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여행 2013. 1. 14. 16:15

호랑이와 같이 산다는 마을엘 갔다. 호랑이들은 순했고 개들과 섞여 다니는 그들을 사람들은 예뻐했다. 그들을 지켜보던 나는 한 아이의 옆모습이 호랑이를 닮았다고 느꼈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주민 모두들 호랑이와 닮아 있었다.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었다. 마을엔 박사가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사람이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에 관한 연구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자료들을 보여주었고 사람이 자연을 닮아갈수록 현대문명이 겪는 고통이 사라질 거라는 다소 경직된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 그의 얼굴을 바라 보는데 눈매와 입매 만이 부각되었고 선이 평온해 보인다고 느꼈다. 이 마을 대부분의 건물을 그가 기부한 돈으로 지었다고 했다. 그의 앨범에는 베트남 여자와의 결혼 사진이 있었다. 베트남 전쟁 때 만난 첫사랑을 잊지 못 해 예순이 넘어 한국의 모든 걸 버리고 베트남으로 떠났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나는 아까 보았던 사람들과 어떤 언어로 대화했는지를 기억해보려 했지만 생각나지가 않았다. 박사는 아주 조그만 사진기를 들고 호랑이 사진을 찍으러 내가 왔던 길을 되돌아 간 뒤였다. 나는 이 곳이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가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길이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손에 든 앨범을 다시 내려다 보는 행위조차 어색해졌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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