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98건

  1. 2010.04.26 푸하하 2
  2. 2010.04.25 쫑쫑짜맵니다 왜그래야하는지는나도몰라요다만그게보기좋으니까요
  3. 2010.04.20 모녀
  4. 2010.04.20 나는 죽어가고 있어요
  5. 2010.04.12 가다 말고
  6. 2010.04.12 같잖아 4
  7. 2010.04.07 가방 2
  8. 2010.03.22 선량하고 시적인 그 무엇
  9. 2010.03.18 번졋
  10. 2010.03.17 운전 4

푸하하

일상 2010. 4. 26. 23:45

*
간 보지 않으려

나 때문에 니가
너 때문에 내가 움츠려 들지 않게
열 걸음 뒤로 가서 소리 지르며 말하지 않게


&
당신은 꼰대가 아니잖습니까
나이 먹으면서 그러지 않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은데,
물론 당신은 그러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니까 난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겁니다.
전혀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우리 관계, 라는 걸 감안해야 겠죠.
겠지만, 그냥 당신은 안 그럴 것 같아요.


+
아쉬움이 아아아 거립니다
아아아 하고 있는 나를 즐깁니다

이 쓸모많은 긍정.
긍정을 탓할 순 없으니까요
긍정은 좋은 겁니다. 좋은 건 좋은 겁니까. 좋은 게 좋은 건 좋은 겁니까.  
말 한마디 허용하지 않는 단단한 긍정이란 벽,입니다. 그래서 훌륭합니다.

아쉽니, (뭐가?) 괄호 안은 있어도 없는 거고, 있어도 못 본척 해도 되기에 (그렇다고 없는 건 또 아닌데 없으면 안 되는데)
나는
아아아
재밌다하며
입 안에서 실을 뽑아 내고 있습니다.

입 안에서는 밤새도록 거미가 실을 뽑고 뽑힌 실은 허공과 부딪치자마자 나비가 되어 날아갑니다.
거미는 늘 아쉬운 마음입니다.


^
영화 강의 듣다가 눈물날 뻔 했다. 푸하하.
감독과 배우와 연출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눈물날 뻔 했다,는 말에 담긴 요즘 내 아주 복잡한 심정.


(오늘따라 푸하하,라는 말웃음이 주는 정서가 너무 좋다)


#


편집하다 캡쳐해둔 장면. 루싸이트 토끼의 선영씨.
고마워요. 이 사진 보고 기쁨이 빵 터졌어요. 진짜 기분 좋아졌어요.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좋아죽겠는데 어떡해 그럼


빈틈없게 꾹꾹 눌러담아 빵꾸안나게 조물조물 눌러가며 땡땡하게 꽉 짜매  
쫑쫑짜맵니다 왜그래야하는지는나도몰라요다만 그게보기좋으니까요




이른아침에아스팔트길위에서만나는쓰레기봉투들
밤새얼마나엉덩이가시렸을까 그래내엉덩이도늘시려
길위에툭내던져진다해도 어디에서 굴러다녀도
겁업시겁업시
나는
엉덩이가시리다고 서럽기만하다
서럽고 싶지 않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모녀

일상 2010. 4. 20. 22:54



미뤄뒀던 한강 소설의 후반부를 마저 읽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너무 슬퍼서 베개에 코를 박고 울었다.

아홉 살, 미시령 절벽에 매달린 버스 안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했던, 평생 그때 살아 남은 것을 후회한 여자와, 그런 여자를 엄마로 둔 또 한 여자는, 그래서 '모녀'라 불리우는 '그녀들'은,  
사는 게 힘들었고 견딜 만큼의 오기는 있었지만 견디다가 몸과 마음이 너덜해진채로 생을 마감했다. 딸을 내팽겨치고 알콜중독자가 된 엄마와 그런 엄마를 닮지 않으려 했지만 또 그러지도 못 했던 딸은 운명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제가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짐을 지고 살아가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엄마가 "감염된 환부처럼, 죽은 짐승의 육체처럼 서서히 썩어가기를 스스로 택했던 이유" 를 알아야만 했던 건, "그녀 바로 자신 안에 그런 충동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서, 똑같이 죽어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 이었다. 결국 딸은, 엄마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 그 미시령 고개의 절벽에서 자살한다. 모녀 간의 끔찍한 운명의 끈.

그녀들을 아는 한 남자는 말했다.
 "그녀들은 똑같은 눈을 가졌습니다. 그녀들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
내가 울며 잠들었던 건, 어쨌든 나와는 다른 삶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의 인생이 사무치게 내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요, 알지도 못 할 것을 감히 아는 체 하는 교만일지 모르겠으나,
아 내가 누군가의 자궁에서 만들어져 태어났다는 걸, 십개 월 간 누군가의 몸 안에서 구르다가 여기로 튕겨 나왔다는 것이 피마르게 뼈저리게 느껴지는데, 그냥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이해하고 말면 좋을 걸, 잘해야지 하고 착해지고 말면 좋을 걸, 몸과 마음이 서로 먼저랄 것 없이 같이 훌쩍거리는데, 모두, 그래 나라고 할 수 있는 그 모든 게 몰려와선 감염되듯 따라 울었다.   

당신은 아마 죽고 싶었을 거라고, 아닐 거라고 부정해봐도 아무래도 죽고 싶을만큼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아니 그런 느낌이 드는데, 정말 대책 없는 감정이었다. 눈물이란 게 흘러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는 어느덧 그때 당신의 나이가 되었다. 실타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
그 남자의 말에, 소설 속 주인공은 생각했다.
 "닥쳐. 도취하지 마. 앞지르지 마. 그녀들은 당신이 원한 것만큼 약하지 않았어."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다,'
이라는 소설의 문장, 평범한 문장, 익숙하게 슬퍼지려 하던 참에,  
아, 죽어 가는가, 그런가. 별로 슬퍼지지 않았다. 갑자기 너무 평범하게 다가와서. 새삼 너무 평범하게 느껴져서.
살아간다는 거, 곧 죽어가는 거 아니던가. 이가 닳고 뼈가 삭고 물기가 말라가고 작아지고 검어지면서 죽어가는 것. 나는 어떻게든 차츰차츰 죽어가고 있다. 나는 살아가면서, 나는 죽어가고 있다. 
죽음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죽음을 옆에 끼고 살기란 어렵다.
죽음이란 단어를 패션삼아 진지하고 무거운 척만 할 뿐이지, 소박하고 담담하게 그걸 주물거려보거나 안아보거나 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해보다 말고, 해보다 만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아마 그건 게을러서가 더 큰 이유이지 않을까 문득, 그러니까 나는 아직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었는데,
그런데 느닷없이, 죽음을 목격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돌연,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게 선명하게 인식되고, 느껴지는, 새벽이다.  
 
그렇다고해서 뭐, 별로 달라질 것도 없다.
달라지길 바라서도 안 되는 거다.


2.
이러고도 엄마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생각만해도 목놓아 울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말이다. 생각만해도 이토록 실감이 나서 이리도 슬프구나.


3. 릴리슈슈의 음악을 듣는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가다 말고

일상 2010. 4. 12. 23:36



내뱉고 싶은 단 한마디만 남았을 때까지, 그 한마디를 남겨두고 끝까지 나를 밀고 간다는 건 무엇인가
지옥을 겪는다는 건 뭘까
스물일곱의 사월, 지독하다. 이제 그만 뚝, 하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고 그러려고 하기엔 또 아까운 기회이기도 하다. 이 시간들이. ('시간'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아)

_
해석할 여지있는 꿈이 아니라 현실의 복제물로서의 꿈을 꾼다. 겪은 일을 또 겪고, 겪은 감정을 또 확인해야 한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같잖아

일상 2010. 4. 12. 23:13


같지도 않은, 같지도 않은 봄
같잖은, 같잖은 봄
뭐 같지도 않은 것들

이름에 달라붙는 믿음,
누가봄을봄이라하였는가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가방

일상 2010. 4. 7. 00:17

가방 낡은 게 보이네
옆자리에 있던 내 가방, 슬쩍 보았는데 눈길이 돌아서질 않았네
언제부터 이렇게 낡았는가 아니 낡아졌는가 아니 늘 낡아지고 있었겠지
터지도록 뭔가를 쑤셔 담았지
그게 나의 불안 어쩌고 했지만
난 그냥 불룩하게 넣어다니면 괜히 기분이 좋았을 뿐
어깨끈이 헤졌구나 실밥이 군데군데 떨어져나왔네 초록가방이 눈에 띄게 땟물들었어
가방 낡은 게 보이네 (이제야)


사실 어깨도 너무 아프네 못 견디게 아프네


뭘 챙겨야 할 지 몰랐구나
가방 띠룩하게 온갖잡것 챙겨넣을 줄만 알았지


그래서 뭘 챙기겠니
알지도 못 하면서 왜 일방적인 반성만 하니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선량하고 시적인 그 무엇



체홉의 단편에서 본 이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이된 듯, 저 자태로 전혀 움직이지 않던 그때그 사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번졋

일상 2010. 3. 18. 01:56

편지를품에안고부치러가다가문득사라졋다
눈보라속을돌아가발견한편지에는주소가번졋





길에 서 있었던 것 같은데
문득 날아온 이 문자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눈밭에 삐죽이 고개내민 편지봉투 귀퉁이에, 번진 내 이름이 보이고.
더욱이 그걸 품에안고부치러갔을 친구가 떠올라,
더없이 좋은 마음.
글을 쓰다보면 관성적으로 단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단어가 감정에 앞서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의 도전이긴 하지만,
서두가 길었다만,

가끔 너무나 체감하며 단어를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있다 가끔

이 문자를 보는 순간 '느낀 단어'는 '애틋함' 이었다
자릿한 애틋함
애틋함 자릿해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운전

일상 2010. 3. 17. 02:46
1.

어떤 단편 영화를 보았다
운전하는 장면이 계속 계속 나왔다
여지껏 생각 없었다,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그런데 문득 운전 면허를 따볼까 생각했다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보는 세계는 다를거란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도로 말이다
그 치열한 세계를 말이다

나는 무서워서 지레 겁먹고 피했는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엄마가 운전하는 차의 운전석 옆 좌석에 앉아 있으면서
아침마다 느꼈던 그 공포를 기억한다
버스같은 큰 차가 끼어들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랐던 그 기억말이다
그 속도의 세계를 말이다
도로의 질서
달리고 끼어들고 달리고 기다리고
운전자로서 익숙해지기 전까지의 그 느낌
비록 운전에 익숙헤 졌을지라도 운전자만이 갖고 있을 그 체감
체감! 말이다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 했다

마음편히 대중교통만 이용했으니까 말이다

이건 단지 환경오염의 문제가 아니다
일년 전만 해도 내가 걱정반 핑계반 무면허자로서 내세웠던 그 논리가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차를 타고 도로 위에 나서면
체감하는 그 도로의 속도가 어떨까 하는
앞선 짜릿함과 두려움이
지레 나를 매혹시킨다




2.

한강 소설을 샀다 오랜만에 책샀다
바람이 분다, 가라.
그 말에 철렁해서 샀다
가고 싶다 정말 가고 싶다
어딘가로 가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가다' 행위를 하고 싶다 
그제는 이 마음에 취해 어디론가 가고 싶어
마음 울먹거려서
그래서 아무것도 못할까봐 조마거려서
한숨한숨 아랫배부터 차곡이 쌓았다

나도 참, 왜 이렇게 압박에 강박에, 쫓기며 좇으며 사는지 모르겠다


3.
이 소설 반을 읽었다
가장 남는 문장은,

"토끼처럼 넓적한 흰 떡니를 드러내며 인주는 웃었다"

이런 것이다.
그토록 내가 좋아하던 이가
떡니, 라는 것을.
떡니,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알았다.
떡니를 가진 내 후배가 이 교정을 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자극하는 문장은,


한번도 종교를 가져본 적 없지만,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기도해본 적은 있습니다.
가장 많이, 간절하게 기도한 내용은 죽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도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정말 존재했다면 난 이미 여러번 죽었을 겁니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건, 그때마다 내가 그만큼 더 강하게 살아 있길 택했다는 걸
뜻합니다.
이건 말장난이 아닙니다.




4.
손발이 부었다
뇌가 저리다
술 탓이다

술 덕이다







술 때문이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