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

일상 2013. 6. 1. 00:01

새로 일을 시작하고 이제 한 달, 그 사이 키우던 꽃 하나가 거의 죽어가는 상태가 되었다. 아무리 바빴어 제때 물 주고 햇빛 고르게 받도록 관리하는 게 그리 힘든 일이었을까 싶다. 저녁 산책을 하다 조그맣고 노란 꽃들이 예뻐 나름 거금을 주고 산 화분이었다. "3일에 한 번씩은 물 꼭 주세요"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규칙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책임 소홀해지면 곧잘 스스로를 탓하던 나였다. 여지없이, 눈길이 가지 못 했던 스스로를 탓하다 문득, 고개 돌리기만 하면 금세 생명력을 잃고 마는 것들이 있다는 게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딱할 수 있는 손 하나 없이 자신을 오직 다른 무엇에 의지해야만 하는 것들. 그것들이 가여워서 끔찍한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그 사실,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운명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여지가 주어져 있다는 그 사실이 왠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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