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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4.05 귀이
  3. 2009.04.01 지나칠수없었던거야
  4. 2009.04.01 BOB DYLAN
  5. 2009.03.24 비둘기
  6. 2009.03.19 우유의맛 3
  7. 2009.03.13 못난마음부림 1
  8. 2009.03.09 무인칭의눈물나 1
  9. 2009.03.01 스무 살
  10. 2009.02.26 내 손은 아픈 눈을 만져주지도 못하고 1

온기

일상 2009. 4. 26. 23:03


두 시간째다. 벌써 두 시간째다. 평일 오후,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있는 나는 책에 얼굴을 파묻은 채 두 시간째 소변을 참고 있는 중이다. 오른쪽 옆자리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나는 여태 다리를 달달 떨어가며 화장실 가는 걸 참고 있다. 뭐 늘 그랬다. 어릴 적부터 줄곧 그랬다. 웃기면 웃으라지만 소변참기는 세상에 대한 나의 소박한 저항이었다. 아무리 강인한 자도 생리현상 앞에서는 무장해제 당하고 만다는 걸 알게 된 어릴 적 난, 똥오줌을 잘 참으면 진짜 강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참을 수 없는 걸 참아가며 키운 내 반항심이 지금의 내 삐뚤어진 고집을 키운 것 같긴 하지만.  

엄마는 방 안에 앉아서 다리를 달달 떨고 있는 딸을 볼 때마다 “자꾸 그러다보면 몸에 돌 생긴다”고 달랬다. 그래도 못 들은 척 양반다리 하고 앉아 다리를 달달 떨고 있을라치면 참다못한 엄마는 꽥 소리를 지르고는 달려와 머리를 쥐어박곤 했다. “이 미련한 년아.”

엄마는 몰랐다. 그저 딸년이 지독히 게으른 줄로만 생각했겠지. 진심을 얘기해봤자 이해받지 못할 거라 생각한 어린 나는 귀찮은 것보다는 오해가 낫다고 생각하며 그냥 몇 대 맞고는 화장실로 끌려갔다. 그런데도 오줌 참는
버릇은 여전히 고치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렸다. 일상의 지루한 습관적 저항으로.

‘몸 안에 돌을 모을 테야. 거른 체 위에 걸린 알갱이들이 자글거리듯 배 안에서 돌들이 구르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돌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나는 강해졌다.’    

아까 점심대신 마신 우유 탓인가. 오줌의 비릿한 내가 코끝까지 올라오는 듯하다. 미련한 년.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선다. 최대한 침착하게 걸어가서 변기에 사뿐히 착지하리라. 침착하고 재빠르게 걸어간다. 화장실로 가는 길 창문 너머 아직 꽃을 튀우지 않은 벚꽃이 눈에 들어온다. 입을 앙다문 모양새를 보니 꽃 피우기 싫은 게다. 풋 하고 웃음을 날리곤 재빨리 스쳐지나간다. 그래 너도 오죽 하겠니. 오줌보 터지겠는데도 오줌을 쥐어 참고 있는 나나, 늦봄인데도 그러고 있는 너나. 가끔은 꽃들에게 봄은 폭력이다.    

두 칸 밖에 없는 화장실엔 이미 여럿 줄을 서 있다. 화장실 밖에서라면 어떻게든 참을 수 있을 것 같은 오줌도 화장실에 한발 디디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발가락 끝까지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저릿한 순간이리라.    

줄선 화장실 칸에서 빨리 나오지 않는 년이 원망스러워진다. 몸을 웅크리곤 한 주먹을 들어 화장실 문을 쿵 하고 치자 이내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한 여자가 나온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세면대로 간다.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급했다는 나의 절박한 얼굴을 보여주려 했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가다니. 난 숨 한번 크게 쉬고는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재빨리 바지를 내린다. 다리를 비비 꼬며 꼭 이렇게 허둥대는 찌질한 내 모습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싶어 낄낄거린다. 이런 걸 쇼라고 하는 거지. 나를 위한 쇼.    

들이쉰 숨을 크게 내쉬며 소변을 보려던 찰나, 그러니까 참고 참았던 오줌을 시원하게 내보려는 순간, 뜨뜻하다. 엉덩이가 뜨뜻하다. 모든 감각은 정지하고 촉각만 남은 듯하다. 온기 때문이다. 살을 맞대는 듯 변기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앞서 나간 여자의 온기인가보다. 그 여자, 오래도 앉아 있었구나 싶다. 플라스틱 변기로 전해지는 온기라. 촉감의 관음증처럼 수치스러우면서도 수치감에 앞서는 이 그리움은 뭔지.    

그러고 보니 소변보는 것도 잊고는 그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쭉 빠지며 시원하게 오줌을 눈다. 오줌의 온기가 쑥 빠져나가면서 생긴 한기에 푸드득 몸을 떤다. 아까워할 새도 없이 몸의 열기에 순식간에 휘발돼 버린다.

변기의 온기도 이미 식었다. 그런데 일어나지도 않고 나는 한참이나 그러고 앉아 있었다. 부끄럽겠지만 누군가
노크를 하면 나갈 참이었다. 그런데 몇 분을 앉아 있어도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없더라. 다리가 저려오는 것 같아 그냥 일어서 나와 버렸다.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보니 풍선 바람 빠진 듯 쪼글한 얼굴이 봄 햇살에 하얗게 지워졌다.   

저 멀리 비둘기는 채석장으로 가선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열람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은 나는 다시 오줌을 채우며 몸을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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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이

일상 2009. 4. 5. 00:32

내 카메라의 시선이 잘 듣는 귀와 같다 했다
듣기 좋았더랬지

상대의 이야기를 참 잘 들어준다 라고 했다
쉽게 인정했었지

잘 듣는 귀를 가졌(다고 생각하)되,
듣기 좋아하는 귀를 가졌(다고 착각하)되.

나의 귀는 얼마나 안이한가.
스스로를 향한 쓴소리엔
이리도 야박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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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왠지 그녀는 나를 싫어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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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DYLAN

일상 2009. 4. 1. 01:22


세상에나. 나는 그렇게 커다란 모찌 처음봤지 뭐예요. 큰 가위로 왕모찌를 네 등분 섬등섬등 잘라선 한 조각 입 안 가득 넣고 쫄깃한 팥고물 단내가 입안에 빵 터질 때.
그럴 때.
밥딜런의 노래가 빙글빙글 돌아나와 카페를 떠돕니다.
설익은 봄햇살이 내가 앉은 자리에 떨어지고, 내 눈앞엔 밥딜런의 LP판 표지가 있습니다.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는데도 지루하지 않으네요.
앨범 표지 사진을 찍은 당시의 풍경을 상상하고, LP판 표지에 묻은 손 때의 무늬를 더듬어 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위를 덮친 봄볕.

그렇게 시간이 영근 하나의 사물 그리고 계속 변화함으로써 흐르고 있는 하나의 사물. 
그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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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일상 2009. 3. 24. 14:19

윤무부 "비둘기가 무슨 죄 지었다고 잡아 죽이나"

2009년 3월 24일 (화) CBS < 김현정의 뉴스쇼 > (FM 98.1 MHz 07:00~09:00 진행 : 김현정 앵커)

(대담 - 윤무부 조류학자 (경희대 명예교수))


 
88 서울올림픽 당시에 하늘 높이 날아가던 수많은 비둘기들, 여러분 그 장면 기억하십니까. 한때는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요즘 비둘기들 신세가 처량해졌습니다. 언젠가부터 닭처럼 뚱뚱해져서 닭둘기라고 놀림을 받더니 이번에 환경부에서는 아예 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이제 5월 말부터는 비둘기를 합법적으로 포획을 할 수 있게 된 건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새 박사시죠. 경희대학교 윤무부 명예교수와 함께 비둘기 이야기 좀 나눠보죠.

◇ 김현정 / 진행

아니 어쩌다가 비둘기 신세가 이렇게 됐나 싶은데요...

◆ 윤무부

글쎄요. 그 비둘기는 옛날부터 평화의 상징인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걔들 신세가 정말 불쌍하게 됐어요.

◇ 김현정 / 진행

유해야생동물이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 지정을 하는 건가요?

◆ 윤무부

유해 야생, 우리 인간에게 해로움을 준다 그래서 그러는데요. 그 전에도 과수원의 까치나 또 도시의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이런 게 이제 우리 도시에 내려오고 또 농장물에 과수원에 해를 준다고 그래서 구제한다고 막 잡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못된 게 까치를 한 번에 잡는다 그래 가지고 10마리 잡은 걸 500마리, 1000마리 잡았다 그래서 지금 한창 검찰에서 불려다니고 많이 걸려들어갔어요. 그게 아마 1마리 잡으면 나라에서 얼마 돈을 주고 그럴 거예요.

◇ 김현정 / 진행

포상금이 있는 거군요?

◆ 윤무부

아마 그럴 거예요. 그런데 이런 것들 그냥 쉽게 하죠. 전 세계에서도 비둘기가 유럽 같은데 굉장히 많지만 유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잡아 죽이지 않아요. 유해 조수가 아니에요. 오히려 걔들이 먹게끔 조금 놔둬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었는데 어쩌다가 비호감으로 바뀌었나 제가 생각을 해 보니까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 윤무부

그런데 사실 옛날보다 많지 않아요.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고 잠 잘 데도 없고 번식할 데가 없어요. 그래서 옛날보다는 많지 않은 거예요. 지금.

◇ 김현정 / 진행

옛날이라면 언제입니까? 그게?

◆ 윤무부

1970년도 전후해서 60년도 전후해서는 우리 경희대학교 옆에 외대에서도 한 500마리 길렀거든요. 시청에서도 기르고. 그런데 지금은 여기 한강 고수부지 같은 데서 먹이 줘서 하고 있어요. 얼마나 보기 좋아요.

◇ 김현정 / 진행

그런데 그냥 우리가 길거리 다니다 보면 비둘기가 많이 늘어난 것 같긴 하던데요?

◆ 윤무부

아니에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비둘기가 많지 않아요.

◇ 김현정 / 진행

그렇습니까. 그러면 비둘기가 그동안 일으켰던 문제가 어떤 거라고 봐서 지금 유해 동물로 지정을 한 걸까요?

◆ 윤무부

그런데 비둘기는 유럽에도 지금 마찬가지로 많지만 우리 같이 유해 조수로 정해 가지고 잡아 죽이고 그런 것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 옛날보다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평화의 상징이고 UN의 상징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가 비둘기도 좀 있는 것이 좋거든요. 그걸 어떻게 단정 지어서 유해 조수 해 가지고 이제부터 잡아 죽인다는 거예요. 어떻게 동물을 막 죽여요.

◇ 김현정 / 진행

지금 많이 화가 나셨어요, 윤 교수님.

◆ 윤무부

나는 화가 나죠. 새를 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안 됐죠.

◇ 김현정 / 진행

"엄청 더럽다. 아스팔트도 부식된다" 이런 것들이 이유인 것 같던데?

◆ 윤무부

거짓말이에요. 아스팔트가 왜 부식이 돼요. 청계천 위에서 배설하기도 하고 차 위에도 배설은 했지만 그렇게 생각 하는 대로 부식은 안 시켜요.

◇ 김현정 / 진행

저는 일단 입법 예고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이 되는 게 비둘기도 비둘기지만 포획을 하려면 먹이에 약을 섞어놔야 될텐데 다른 동물들이 와서 먹을지 않을까 저는 그 부분이 걱정이 되던데요?

◆ 윤무부

물론 여러 가지 걔들이 먹을 게 고라니도 가끔 너구리 밤에 다니죠, 족제비도 있을 거고요. 심사숙고하고 그렇게 해서 잡든가 그래야지 어떻게 마음대로 그냥 우리 환경부는 저번 따오기도 그냥 그게 사전 검토도 안 하고 좀 그래요. 그게 생명 아니에요. 어떻게 생명을 죽여요.

◇ 김현정 / 진행

알겠습니다. 교수님. 지금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이 비둘기를 유해 동물로 지정하는 방안,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군요.

◆ 윤무부

아니죠. 까치,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다 그래요. 걔들이 무슨 죄가 있어요. 죄 지은 것도 없어요.

◇ 김현정 / 진행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둘기를 꼭 카메라로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따뜻한 날 오면, 하루종일 앉아 비둘기 관찰하자 싶을만큼 나는 비둘기에게 애정이 간다. 
자주 보며 정이 든 것도 있고, 불안하게 아스팔트나 도로 위 걸어댕기는 거나 아무거나 막 집어먹는 거 보면 어린애 보는듯 안타깝기도 하다. 
가끔 비둘기 볼 때면, 너희는 고향을 잃은 부모를 가졌구나. 그런 부모를 가진 지금 세대의 비둘기들은 어떤 집단적 감성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비둘기 밉다고 집어차는 사람들 싫어. 비둘기 굼뜨다고 미워하지 말아요. 자동차에 픽픽 채이는 비둘기 보면 마음이 바작바작.

유해야생동물에다가 포획하면 포상금도 준다니. 젠장. 열받네. 문제가 있으면 타협을 해야지 이런 방식은 잘못됐어.
동물들에게는 인간이 유해 야생일진대.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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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의맛

일상 2009. 3. 19. 23:57



우유를 바글바글 끓였다
부푼 우유 거품을 거두고
쌜쭉한 우유를 컵에 따른다

끓인 우유에서 비릿한 맛이 난다
입맛이 싹 가신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버린 혀
알고 있던 모든 맛을 잃었다

징글징글하다
눈물이 그렁그렁 속눈썹을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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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마음부림

일상 2009. 3. 13. 01:23

행복하고 샆다고?

거짓


너는 단 한번도 자신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 적 없잖아
왜 모른 척 하지
?응


모든 감정의 접수처와도 같은 몸뚱이여. 
기다림은 아직 오지 않은 감정이다

이 못난 마음부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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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칭의눈물나

일상 2009. 3. 9. 01:20




집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끊겼고 웬 일 인 지 나는 초조해서 안절부절하는 사이, 어느새 공간은 바뀌었고 나는 발이 없는 귀신처럼 땅 위를 걷는 것도 그렇다고 나는 것도 아닌 채 황량한 벌판을 한참이나 헤매었다. 꿈과 가위눌림의 경계였던지 주위에서는 귀신의 웅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웬 일 인 지 나는 익숙하지 않고 무서웠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을 헤매이다 잠에서 깼고 새벽 4시였다.
잠에 든 지 한 시간 만이었다. 불도 끄지 않고 잠든 누군가가 불현듯 보였다 사라졌다.

눈을 뜨자마자 가슴에 금이 갔는지 작은 뼛조각 하나가 툭 떨어져서는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아이고 눈물나
무인칭의 눈물나

의식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문자를 보내고는 다시 잠으로 도로로 말려 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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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일상 2009. 3. 1. 02:21

 


따뜻한 봄날 어느 일요일의 결혼식, 친척 모두 모여 건물 앞에 소복히 모여 있는 풍경.
머리에 파마 말고는 엄마 손 잡고 골목길 걸어 가는 아이. 이런 것들 상상하는 버스 안.

햇살이 뭉치로 들어 오는 책상 위에 앉아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달콤한 낮잠.
영화 세미나. 다큐 '사이에서' . 손바닥을 앞 뒤로 슬쩍이 뒤집으며 숙명을 이야기하는 감독의 나레이션.
걱정해도 하염없이 걱정, 생각해도 진전없는 생각 그리고 웃어도 계속 웃음. 친구와 전화 수다.
밤 12시 술 취한 아저씨가 버스를 타고 고개가 꺾이도록 잠을 자는데 커브를 돌 때마다 바닥에 자빠질듯 기우뚱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불안함.


그리고. 잠들기 전 이장혁의 노래. '당신 세대' 나는 왠지 부러운 당신 세대. 당신. 당신.



이장혁/스무 살

내가 알던 형들은 하나, 둘 날개를 접고 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지
난 아직 고갤 흔들며 형들이 찾으려했던 그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섰어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수상한 질서
하지만, 난 상관없는 듯

너는 말이 없었고 나는 취해있었어 우리에겐 그런게 익숙했던 것처럼
귀찮은 숙제같은 그런 나를 보면서 더 이상 어떤 말도 넌 하기 싫었겠지
내가 말한 모든건 내 속의 알콜처럼 널 어지럽게 만들고

밖으로 밖으로 너는 나가버리고 안으로 안으로 나는 혼자 남겨져
밖으로 밖으로 널 잡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나는 취해만 갔어

어둡고 촉촉한 그 방안 그녀는 옷을 벗었고 차가운 달빛아래 그녀는 하얗게 빛났어
나는 그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창밖이 밝아왔을 때 난 모든걸 알았지
그녀가 예뻤냐고, 그녀의 이름이 뭐냐고 가끔 넌 내게 묻지만... 

밖으로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고 안으로 안으로 그녀는 잠들어있어
밖으로 밖으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우린 벌거벗었어
밖으로 밖으로 눈부신 태양이 뜨고 안으로 안으로 날 비추던 그 햇살
밖으로 밖으로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안으로 하지만 난 울고 있었어 

난 울고 있었어 난 울고 있었어
넌 울고 있었어 우린 울고 있었어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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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발을 헛디딘다
또 다시 구덩이에 빠진다
꾸역꾸역 기어나와서는
뜨거운 햇볕에 진흙을 말린다
아 몸과 마음이 무겁다
속눈썹에 달라 붙은 진흙 뭉치가 자꾸 시야를 가리고
눈물을 펑펑 흘리자
진흙물에 눈이 너무 따갑고
내 손은 아픈 눈을 만져주지도 못하고
마음은 아프고
발은 마음과 너무 멀고
마음에게 길을 묻지 못하는 발은 자꾸 미안하고
하지만 멈출 수 없고
그렇게 그렇게 가다보면.


 


I don't know what i can save you from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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