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도는말

일상 2012. 11. 4. 00:30


포기할까말까 싶은 걸 포기하지 않으면 끝내 나는 불행해지는 걸까 아니면 어떤 한계를 넘어가는 걸까. 이런 생각의 틀은 내 습관이 돼버렸다. 스스로를 더 강하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미련, 자기 극복에의 강박. 오랜시간 젖힌 목이 제자리로 돌아 올 힘을 잃을 뻔 하였다고 알려왔다. 
포기했어야만 했던 몇몇이 기쁨과 슬픔과 그리고 고충을 번갈아 제공하며 곁에 잔존해 있다. 그래 그러고보니 이게 내 결론이다. 포기했어야만 했다. 포기해야만 한다.
  



페파

페파 룸펜은 나이가 들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제는 짖지 않았고 걸핏하면 걷다가 넘어지기 일쑤였다. 고양이 마르티뉴가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핥았다. 페파는 언제나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그가 얼씬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그 마지막 날에는 입을 맞추도록 가만히 있었다. 
페파가 없는 집엔 정적이 흘렀다.
그 후 밤이면 엘레나는 바닥에 구멍이 난 냄비에 요리를 하는 꿈을 꾸었고, 또 페파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를 땅속에 묻었다고 화를 내는 꿈도 꾸었다. 

시간의 목소리/ 에두아르노 갈레아노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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