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몰아치면 쳐 불어주는 곳으로 순순히 날아가 주겠다. 어차피 바람이 나를 데려다 주는 거지 내가 바람일 수는 없다는 걸 아프게 깨닫고 있으니까. 결단코 뭐 하나라도 붙잡으려 안간힘 쓰지 않을 거다. 손잡아주는 이가 없더라도 세상원망, 하지 않을 것이다. 제 마음을 살피기도 전에 스스로를 관찰하는 습관이 들어 버려 아주 오래도록 그렇게 살아 온 한 사람이, 떠밀리듯 제 마음 안에 다시 들어 왔다. 외면하고 싶어도 발 붙이고 있을 곳은 여기 뿐이란 것에 절박해진 이상 나는 나를 살아야 한다. 부디, 나를 보호하려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