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일상 2012. 11. 5. 23:50

대북시위용으로 벌인 한미 연합훈련의 이름처럼, 전쟁은 '불굴의 의지'로 치러 내야 하는 것이 되어 갔다. 군복 입은 할아버지들의 피켓에는 "당장 폭격하라"를 넘어서 "내부의 적부터 처단하라","계엄을 선포하라"등의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내부의 적이란 전쟁은 안 된다, 무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나 같은 사람,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아니, 정부의 호전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 모두가 적이 된다. 이렇게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을 적으로 몰아세운 사회는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 들어간다. 군은 북한의 국가예산보다 많은 국방비를 써 왔으면서도, 서해 5도 전력 강화를 위한 추가예산이 필요하다면서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국회는 이를 승인한다. 이제 언론은 연평도에 새롭게 배치된 무기들의 화려한 성능을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다연장로켓포는 그 중 하나였는데, 이게 바로 '죽음의 비'라 불리는,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인 집속탄이었다. 포 하나에서 600개의 자탄이 쏟아져 나와 축구장 몇 개의 면적을 초토화시킨다는 시뮬레이션 영상이 텔레비전 화면을 연일 채웠지만, 그 축구장 몇 개의 면적에서 살아왔던 이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를 답해 주는 내용은 없었다.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임재성



긴 단락을 베껴 쓸 수밖에 없는 건 마지막 문장 때문이다. 몇 년 전 고병권 샘의 강의를 듣다가 눈물이 날 뻔 했다. 그가 이런 얘기를 해줬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 독수리 오형제를 보는데 내용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고. 수없이 이륙하고 이내 폭발하는 전투기들의, 그 전투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자꾸 떠올라서 말이다. 저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엄마가 아빠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일상이 있을텐데 그리 쉽게 죽는 게 너무 슬펐다고 했다. 자꾸 그들의 삶을 상상해야 했다고. 나도 나도 같은 마음요, 코 끝이 찡해졌다. 이런 얘기를 읽고 들으면 왜 난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날 것 같을까. 감동도 자극도 아닌 이 치미는 감정은 뭔지 모르겠다. 이건 착한 마음도 아닌데. 그리 쉽게 단정짓고 말 게 아닌데. 

물론 옆에서 얘기하면 돌아보지만 내내 마음이 쓰여 일어서는 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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