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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2. 2. 27. 09:17


  시간이 길어지면 마음도 늘어진다. 몸과 마음을 탄탄하게 하기 위하여 또 내가 했던 작업이 짐짝이 되지 않기 위하여 매일매일 보고 듣고 생각하며, 염두에 두기. (무엇보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짓지 않는 것은 아주 몹쓸 짓이다)

일단 흩어진 메모들 그러모으기 작업부터.
아마 촬영 중이던 2009에서 2010년으로 넘어갈 즈음에 썼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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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가제)

병역거부를 지지하는 다큐멘터리나, 병역거부를 하는 현민을 지지하는 다큐이고 싶지는 않다. 감동 없고 건조하더라도, '특별한 선택'(병역거부)을 하는 현민 개인의 고민들을 보고,
들여다 보다보다보니 다시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선택'(병역거부)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 그리고 다시 여전히 특별한(누군가의 삶) 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이 다큐는 나의 시선이 적극적으로 들어가 있다. 객관적인 시선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내가 느끼는 그 감정선을 따라서 질문을 했다. '잘 알지도 못 하는' 어떤 이가 어떤 누군가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만든다는 컨셉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했다고 하면, 엄청난 '대의'나 '명분'을 떠올린다. 그들 대부분은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반대하거나 군사문화를 비판하는 선언문을 읽는다. 나는, 그 신념에 의심을 품는 건 아니지만 단 몇 줄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 알 순 없다고 생각했다. 몇 마디의 ~주의로 단정지을 수 없는 고민들이 많을 거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단 몇 줄로 자신의 선언문을 만들지 않는 현민의 병역거부 방식에 끌렸다. 하지만 촬영 과정에서 그게 또 전부가 아니란 걸 느꼈다. 오히려 이유가 딱히 명확하지 않아서 더욱 어려웠다.....; 차라리, 저는 전쟁에 반대합니다! 라고 하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도 했으니까. 이런 것들을 과장하거나 섣불리 요약하지 않고 어떻게 그대로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일단은 병역거부를 하기 얼마 전부터 감옥에 들어가는 직전까지의 그 시간 동안의, 개인의 고민을 농밀하게 들여다보는 걸 큰 골격으로 하고 있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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