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98건

  1. 2009.11.08 빙구르르
  2. 2009.10.04 뒤죽박죽 1
  3. 2009.09.22 찬란해진다. 4
  4. 2009.08.26 쿨럭 1
  5. 2009.08.23 ㅂㅏㄹㅏㅁ 2
  6. 2009.08.20 비싼우유 3
  7. 2009.08.14 만들어냅니다초코우유가 이 글을 4
  8. 2009.07.15 실쭉 3
  9. 2009.07.12 이것은 알바가 아닌가 2
  10. 2009.07.10 어떤 날

빙구르르

일상 2009. 11. 8. 13:59





안녕
빙글빙글 웃는다

10.25 GMF 올림픽경기장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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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일상 2009. 10. 4. 20:22


1.

연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연민이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2.

오만에 가득 찬 어른들이 싸웁니다.
저마다 자기 말이 맞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 큰 오만은,
내가 노력하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나의 착각입니다.
가끔은 나의 무기력함을 인정해야겠지요.
아니, 평화의 무기력함을 인정해야겠지요.

아아. 지저귑니다.
말이 찢어져,
그건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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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해진다.

일상 2009. 9. 22. 12:27


사랑은 있는 힘껏 한다. 달리기를 할 때처럼 숨이 턱에 차도록 온 마음을 동원한다.
매일 일기를 쓰지 않아도 하루에 하루에 아홉 번이 넘는지도 모르는 채 머릿속을 단내로 채운다.
오늘은 그 사람 앞머리가 흘러 내려서 감전되는 줄 알았다느니, 나를 보고 웃는 순간 천지가 진동했다느니 지퍼 터진 배개 속처럼 줄줄줄 사랑의 말을 잘도 쏟는다.
이러다 미치는구나 싶은 순간을 나눈다.
그건 언제나 다르고 또 달라서 같다.

데고 넘어지고 뒤통수를 패여도 배추벌레처럼 눈이 붓도록 울어도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갤러리아 앞 횡단보도에서도 천금 같았던 시간 위로 바람이 불고 텅 빈 풍경이 불어오고 너와 나의 추억이 다르게 적힌다고 이소라가 부르는 노래에 뱃속에 뜨끔히 숨을 멈춰야 하는 

시간이 포함된 사랑이
나한테는 진짜다. 그래서 내 사랑은 나날이
건강해지고
폭신폭신해지고
찬란해진다.



연녹색과 연붉은색 꽃잎이 흩어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일곱날들> 앨범 자켓을 연다. 한 땀 한 땀 넘기다 만난 이 글. 글 옆으로 펼쳐진 희끗한 초록 들판. 그 위로 빨간 운동화와 검은 운동화를 신은 두 사람의 다리. 그 뒤로 늘어진 둘의 그림자는 검은색이 아니라 초록색이다.

그들의 음악은 따뜻하다. 말랑말랑하다. 하지만 결코 연약하진 않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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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일상 2009. 8. 26. 00:56


가숨쿨럭거리구로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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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ㅏㄹㅏㅁ

일상 2009. 8. 23. 02:10



바람 가로지르며 구름의 틈
바람이 하고 싶은 말

ㅂㅏㄹㅏㅁ부니 좋구나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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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우유

일상 2009. 8. 20. 01:13


  뱉어낸 단물을 따라 죽은 개미들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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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끝났다,
열심히 했으니까
부끄러워지더라도 내 표현에 자신감을 갖자.




냉정하고 예리한 시선을 갖고 싶은데, 내가 그걸 갖고 있지 못 하다면 주변 누군가의 시선을 믿어도 좋다. 그리고, 끌렸다면 끌린 내 자신에 책임을 다하자. 



그러니까, 참 잘 살아야겠다는 거다. 그렇다고 삶에 강박증을 느끼진 않되, 솔직하게 정직하게 말이다. 내 한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못하는 거 있으면 피하지말고 사과하고 부딪치고, 그렇게 살지도 못 하면서 구라치며 글 쓰지 않고, 내 글에 속지 말자는 게 더 맞는 말일 수 있겠다.
그런데 말이다. 매사 이렇게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도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거다. 어떤 사건에 직면했을 때 자기가 믿는대로 전혀 처신 못 하거나 아는대로 실천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니까. 그래 그러니까 한순간 무너질까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어선 안 되는 거고, 그 어떤 순간에도 내 권력이나 명예 따위가 더 중요해지진 말자고.  



어떤 사건 앞에서 뭔가 '판단'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난 어렵다는 이유로 늘 피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할지라도 치열하게 '믿음'조차 갖지 못 했다. 설사 그게 틀리다 할지라도. 




제 단점이나 한계를 알게 되는 상황과 맞닥뜨린 거 참 어려운 일이다. 내가 지금 뭐 부족한지만 알아도 씨게 성공한 작업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물렁하게 살다보니까 내 성격이 참 좋은 건지 알고 사는기다. 착하게 구는 건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이렇게 사는 거 좋을 거 하나 없다고 모질게 스스로를 평가해버리고 나면 너무 서글프고 짜증도 나는데, 이렇게라도 나랑 부딪칠 거 만들어야지 계속 살아간다니까,




가수 '시와' 노래 좋다.
아아.


"흐르는 물 속에 세상이 미치네.
 내 얼굴도 비춰볼까."

                        랄랄라, 시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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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쭉

일상 2009. 7. 15. 04:09

아직 잠 못 자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미 앤 유 앤 에브리엔' 영화를 보고는,
티어 라이너의 노래를 들으며

내 영화를 생각한다.
내 시나리오의 주인공들은 이제 나를 훨훨 떠나야 하는데,
먼 데 먼 데 날아 갔으면 좋겠다.
내가 씨앗 날렸으니 어디 좋은 땅에 콕 박혀서 쑥쑥 잘 컸으면.
그런 게 바로 이야기인 것 같다.

+
흑흑.
아니다 아니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인데.
여기저기 재료 얻어다가 잘 주물럭 거려서 이야기를 실제 현실에서 드러내는 게
영화 작업의 진짜 시작이니까.  
이건 진짜 싸움이다
머릿속에만 있는 것을 진짜 만들어야 하는 거니까.
그냥 머릿속 이미지가 뽁 하고 튀어 나왔으면 좋겠다.

+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까마득하다. 
하지만 일 년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동안 나 좀 많이 늙은 것 같다 
'갑자기 영화가 좋다. 그럼 언젠가 영화 만들 날도 있지 않을까? 아직 살 날이 많으니까 말이야.'
그랬을 뿐인데
그 어떤 다른 가능성보다 먼저 찾아오다니.
'잘 만나서' 여기까지 온 거다.

+
창조라는 게 재밌기도 하지만, '이게 꼭 경험해야 하는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 법이다.

나 그 동안
하기 싫은 건 안 하며 사는 게 좋은 거야, 라고 삐대었지만
하기 싫은 것들 못 하는 것들 하는 게 또 내 건강에는 어찌나 좋은 일이기도 하다는 걸.
고개 돌리며 모른 척 했던 내 성격과 부단히도 계속 마주해야 했다는 걸.

어찌보면
영화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영화로 배운 것을 생각하면. 

작년부터, 이것만은 하자 싶었던 건

"가방 가볍게 다니기"
"친구와 싸울 수 있기"
"찜찜한 일 그냥 피하지 말고 확실히 해결하기"

마치 초딩이 흰 종이에 방학 계획 적은 것 같지만 결국 중요한 건 요론 거니까.


하지만 
변하는 건
옴팡지게 어렵다.
 

+
어쨌든 영화,

"난 지금 날 치유하겠다고 이걸 만드는 건가, 날 위로하겠다고 만들고 있구나" 라며
휘갈겨 쓴 내 일기장을 보며
실쭉 웃음이 난다.
다 그런 거지, 뭐.

자야겠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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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을 하고 싶었다. 하는 일 없이 잡생각만 많은 것 같았다. 땀나듯이 허영을 쫙 빼고 생각부터 소박해지자 싶었다. 학기 중이면 몰라도 방학이 되면 집에서 용돈 받는 일이 괜히 수치스러워지는 법이다. 바닥을 굴러다니던 어느 날, 난 울컥 일어나 앉아 아르바이트 채용사이트를 검색했다. 바로 눈에 띈 것이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민박집 청소 알바. 일당 5만 원에서 10만 원이라. 추진력은 왜 이리 좋은지 뭐에 씐 듯 어느새 내 손가락은 민박집 주인 휴대폰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누구세요”

누구세요라니, 여지없는 40대 아저씨 목소리다. 알바 채용 사이트를 보고 전화했다 하니 대학생이냐, 몇 살이냐 묻는다.
“24살이요.”
일단 한번 보자 한다. 이틀 후 목요일 저녁 7시 군자역 3번 출구. 잘 되면 주말에 바로 일당 수입이 생기는지라 교통비쯤이야. 번거로움 쯤이야. 
 

쑥색 나비 납작 구두에 초록 퀼트 치마를 입었다.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복장이었다. 시간이 이십 분 여 남아 군자역 지하에서 초코바를 사먹고 화장실도 갔다가 개찰구 옆에 서서 사람도 구경하며 전화를 기다렸다. 정각에 전화하자 십 분 늦는다 하였고 십 분 후 전화하자 오 분만 더 기다리라 하였다. 드디어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구두코로 계단을 달려 올랐다. 두리번거리고 있자 경적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흰색 봉고차였다.  

창문이 내려오더니 마치 근육으로 만들어진 듯한 딴딴한 얼굴의 아저씨가 보인다. 차에 타라고 했다. 쭈뼛거리자 그냥 얘기하는 거란다. 내가 뭐랬나. 옆 좌석에 앉으니 그래 어느 대학을 다니며 고향이 어디니 자취를 하느니 묻는다. 그러더니 원래 알바 까다롭게 뽑는데 학생은 인상이 좋아 믿음직스럽다고 한다. 그건 한두 번 듣는 소리가 아니었기에 믿음이 갔다. 이번 주 토요일 아침 8시까지 군자역으로 오라고 했다. 일박이일인데 괜찮겠냐 하기에 원래 조건이 그거였나 싶어 망설이다 그래봤자 일박이일인데 싶어 그러고마 했다.  

8시 20분. 늦은 나는 서둘러 지하철 계단을 뛰어올랐고 아저씨는 백미러로 뒤뚱대며 달려오는 내 모습을 보았는지 내가 옆 좌석에 앉자마자 키득거렸다. 나이 든 아저씨가 방정맞게 웃으니 왠지 정겨웠다. 봉고차 안을 두리번거렸다. 뒷좌석에 물건이 가득했다. 큰 박스 안에 참기름이며 고춧가루 등 각종 조미료와 김치 봉지가 있었다. 민박집 가는 길에 거래처에 들릴 거라고 한다. 곧장 가면 2시간인데 여기저기 들렀다 갈 거라 너댓 시간은 걸릴 거라 했다.  

그는 쉴 새 없이 말을 했다. 오며가며 책 한권을 읽겠다는 내 욕심은 날아갔다. 별의별 얘기가 쏟아졌다. 그는 몇 년 전 이혼을 했는데 부인과 가까운 곳에 살았다. 그런데 전 부인이 주말마다 집 청소를 해주고는 돈을 달라고 한다며 화를 냈다. 학생은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다.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정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알지도 못하고 한나라당을 찍는다고 나를 국민 보듯 썽을 냈다. 학생은 정치에 관심 있냐고 하기에 나는 잘 모른다고 하니 “그러게 요즘 애들은 정치에 관심 이 없지.” 그렇게 쉴 새 없는 아저씨 얘기에 시달리다 첫 번째 거래처엘 도착했다. 수금을 하곤 모닝커피를 두 잔 얻어 오더니 한 잔을 건넸다. 땅땅한 몸집의 아저씨는 움직임이 빨라 운전석이 높은 봉고차에 올라탈 때마다 다람쥐 같았는데 그걸 의식하고부터 웃음이 날 것 같아 신경 쓰지 않느라 혼났다. 그는 한 거래처엘 들릴 때마다 초등학생 공책에다 모나미 볼펜으로 수금한 돈의 액수나 외상 품목을 기록했다. 앞으로 계속 일할 것 같으면 이 장부 정리도 같이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시동을 걸자마자 새로운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몇 달 전 헤어진 애인 얘기를 했는데 난 그가 울까봐 조마조마해야했다. 그는 어찌나 그녀를 사랑했는지 얼마 전 그 아줌마가 장사하는 시장엘 가서 말 없이 김치 한 박스를 내려놓고는 왜 왔냐는 말에 아무 대답도 않고 묵묵히 뒤돌아서 왔다고 했다. 추억하기를 통통한 몸매에 눈이 엄청 크고 가슴이 풍만한 그녀는 섹스도 잘 했단다. 그 여잔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둘은 엄청나게 맛집을 찾아 다녔다고 했다. 연애하느라 맛있는 거 먹고 비싼 선물을 하도 해서 모아둔 돈을 아낌없이 쓴 데다 요즘은 쌀 거래도 없고 민박 손님도 없어 생활이 쪼달린다고 했다. 아들한테 용돈 주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용돈은 지들이 알아서 벌어 썼으면 좋겠다며 게으른 아들을 탓했다. 나는 그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까물 현실감각을 잊고 괜히 멀미가 났다. 여지껏 내 만남은 너무 편했고 익숙했던 것이 아닌가. 그와 대화하다 보니 아무리 부모 자식 가깝다고 해도 마음의 거리는 가장 멀다는 말이 맞는 가도 싶었다.

어느덧 11시, 차만 한 두 대 서 있는 한적한 휴게소에 도착했고 1인당 뷔페 5000천 원이라고 적힌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는 사이인지 아저씨는 식당여주인의 배를 장난치듯 쓰윽 만지고는 수금했다며 만 원짜리 뭉칫돈을 꺼내 보여줬다. 그리고는 만원을 건넸다. 뒤따라 들어가니 나를 알바생이라고 소개했다. 어쨌든 뷔페라니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샐러드 아닌 마요네즈로 버무린 사라다였지만 스팸 아닌 분홍 소세지였지만 오전 내내 돌아다니며 수금한 돈뭉치에 나도 기여를 한 듯 뿌듯하여 절로 밥맛이 돌았다.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 내가 아저씨의 맞은편에 앉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식당여주인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시아버지가 이 휴게소의 사장인데 그녀는 결혼한 후 이십 년 가까이 쭉 이 식당을 혼자 운영하느라 고생이 많단다. 남편은 다른 사업을 하느라 통 집엘 붙어 있지 않고 그렇다고 일을 도와줄 사람도 없다. 부릴 사람도 가끔 한 둘 부를 뿐이라 했다. 휴일도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사라다를 만들고 끝도 없는 분홍 소세지를 잘라 계란에 부쳤을 그녀의 인생이 떠올랐다. 그때 새로운 반찬을 더 만들었는지 식당여주인이 주방에서 뭘 들고 나왔는데 그녀의 하늘색 앞치마에 기름때가 묻어 군데군데 누렇게 얼룩진 게 보였다. 아저씨는 일어나 잽싸게 새로 나온 반찬을 집으러 갔고 둘은 또 뭐가 좋은지 시시덕거렸다.

점심을 먹고는 다시 흰 봉고차를 타고 달렸다. 아까 먹은 점심이 겨울 햇살에 소화되는지 노곤했다. 잠에 들락 말락 하며 어릴 때 그러니까 아빠가 트럭을 몰던 시절, 운전석 옆자리에 엄마 무릎 위에 앉아 가던 기억이 났다. 어느 밤 작은 사고가 났는데 나는 그만 엄마 품에서 튕겨 앞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다. 내 머리는 강해서 울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엉엉 울고 말았던 건 그때 내가 머리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머리띠 안쪽엔 머리카락을 고정시켜주는 뾰족한 것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는데 그것들이 내 머리통이 박히는 듯한 고통에 울고 말았다. 갑자기 떠오른 그때의 기억이 반가워 붙잡고 있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너는 별로 말이 없네.”
네? 전에 하던 알바생들은 어찌나 살가운지 얘기하라고 안 해도 알아서 쫑알쫑알 얘기를 잘했다는 것이다. 뭔 소린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인가. 이것도 알바 일에 포함되는 것인가. 나는 의아했다. 하지만 아저씨의 말에 인정받고 싶다는 오기가 생기는 내가 더 의아했다.  

양평 시내에 들어서고도 한 시간을 더 달리다 동네 마트 앞에 차를 세웠다. 그는 저녁거리를 사자며 맘에 드는 재료로 이것저것 고르라고 했다. 계란, 참치, 오이 정도를 고르고 있는데 그가 좁은 통로 끝에서 소주 두 병을 꺼내 왔다.
“여기 오면 소주를 마셔야 잠이 오거든.”
 

다시 봉고차를 타고 고불한 길로 한참이나 더 들어갔다. 뒷짐 지고 걷는 노인들은 차바퀴 소리에 옆으로 물러나고 눈이 녹아 질퍽한 흙 때문에 차바퀴는 비틀거렸다. 여전히 아저씨는 무언가를 계속 얘기하고 있었고 아마 그때쯤엔 자기 아버지가 일군 민박집을 자신이 주말마다 돌보고 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아마 이 지역에 기차가 가까이 들어와서 집값이 오를 거라고 했다. 나는 몰라도 자기 자식들은 큰 덕을 볼 거라 했다. 민박 촌 끝간에 가서야 내가 알바 사이트에서 보았던 이름이 적힌 간판이 보였다. 여긴 끝이라 아는 사람만 오는데 아는 사람은 해마다 꼭 찾는다고 했다. 민박집으로 들어가는 오르막길도 눈이 녹아 진흙이었다. 차바퀴가 흙을 사정없이 갈며 발버둥쳤지만 결국 오르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대충 차를 세워두고 장 본 물건과 상자 안에서 김치와 쌀을 꺼내 들고 민박집까지 날랐다. 흰색의 야트막한 독채가 두 개 있었다. 마당은 아주 넓었다. 공기도 아주 좋았다. 기분이 좋아져서 한참 킁킁대며 공기 냄새를 맡고 있는데 아저씨가 불렀다.  

해가 지기 전에 빨리 일을 시작하자고 했다. 오는 내내 아저씨 얘기를 듣느라 진이 좀 빠졌고 이제는 혼자 조용한 곳에서 걸레질을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일단 아저씨가 시킨 일은 풀숲에 버려진 파란색 물뿌리개를 주워 오라는 것이었다. 마당에 서서 보면 가까운 곳에 도랑이 흘렀고 그 너머에는 누런 풀들이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평지가 있었다. 그 어디쯤에 파란색 물뿌리개 하나가 나뒹굴고 있었다. 넵, 하고 나는 재빠르게 달려갔는데 길게 자란 풀들이 엉켜 있어 한 발 떼기가 쉽지 않았다. 물뿌리개는 안에 얼음이 꽝꽝 얼어서 꽤 무거웠다. 거기다 주위에서 자꾸만 썩은 내가 났다. 여기 어디 개가 똥을 눴나 싶어 코를 막고 싶었지만 마저 한 손까지 쓰면 균형 잡기 힘들 것 같아 숨을 참아 가며 마당까지 왔다. 마당까지 왔는데도 썩은 내가 따라왔다. 갔다 온 사이 아저씨는 없어졌다. 일단 물뿌리개를 씻자 싶어 뒤집어 흔들었는데도 덩어리가 커서 빠지질 않았고 나는 한 손에 주둥이를 한 손에 손잡이를 잡고선 사정없이 흔드는데 순간 손등에 물컹한 것이 툭 얹히는 느낌이 들었다. 응? 훅 하고 썩은 내가 코를 찌르며 뇌까지 도달했고 그 순간 이것은 죽은 쥐라는 걸 직감했다. 재빨리 물뿌리개를 다시 뒤집고서는 심장이 쿵쾅거려 한참이나 멍하게 서 있었다. 대체 쥐가 죽고 얼음이 언 건지 얼음이 얼면서 쥐가 낀 건지 대체 너는 왜 그 안에 무덤을 만들었나. 나는 지금 징그러운 거니 죽은 너를 애도하는 거니하며 계속 생각을 만들어내며 진정하려 해도 심장은 계속 쿵쿵 거리고, 10살 때였나 아파트 계단을 달려 내려오다 현관 앞에서 때마침 지나가던 쥐를 밟아 놀랬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난 뒤도 안 돌아보고 소리를 지르며 내달렸지 그럼 그때 그 쥐는 밟혀 죽었을까 별 지장 없었을까 시체를 못 봤으니 아마 살았겠지 혹시 그때 그 쥐가 놀라 지금까지 내달리다가 이곳에 정착하여 제 무덤을 만든 걸까. 나는 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그때 아저씨가 와선 뭐하냐, 언 펌프를 녹이자고 했고 나는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날 뻔했다. 나는 이 안에 쥐 죽은 게 분명 있다고 징징댔고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은 듯
어라? 그렇네 하고는 얼음 녹으면 씻자면서 수돗가 옆에 치워 버렸다.  

집 두 채의 방을 다 청소해야 했다. 방이 총 여덟 개. 쥐 생각도 잊고 청소에 몰두했다. 신이 난 나는 걸레 다섯 개를 씻어 가서는 구석구석 청소하기 시작했다. 오래 손님이 들지 않았는지 바닥에 깔린 카펫 들자 죽은 벌레들이 떨어졌다. 지난 여름 에프킬라 약에 죽은 벌레들이겠지. 장롱 밑에 빗자루를 넣어 쓸어오니 검은 쌀 같은 벌레들이 먼지와 함께 붙어 나왔다. 여긴 왜 이렇게 죽은 것들이 많은가. 냉방의 추위도 잊고 방 세 개째 청소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뭘 보여주겠다고 했다. 물기 묻은 손을 대충 치마에 둘러 닦고 나섰다. 따라 간 곳은 화장실이었는데 그곳에 멋들어진 벽화가 있었다. 조선시대 여성의 모습을 그린 듯 했다. 어떤 여자는 그네를 타고 있고 어떤 여자는 쪼그려 앉아선 나를 돌아보고 있었고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는 곱게 빗질을 하고 있었다. 먹으로 거칠게 그린 그림을 보며 감탄을 하니 아저씨는 전에 여기 살던 여자가 그렸다고 했다. 이혼을 하고 애도 친정에 맡기고는 어떤 인연이었는지 이곳을 알고 와서 몇일 묵더니만 일을 할 테니 여기 살게 해달라고 했단다. 오 개월을 묵었던가 그녀는 민박집 곳곳에 이런 그림들만 남기고는 사라졌다. 그 여자가 같이 살자고 했는데 본인이 거절했다고 했다. 그렇게 이 민박집에 묵은 여자들은 한둘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여자는 음식을 엄청 잘했는데 손이 커서 한번 시장을 보면 십만 원 넘게 써서 혼이 났단다. 6개월 일하고 돈을 많이 벌어갔다고 했다. 밥도 잠도 다 해결되니 돈 쓸 일이 없다고 했다. 어떤 여대생은 방학동안 여기 묵으면서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아저씬 그러고 싶으면 너도 그러라고 했다. 다만 밤에 혼자 있기 무서울 텐데 너는 겁이 많아서 안 되겠구나 하며 그가 나를 보고 웃었다. 왠지 나는 또 오기가 생겼다.  

마저 청소를 끝내니 6시가 넘었고 주위는 어둑해졌다. 그동안 아저씨는 건넛집에 벌렁 누워 낮잠을 잔 것 같았다. 그제야 깼는지 창문을 열고선 자다 일어난 얼굴로 빨리 들어오라고 했다. 춥지 않느냐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 아저씨 목소리 되게 크구나. 가까운 거린데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르는 건지. 자다 일어나서 아직 목소리에 감이 없었나보다. 네 들어갈게요. 새까매진 걸레는 빨아도 원래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대충 씻어 짤고는 돌아서려는데 아까 내팽겨 둔 물뿌리개가 보였다. 얼음이 녹았는지 확인해볼 용기가 없어 그냥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난방을 안방 하나만 했다.. 다른 방에 보일러를 돌릴 생각은 없는듯했다. 하긴 손님도 없으니. 그는 저녁을 먹자고 하고선 일어서지 않기에 혼자 주방으로 갔다. 주방은 너무 추웠다. 밥솥엔 2주 넘은 밥알이 서로 엉겨있었고 냉장고엔 소주와 김치만 있었다. 요즘은 예전만큼 일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나 보구나. 아까 본 장거리를 꺼내고 밥을 다시 짓고 김치찌개를 했다. 더 먹을 것도 없어서 계란을 부쳤고 그렇게 한 상을 차리고는 소주도 드릴까요 물었고 그러라고 했고 잔 하나만 챙겨서 가져갔다. 찌개가 맛이 없어 무안했는데 그는 아무 말도 않고 잘도 먹었다. 소주를 까고는 너는 안 마실래 물었고 잘 못 마신다 하니 그래 보인다고 했다. 나는 원래 잘 마시는데 갑자기 그에 대한 믿음이 좀 사라졌다. 밥과 술을 번갈아 먹던 아저씨는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민박집에 올 때마다 소주를 마신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일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것도 여기서 돌아가셨다고 했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뇌진탕에 걸렸는데 나이가 많아 회복도 안 되고 몇일만에 죽었단다. 그때 이후로 여기 오는 것도 쉽지 않고 오면 꼭 밤마다 술을 마셔야 잠에 든다고 했다. 그렇다고 안 올 수도 없고 집을 쉽게 팔수도 없고 잘 관리해야 하는데 예전 같지 못 하다고 했다. 그리곤 소주 두 잔을 연거푸 들이켜더니 딴소리를 했다. “넌 마사지걸 하는 여대생을 어떻게 생각하니” 제가 그 사정을 어떻게 잘 알겠어요. 갑자기 그는 누가 듣기라도 하는 듯 소리를 죽이고는 “강남에서 제일 유명한 마사지 업소를 누가 운영하는지 알아? 전직 경찰이야 경찰” 그러니 절대 경찰에 걸릴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가 봐요. “에이 그러니 잘 안 돌아가는 거지.” 본인은 돈이 없어서 제일 싼 그러니까 육만 원 하는 마사지 업소를 찾는데 요즘은 그 돈도 아까워서 잘 안 간다고 했다. 습관인 거냐고 하니, 습관은 뭐 외로우니 찾는 거지. 그렇다고 내가 거길 가서 애들한테 맨날 요구하는 것도 아니야, 걔들이랑 대화만 하고 올 때도 많아, 걔들도 별의별 사정이 다 있어. 전열기의 빛이 회전하며 그의 얼굴을 붉게 비쳤다 사라졌다. 잠시 동안 전열기가 삐걱대며 목을 돌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반나절 그의 목소리를 계속 들어서인지 이제 모든 얘기들이 나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왔고 그건 그를 이해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는 견딜 수 없이 피로해졌다. 제어할 수 없이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자 나는 그의 눈치도 볼 새 없이 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쉬운 얼굴로 그러라고 했고 자신은 한 병 더 마시고 자겠다고 했다. 난방은 여기밖에 안 되니까 불편하면 자신은 나가서 자겠다고 했다. 나는 상관없다며 여기서 술 드시라 했다. 펼쳐진 이불을 끌어다 방구석에 누웠다. 마당에 켜둔 빛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바닥이 아주 따뜻했다. 아직 잠에 들지도 않았는데 아저씨가 자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너무나 피곤했는데 잠에 쉽게 들지 않고 무언가 자꾸 잠을 방해했다. 내가 나를 잠들지 못 하게 하는 건지 살짝 잠에 들려다 깨고 들려다 깨니 잠에 든 건지 깬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서 술을 마시는, 그때까지 마시고 있었는지 잠에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아저씨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가 있어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런 곳에 밤마다 혼자 잠들려면 무섭긴 하겠다 싶었다.  

이제 나는 부풀었다 줄어들고 입이 마치 반죽한 밀가루 마냥 바닥까지 늘어졌다 줄어들었다. 마룻바닥이 놀이기구마냥 흔들리며 나를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굴렸으며 멀리서 울던 개는 왼쪽에서 들렸다가 오른쪽에서 들리고 등 밑에서 들렸다가 멀리 튕겨갔다. 튕겨가는 걸 보니 개가 아니라 쥐였다. 아래를 보니 내 앞에 아저씨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훌쩍이며 내 손을 잡고 칭얼거렸다. 나는 어쩔 줄 몰랐고 그는 몸을 들썩이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저씨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나를 찬 애인이었다. 너 언제 여기 왔냐고 물었고 그는 계속 울었다. 나도 무릎을 꿇어 그를 들여다보려는데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분명히 아는 마사지 걸이 앞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많은 여자들이 귀신처럼 내 눈 앞을 떠돌았다. 자기들끼리 모여선 웃다가 다시 흩어졌고 흩어지면 사라졌고 또 어느새 뭉쳐선 뱅글뱅글 돌았다. 창문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들어와선 빨래 몇 개를 챙겨갔는데 아마 그의 팬티인 듯했다. 대체 이곳은 어딘가. 수돗가 옆 물뿌리개 안에는 죽은 듯 잠자는 쥐가 있었다.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전열기 목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몇 시일까. 저기 오른쪽에 아저씨가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다. 나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천장만 보았고 그는 자냐고 물었다. 내가 자다가 모르고 너를 발로 건드렸는데 그런데도 꿈쩍 않고 자더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발로 찬 것도 아닌데 미안할 것까지야 괜히 왜 그런 얘기를 하는가 싶고 할 말도 없어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깨지 않았던 것처럼.  

날이 밝았고 나는 씻을 생각도 않고 큰 창문 너머의 아침 풍경을 보았다. 시골이라 좋긴 좋구나. 기지개를 켜니 온몸이 욱신거렸다. 술을 두 병이나 마시고도 쌩쌩한 아저씨는 쓰레기를 불에 태우고 가자했다. 일할 기운도 없이 모든 게 귀찮았지만 나는 알바생이잖아. 쓰레기장에 모인 쓰레기를 다 끌어와서 마당에 불을 피워 태웠다. 겨울바람이 세차 불길이 사나웠다. 모인 쓰레기가 어찌나 많은지 태워도 끝은 없고 아무거나 막 태워서 시커먼 불길이 치솟았다. 나 혼자 내버려두고 아저씨는 따뜻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태울 수 있는 쓰레기와 태울 수 없는 쓰레기를 구분하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대충 쓰레기를 다 태우고 나니 창문을 열고는 아저씨가 이제 들어오라 불렀다. 정지 버튼을 눌러도 계속 목이 돌아가는 전열기 앞에서 터질 듯 부은 손을 녹였다. 벌써 11시였다. 하루 하고도 3시간이 지났구나. 웬일인지 오늘 아저씨는 별말이 없었고 혼자 주방으로 가서는 남은 밥을 치우는지 밥솥 긁는 소리가 났다. 아침밥도 먹지 않고 서울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점심도 사 먹지 않았고 여전히 아저씬 별말 없이 운전만 했다. 10시간은 잔 것 같은데도 피곤해 난 금방 잠에 들었고 다시 눈을 뜨니 벌써 서울.  

“저 흰 건물 병원 보여?” 그가 해준 마지막 이야기였다.
글쎄 저기 아들이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지 뭐야.” 큰 도로 가에 있는 마치 손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은듯한 병원 간판이 보였다. “왜요.” “병원장한테 남매가 있었는데 누나가 사위를 엄청 잘 얻었나봐, 병원장이 아들은 제 성에 안찼는데 그 사위가 엄청 똑똑하고 하니까 마음에 들어서 사위한테 병원을 물려 줄 거라 했다데. 그거 듣고는 아들이 열 받아서 건물로 올라갔다더라.” 한낮에 그런 얘기 듣는 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그래 이해되지 않는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세상엔 많으니까.  

차가 군자역 근처에 섰다.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뭉칫돈을 꺼냈다. 그가 돈을 꺼내 세는 것이 민망해 나는 빠르게 딴 짓 하며 고개를 돌렸다. 통닭집이 보였다. 마침 헬멧을 쓴 배달부가 흰 봉지 안에 통닭 한 마리를 담아서 문 밖으로 나왔다. 그래 오늘이 일요일이지. 통닭을 시켜먹기 좋은 일요일 오후, 라고 생각했다. “자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아저씬 다시 일하러 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지하도로 내려가며 돈을 세니 육만 원이었다. 내가 돈을 벌었다. 그런데 이틀 일한 것 치고는 좀 적은 게 아닌가. 이건 원래 하루 치 일당인데 말이다. 그래도 뭐,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했으니 충분하지 않은가. 마음은 그랬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돈 벌기 죤나 힘들다고 중얼거렸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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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일상 2009. 7. 10. 01:06

내가 알지 못 하는 어떤 마음이 있다는 건 애타는 일이다.
하루 종일 그 마음에 사로잡혀 못 나게 징징 거린 날.


+
그것이 없으면 견디지 못 하는 나를 견디지 못 하는 나는
무언가에 중독되는 걸 못 견디게 싫어하는 것 같다.
늘 관찰자의 태도인 나를 반영하는 것일까.

슬프고 화난다 싶을 때, 난 오래 그 감정에 빠져 있을 새도 없이
나를 다독이는, 또 다른 나를 만든다.
도망치는 것일까.

참, 철 있다 싶다가도 휴, 요령만 익힌 건 아닌가 싶은.


+
하루 종일 비가 오는 어떤 날.
어떤 날의 노래

"11월 그 저녁에" 도 좋고 "출발"는 더 좋다.


하루하루 내가 무얼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진 엇비슷한 의식주로 나는 만족하더군
은근히 자라난 나의 손톱을 보니 난 뭔가 달라져가고
여위어가는 너의 모습을 보니 너도 뭔가 으음
꿈을 꾸고 사랑하고 즐거웠던 수많은 날들이
항상 아득하게 기억에 남아 멍한 웃음을 짓게 하네
그래 멀리 떠나자 외로움을 지워보자
그래 멀리 떠나자 그리움을 만나보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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