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녹아 내렸다

일상 2013. 3. 7. 00:02

결국은 태우려던 게 아니었기에

가장 잉여의 것들만을 고르고 골라서 불을 붙이고

타오르는 불 앞에 쪼그려 앉아 바라보는데

그것들이 울부짖었다

제발 니 생각이 맞다고 확신하지 말라고!

타지 않는 눈물이 내 발 밑으로 흘러왔다

발가락이 부끄러웠다

비명 소리에 눈을 돌리니 타던 것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함께 타던 배수구의 거름망이 폭삭 녹아 내렸다

둥글고 시커먼 구멍이 내려다 보였다 

살아 남은 것들이 옆에서 비웃었고

이제는 내가 눈물이 났다

잘 해보려던 거였는데,

구멍으로 떨어지는 눈물이

따가운 소리를 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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