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들 왜 그래 부끄러워요, 했어야지!"
[비키니, 섹슈얼리티②] 여성학 강사 권김현영의 애정있는 충고 

12.02.11 21:04 ㅣ최종 업데이트 12.02.12 19:42  홍현진 (hong698)
출처 : "누님들 왜 그래 부끄러워요, 했어야지!" - 오마이뉴스
 
 

"성적대상화, 당연히 일어났지. 순간적으로. 사람이니까. 그런데 동시에 같은 뜻을 가진 동지로도 감정이입을 했다고. 진짜 문제는 욕망을 가진 자연인이면서도 상대를 정치적 동지로 이해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등한 인간으로 감정이입 할 수 있느냐다."

'비키니 시위' 관련 발언에 대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지난 10일 <나는 꼼수다-봉주 5회>에서 해명한 내용이다. 김 총수는 "비키니 시위 사진을 올린 여성의 생물학적 완성도에 탄성을 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시위의 발랄함, 통쾌함에 감탄했다"면서 "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섹시한 동지'는 존재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수의 발언이 나오기 전날인 지난 9일, 홍대의 한 사무실에서 여성학 강사 권김현영씨를 만났다. 여러 대학과 단체에서 여성학 강의를 하고 있는 권김현영씨는 지난해 <남성성과 젠더>라는 책을 공동집필했다. 

그동안 <나꼼수>를 재미있게 들어왔다는 권김씨는 "비키니 시위 사진에 대해 그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하는 것과 정치적 동지로서 시위의 발랄성에 감탄하는 것, 두 가지가 양립 가능하다"라고 전제한 뒤, "<나꼼수>가 정말로 동지의식을 가졌다면 초기에 그 사진이 올라왔을 때 그 밑에 주렁주렁 달렸던 '그 따위' 댓글로부터 그 여성을 분리해줬어야 한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참고로 김 총수가 '봉주 5회'에서 발언한 내용은 지난 2월 4일 <시사인> 토크 콘서트 발언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꼼수>의 '비키니' 관련 발언을 "실패한 농담"으로 규정한 권김씨는 "정봉주의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기 위해 비키니 사진을 올린 여성의 '표현의 자유'를 수신하는 방식이 한 마디로 후졌다"면서 "이 실패한 농담이 결국 여성들에게 '우리는 누구였나', '동지의식은 어디로 갔나'라는 역사적으로 반복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권김씨는 "이 사태가 차라리 빨리 터져서 '우리의 상식이 어디여야 하는지'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꼼수>를 비롯한 이른바 '진보진영' 남성들에게 "이명박에 대한 지지율을 가장 낮게 주면서 이명박 정부를 가장 골치 아프게 만든 집단이 20~30대 여성이었다"면서 "이 오랜 반MB 정서를 만들어냈던 20~30대 여성들의 지지 없는 개혁이 가능할까. 그걸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하나. 이 여성들을 졸지에 보수주의자 따위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권김현영씨와의 일문일답 전문.

 "'실패한 농담' 문제 커진 이유, 역사가 있다" 

 
  
▲ 2011년 12월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정봉주 전 의원 지지자들이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 멤버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판넬에 격려의 글을 남기고 있다. 
ⓒ 유성호 

- '비키니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저는 이것은 실패한 농담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어떤 정치적 표현('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이 있었고 이 정치적 표현에 대해서 (나꼼수가) 농담으로 받았는데 이 농담이 실패를 한 거다. 이 농담이 실패한 건 명백하다. 농담이라고 하는 건 같이 웃어야 한다. 그런데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고,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나는 안 웃겨, 너네'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 '너네한테 이야기한 거 아니거든'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다. 농담이 실패했을 때 '아 재미없었나 보다'가 아니라 '너네는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반응을 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 <나꼼수> 멤버들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고 보는 이들은 '농담인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고 한다.

"단지 하나의 농담이 이렇게까지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 거기에만 문제의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나꼼수>도 약간 분하거나 억울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저는 이 실패한 농담의 문제가 이렇게 커지게 됐던 데는 어떤 역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 논쟁은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한 미권스(정봉주 전 의원 팬카페) 회원의 글로 시작됐다. '여성이 정치적 주체로 등장을 했는데 왜 정치적 주체로 너희들은 인정하지 않느냐'가 핵심이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몇 가지 징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김용민이 여성들이 <나꼼수> 이후로 정치적 주체가 됐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애써왔던 여성들을 화나게 했다. 물론 김용민은 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그런 식으로 여성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활동해왔던 몇 년 간의 역사를 그들이 전유해 가는 것이 몇 번 반복되었던 역사가 문제였다. 

그동안 얼마나 진보진영에서 여성들의 '정치적 주체성'이라고 하는 것을 얼마나 자기 멋대로 이용했나. 어떤 순간 굉장히 대단한 힘으로 생각했다가, 그 힘이라는 것이 자기 목소리를 가지기도 전에 혹은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그 시점에서 누군가가 '너네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지?'라며 대표를 자처하면서 어떤 이야기가 지워지기 시작했는가. 그러한 것에 대한 분노가, 이 실패한 농담의 문제에 대한 분노와 연결됐던 것 아닌가."

- <나꼼수>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쭉 <나꼼수>를 들었는데, 여자들이 주진우가 나꼼수 중에서 가장 덜 마초적이라고 느꼈다(웃음). 왜냐하면 주진우는 자신의 포지션을 남동생으로 규정했다. 그 주변에 있는 김미화, 공지영, 심상정 이런 그룹의 여성들을 '누님'이라고 부르면서 '누님,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리 까불어도 '짜식들, 우쭈쭈'하면서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누님들이 '너네들 힘내라'며 사진을 올렸는데 코피 팡? 이상한 거다. 이 농담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성이 올린 사진이 갖고 있는 폭발력이 있었다. 말 그대로 '뉴클리어 밤(핵폭탄)'이었다. 이 명백하게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사진을 받았을 때 저는 주진우가 '누님들 왜 이러세요. 너무 부끄럽잖아요'라고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성적인 의미를 무시하지도 않고, 시위 방식의 발랄함을 인정하는 방식. 그들의 지금까지의 워딩에서는 그렇게 이야기가 됐어야 한다. 정봉주는 '저는 부인도 있는 몸입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이렇게 이야기 했어야 한다.
 
그걸 가지고 갑자기 '대박', '코피 조심'이라느니, '생물학적 완성도'가 어쩌네 하면서 이 여성의 정치적 발랄성을 다른 방식으로 수신했기 때문에 이 농담은 실패했다. 이 실패한 농담은 결국 여성들에게 '진보진영에서 우리는 누구였나'라는 반복된 의문까지 불러일으켰다."
 
"후진 댓글과 '비키니' 여성 분리해줬어야... 동지의식이 없었다" 
 
  
▲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나는 꼼수다> 멤버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정봉주 전 의원을 부둥켜 안고 눈물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비키니 시위'라는 방식을 놓고도 논란이 있다.

"벗은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향해서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던졌냐가 문제다. 슬럿워크(잡년행진)에 참여한 여성들은 벗었지만 이를 남성들이 '성적대상화' 할 수 없도록 자신의 몸을 만들었다. 여성들의 섹시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나는 내 욕망이 뭔지 알고 있어' '나는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자유가 있다'는 메시지 그리고 그 자유로움에 근거한 강함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 때('슬럿워크')도 지금('비키니 시위')도 진보진영에서 그 시위의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비키니 시위'가 이토록 폭발력을 지녔던 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기 때문일 거다. 슬럿워크에 와서 기자들이 젊고 아름다운 쭉쭉빵빵한 여자들이 올 줄 알았는데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서웠다는 거야(웃음). 이미 어떤 걸 소비하고자 작정한 미디어의 눈이 있다. '어떤 여자들의 어떤 벗은 몸이 가치 있는가' 이미 그 가치에 최적화되게 코드화된 몸이 있다. 그런데 비키니 시위에 등장한 몸은 그 코드에 너무나 정확하게 들어맞는 몸이었다. 저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자발적이다', '안 자발적이다'라는 게 아니라 '왜 젊은 여성의 몸이라는 게 메시지를 뒤덮을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스펙터클로 한국 사회에서 이해되고 있는가' 이걸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러한 몸에 대해 소위 '진보'를 표방하는 <나꼼수> 지지자들이 달아놓은 댓글도 문제가 됐다.

"여자들이 이들(나꼼수)에게는 비키니 사진을 보내도 될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이렇게 후지게 받을 줄 몰랐으니까. 그런데 이 밑에 댓글이 주렁주렁. 그따위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그 때 나꼼수가 이들(댓글 다는 사람들)과 이 여성들을 분리를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여성의 가슴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댓글 달지 마라. 이 여성들의 발랄한 정치 표현에 감탄을 한다'라고 이야기를 해줬어야 한다.

 

그런데 처음에 "가슴 응원 대박", "코피 조심"이라며 이 댓글다는 사람들과 똑같이 반응한 것, 그게 분노의 핵심이다. 이러한 반응들에 대해 그 여성은 '어우,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나꼼수는 너네 갈 길 가'라고 반응하며 대단한 의리를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친구라면, 그 의리에 감동하면서 동시에 그런 댓글로 표현되는 의도치 않은 공격을 같이 막아주었어야 한다. 하지만 '섹시한 동지, 올레!'라고 반응한 거지. 정말이지 의리 없는 행동이었다고 본다. 그러니 그런 문맥을 읽고 있던 여성들이 '동지의식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거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 동지의식에는 목표가 있다. 정봉주의 구속에 반대하는 것. 정봉주의 표현의 자유, 즉 가카를 비판할 자유를 지지하는 것. 이를 위해 여성이 표현의 자유라는 맥락에서 그야말로 폭탄을 던졌다. '내 가슴을 보고 즐겨라'가 아니라, '이것도 안 돼?'라며 성적보수주의를 깨자는 방식으로 폭탄을 던져줬다. 거기에서 '코피 팡!'이라는 식으로 그들의 무의식에 있거나 그들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수컷성을 드러내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했나, 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런 사태가 2012년 10월에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 


    
▲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정봉주법 통과 촉구 결의대회를 지켜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 김어준 총수는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에 예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해자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 모든 논쟁을 여성의 피해의식과 관련되어 있다고 논의를 수렴하고 있다. 이것은 여자들의 피해의식 프레임이 아니라 남자들이 여자들의 몸, 정치적 표현, 이 방식의 차이들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코드로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방식대로 반응한 것이 문제다. 그들 자신을 성욕만 가지고 있는 남성 수컷 포지션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것,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저는 굉장히 좋았던 것은 삼국카페 언니들이 사과에 목을 매지 않았다는 게 좋았다. 저는 이 사건이 사과로 얼른 수습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 어떠한 측면에서?  

"이 사건이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에 일어났다고 생각해봐라.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박근혜였다고 생각해봐라. 저는 이 사태가 차라리 빨리 터져서 '우리의 상식이 어디여야 하는지'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2012년 대선 때 상대후보 박근혜에 대한 진보마초의 무차별한 성적공격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나경원 때도 비슷한 방식의 공격이 있었지만, 여자들이 불편해도 일단 참고 넘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자위녀' 이런 식의 공격이 계속 목에 걸렸던 건 사실이다. '이런 반복이 어떤 순간에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올텐데'라는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현재 진보진영에서는 박근혜의 공주성이라고 대표되는 여성성을 비판하거나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 이 두 가지밖에 박근혜를 공격할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이 싸움을 굉장히 안일하게 만들 수 있고, 그 안이한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 안이함 자체를 사람들은 전혀 진보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다.
 
삼국카페 언니들의 '사과 요구 하지 않는다. 니 갈길 가라' 이 의미는 진보 마초들이 그런 식으로 싸움을 흙탕물로 만들어가서 여자들을 다 그 흙탕물로 끌어들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였던 게 아닌가 싶다. 이것을 수신해야 한다."

- 이번 사태가 <나꼼수>와 진보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명박에 대한 지지율을 가장 낮게 주면서 이명박 정부를 가장 골치 아프게 만든 집단이 20~30대 여성이었다. 40대 남자들이 이명박을 뽑아줬다면 20~30대 여성들이 이명박 정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 정부에서 그나마 희망이 있었다면 홍대 청소노동자 투쟁과 연대, 김진숙의 크레인 투쟁과 연대였다. 이제 와서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잘난 척들 하지 마라. 지금 이걸 바꾸려고 할 때 이 오랜 반MB 정서를 만들어냈던 20~30대 여성들의 지지 없는 개혁이 가능할까. 그걸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하나. 여성들을 졸지에 보수주의자로 만들지 마라.
 
'여자들 중에 괜찮다고 한 사람도 있다'라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비키니 올린 사람, 불편해 하는 사람, 둘 다 다른 방식으로 같은 이야기 했다. 여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말이다. 그것을 '성적대상화의 자유'라는 현재 한국 사회의 문맥에서 전혀 금지되고 있지 않은, 하나도 진보적이지 않은 가치 단 한가지로 해석하려고 했을 때 반발이 일어난 거다. 몸의 의미의 다양성이라는 걸 존중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불편함. '그게 뭐가 문제야'라고 하지 말고 '이게 왜 문제가 됐는지'를 궁금해 했으면 한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