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메라의 시선이 잘 듣는 귀와 같다 했다
듣기 좋았더랬지
상대의 이야기를 참 잘 들어준다 라고 했다
쉽게 인정했었지
잘 듣는 귀를 가졌(다고 생각하)되,
듣기 좋아하는 귀를 가졌(다고 착각하)되.
나의 귀는 얼마나 안이한가.
스스로를 향한 쓴소리엔
이리도 야박한 걸.
우유를 바글바글 끓였다
부푼 우유 거품을 거두고
쌜쭉한 우유를 컵에 따른다
끓인 우유에서 비릿한 맛이 난다
입맛이 싹 가신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버린 혀
알고 있던 모든 맛을 잃었다
징글징글하다
눈물이 그렁그렁 속눈썹을 부여잡는다
집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끊겼고 웬 일 인 지 나는 초조해서 안절부절하는 사이, 어느새 공간은 바뀌었고 나는 발이 없는 귀신처럼 땅 위를 걷는 것도 그렇다고 나는 것도 아닌 채 황량한 벌판을 한참이나 헤매었다. 꿈과 가위눌림의 경계였던지 주위에서는 귀신의 웅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웬 일 인 지 나는 익숙하지 않고 무서웠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을 헤매이다 잠에서 깼고 새벽 4시였다.
잠에 든 지 한 시간 만이었다. 불도 끄지 않고 잠든 누군가가 불현듯 보였다 사라졌다.
눈을 뜨자마자 가슴에 금이 갔는지 작은 뼛조각 하나가 툭 떨어져서는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아이고 눈물나
무인칭의 눈물나
의식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문자를 보내고는 다시 잠으로 도로로 말려 들어 갔다.
너는 말이 없었고 나는 취해있었어 우리에겐 그런게 익숙했던 것처럼
귀찮은 숙제같은 그런 나를 보면서 더 이상 어떤 말도 넌 하기 싫었겠지
내가 말한 모든건 내 속의 알콜처럼 널 어지럽게 만들고
밖으로 밖으로 너는 나가버리고 안으로 안으로 나는 혼자 남겨져
밖으로 밖으로 널 잡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나는 취해만 갔어
어둡고 촉촉한 그 방안 그녀는 옷을 벗었고 차가운 달빛아래 그녀는 하얗게 빛났어
나는 그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창밖이 밝아왔을 때 난 모든걸 알았지
그녀가 예뻤냐고, 그녀의 이름이 뭐냐고 가끔 넌 내게 묻지만...
밖으로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고 안으로 안으로 그녀는 잠들어있어
밖으로 밖으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우린 벌거벗었어
밖으로 밖으로 눈부신 태양이 뜨고 안으로 안으로 날 비추던 그 햇살
밖으로 밖으로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안으로 하지만 난 울고 있었어
난 울고 있었어 난 울고 있었어
넌 울고 있었어 우린 울고 있었어
자꾸 발을 헛디딘다
또 다시 구덩이에 빠진다
꾸역꾸역 기어나와서는
뜨거운 햇볕에 진흙을 말린다
아 몸과 마음이 무겁다
속눈썹에 달라 붙은 진흙 뭉치가 자꾸 시야를 가리고
눈물을 펑펑 흘리자
진흙물에 눈이 너무 따갑고
내 손은 아픈 눈을 만져주지도 못하고
마음은 아프고
발은 마음과 너무 멀고
마음에게 길을 묻지 못하는 발은 자꾸 미안하고
하지만 멈출 수 없고
그렇게 그렇게 가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