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칼 손길

일상 2012. 4. 18. 23:36

아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엄마는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칼을 사정없이 빗고는 세게 당겨 묶는다. 아파서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지만 아프다는 말은 안 한다. 나는 그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찍고 있었는데 어찌나 우스꽝스럽던지 카메라 댄 배를 출렁이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 뿌리까지 뽑을 듯 머리칼을 묶어 주는 엄마와 오만상 얼굴찌푸리고 눈을 흘기면서도 아프다 말 한마디 안 하는 여섯살 꼬마. 다음 날 유치원 촬영이 있었다. 뛰어 노는 아이를 붙잡아 머리를 묶어 주려 했다. 내 손목에 끈 하나를 빼선 아이 머리를 묶으려는데 불현듯 전 날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왠지 마음이 짠해서 손가락으로 살며시 결을 다듬고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머리칼을 모아 묶었다. 나는 괜히, 아파? 라고 물어 보았고 반응 한번 안 해주던 고집 센 아이가 조금만 머리통을 좌우로 간결하게 저을 때, 그 때, 아이구나, 워낙 고집세고 힘든 티 안 내도 너는 그저 당연히, 아이구나, 하는 생각, 전해지는 마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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