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울컹

일상 2012. 11. 23. 01:48

내가 좀 더 자라서야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가끔 버스에서 불편했던 이유가 버스 기사의 운전 때문이란 거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나는 뒷바퀴가 있는 좌석에 웅크린 자세로 자주 앉는 편인데, 그 날도 어김없이 그렇게 웅크리고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불현듯 알게 되었다. '기사 아저씨가 운전을 엉망으로 해서 내가 지금 기분이 불편한 거구나', 이렇게 말이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어이없이 웃을 지 모를 일이지만 나는 처음 깨닫게 된 사실이었기에 전등 하나 켜지듯 조금 머리가 밝아진 느낌이었다. 버스 운전기사의 운전이, 가령 승하차 하기 위해 차를 세울 때 그리고 다시 출발할 때 얼마나 부드럽게 모느냐 하는, 버스 타고 있는 동안의 내 기분을 이렇게나 지배하는지를 몰랐다. 이렇게 알아가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정 시간이나 어떤 공간에서 내 정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체감의 문제이기도 한, 덜컹거리면 덜컹거리는구나 하고 말거나, 덜컹거려서 속이 울컹거리는구나 하고 힘들어하거나, 운전 때문에(가능성의 하나로서) 덜컹거려서 속이 울컹거리는구나 하며 점차 넓혀가는 생각들. 그러고보니 애초에 멀미를 시작했다면 그 시점의 이전 멀미할 생각조차 하지 못 했을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본능적인 것 말고 스스로에게 설명해 주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반응 아닌 불러일으켜짐 혹은 시작됨이 있지 않을까. 알려 주지 않고서는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는 않는 그런 가능성의 세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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