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진전없이 항상 달고 다니는 물음. 세상 돌아가는 게 너무 신기하다.

이 구절을 읽으며 물음의 한귀퉁이는 조금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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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舞蹈)병에 걸린 듯 발작적으로 움직이던 그 승강기 안의 아녜스를 상기해 보자. 사이버네틱스 분야 전문가면서도, 그녀는 그 기계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전화기 옆에 놓인 소형 컴퓨터에서 세탁기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매일 마주치는 그 모든 물건들의 작동 원리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괴상하고 불투명하기만 했다.

 

그런 반면 괴테는,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일상의 안락을 허용해 주기는 하되 교양인이라면 주변 집기들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짧고 독특한 역사의 한 순간을 살았다. 괴테는 자신의 저택이 무엇으로 어떻게 건축되었으며 어째서 석유 등이 빛을 내는지 알았고, 자기가 사용하는 망원경의 원리를 알았다. 물론 감히 직접 외과수술을 해 보지는 않았을테지만, 몇 차례 시술 과정에도 참관해 본 만큼 의술을 아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보살핀 의사와 견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도 되었다. 불투명하지 않은 세계였던 것이다. 유럽사에서 위대한 괴테기(期)는 바로 그랬다. 이 시기는 요동하고 춤추는 승강기 안에 갇힌 인간의 가슴에 향수의 상처를 남길 것이다.

 

베토벤의 작품은 위대한 괴테기가 종결되는 바로 그 시점에서 시작된다. 세계는 점차 자신의 투명성을 상실하고 불투명해지며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불가사의 속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그런 세계에게 배반당한 인간은 자기 내면 깊은 곳으로, 자신의 향수, 꿈들, 반항 속으로 도피한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정신이 팔려, 이제 더는 바깥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들을 듣지 못한다.

 

『불멸』, 밀란 쿤데라, p119-120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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