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여행 2013. 6. 30. 00:30

그녀는 자신의 체험이 남긴 것을 부정했다. 경험을 신뢰하려 하지 않았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싶었다. 수없는 가능성을 염려했다. 체험으로 알 수 있는, 절반의 진실이라 할지라도 오직 기댈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을텐데 그녀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사태들 앞에서 매번 새로 겪는 것처럼 굴었고 자주 실수했으며 그것은 인생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낭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럴 수 있는 태도를 자랑스러워했고 그리하여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모든 걸 이해하려 하는 자신에게 편안함을 느꼈다. 그럴 수 있는 자신만을 신뢰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이 그녀는 늙었고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수록 태도에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어느 정도 사태를 다스리고 스스로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뢰받는 자신은 합리화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런 스스로를 느끼며 예전같지 않다는 서글픔 보다 강한 슬픔이 찾아왔다. 스스로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한 번도 염두에 두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이해. 스스로의 경험을 부정했던 것은 그녀가 한번도 온전히 행복하거나 어디에서도 평안을 찾지 못 했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돌연한 이해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2013-01-13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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