없이 아무 바람도 없이 밤도 낮도 없이 그냥 빙하기 동굴 속에 숨어든 어린 쥐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둘이 자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게 쥐포처럼 납작하게 꿈 없는 잠을, 파리가 나오는 꿈 없는 잠을
  파리가 뭔지 잊어버린 두꺼비의 집을 꺼낸 내 머리를 열고 거기서 걸어나오는 건,

아마 내가 아니라 내 잠일 거야
잠아, 흘러가렴 두꺼비와 파리를 용서하고
거울 속에서 흘러가렴

거울 속의 잠/정한아<어른스런 입맞춤>



나는 잠에 숨고 싶은 거지 꿈으로 달아난 게 아닌데
꿈속에서 나는 자주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고 
이것은 축축할까 따뜻할까 혹 살아 물컹거리는 것일까 갓 죽어 싸늘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손에 닿은 느낌에 골똘해질때쯤 하지만 호기심이 아니라 공포라는 걸 알아차리고
촉감 보다 빠른 공포는 내 눈꺼풀을 봉인한다 애초부터 보이지 않았으니 나는 손을 놓을 수도 없다
네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어서 꿈을 깨고 나는 잠을 자고 싶은데. 
제발 나를 잠으로 인도해줘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