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리는 일
정한아
우리를 웃게 하는 것이 끝내는
우리를 웃게 한다 그것이
중독의 정해진 회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불행을 견디어낼 수 있는가
우리는 진화의 극점에 있다
더는 나올 돌연변이가 없다고 판단했을 때
지긋지긋하게 새로운 약물이 도착했다
얼리어답터들의 혀끝에서 시험되는
또 하나의 모더니티 엄마,
이게 그거였으면 여기가 거기였으면
엄마가 계모였으면, 해
쟤가 나였으면 내가 딴사람이었으면 이 모든 게
무(無)였으면, 해
여기가 천국이었다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겠지 그것도
괜찮다고, 해, 엄마,
제발제발제발나를낳아주세요, 라고
우리는 빌지 않았지만
빌어먹을 삶
민주주의의 스승들은 언제나
네 맘대로 하렴, 자상한 음성으로 말했지
하지만 모든 걸 취소하는 건 너무나 힘든 일
자기를 포함한 모든 것과 싸우고 있는 이
독, 정수일까 궁지일까
우리는 울다가 웃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불행을 견디어낼 수 있는가
견딜 수 없을 때 견디지 않는 건
너무나도 쪽팔리는 일이니까
우리는 필사적으로 웃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