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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태양은 어둡고 달빛은 홍어무침보다 빨개서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곳이 있지
열린 동공으로는 감지할 수 없어 그 나라의
빛이란 내 이가 웃고 있을 때완 다르거든
치석이라면 또 모를까, 게선 냄새가 나
머리칼과 머리칼, 거웃과 거웃끼리
뒤엉켜 흘리는 우윳빛 밤꽃 냄새
..........그게 그리워 일부러 눈 안 뜰 때가 있어

2.관자놀이 위로 들들들들 드릴 쏘는 소리 들리고
수소 분자를 닮은 구멍들 속으로 들락날락
흰 비곗덩어리가 녹아내리는 그런
밤이면 헿굼물에서 막 건져 올린 원피스처럼
자꾸만 '수'따라 물 빠지는 내 실루엣에
몸을 끼워 넣는 너,
들쭉날쭉한 밤과 낮의 교차로를 닮은 옷걸이인
네가 있어 나는 맛보고야 만다

네 가슴은 아직 덜 부풀었지만
시지 않다 네 침은 아직 싱겁지만
묘한 풀 내음이 난다
나는 네 안에서 자라고 싶어진다 더 크게
더 탁하게, 둥둥둥두웅두웅두웅......
.........나도 좀 데려가지 않을래?

나는 삼일 전에 구운 바게트처럼
딱딱하고 거칠거칠한 내 양 팔다리를
우걱 우걱 씹는다 주사위처럼 몸통만 남아
나는 다리 두 개 잘린 무당벌레처럼 기우뚱
기우뚱 네 등 위로 올라탄다
가자 가자 네가 사는 곳
십삼월, 삼십이일, 팔요일마다 축제가 열리는
그곳으로 어서 가자

3. 나는 점점 네 속에서 불탄다
불똥이 튀고 불꽃이 잔기침을 솎아낼 때마다
노래기처럼 다리가 생겨난다 옆구리에도
목에도, 발바닥에도,허벅지에도,혓바닥에도
다리들이 삐죽삐죽 자라난다

달리자,어서어서 달려
철커덩 철커덩 채찍을 후려치며 나는
네 속으로 더 빨리, 더 깊숙이,침투한다
뢴트켄의 사진 속 최초로 증명된 인광처럼
이제 나는 어둠 속에서도 완전한 너를 볼 수 있다

삼지창에 내 머리칼을 돌돌 말아 잡아당기는
완전한 너를 본다,선인장 잇몸처럼 뾰족뾰족해진 내
살점들이 앞다투어 네게 악수하려고 달려드는 걸
본다, 화상물집처럼 우둘두둘한 벽지처럼
찢어진 거울 위에 벌져서는 너 자꾸만
속삭인다 몰랐니? 내가 '나'라니까, '나'

4.방 한가득 내 얼굴로 들어차
유리창은 볼록거울로 서 있다
바람 든 무처럼 시린 얼굴로
나는 너를 부른다,너!
무를 후벼파는 칼끝은 무딜수록 아프다더니
날 위해 송곳이라도 찾으러 간거니
.........네가 그리워 일부러 눈 찢어 벌릴 때가 있어


                                     김민정, 나의 '완전한'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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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대함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위대함이 저 비속한 자들의
열등함을 발견하는 것, 이를 '귀족적 평가양식' 그들은 스스로를 긍정하기 위해 대립물을 찾을 뿐이지 타자를 부정하기 위해 자신을 드높이지 않는다.

2. 자기 아닌 것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 노예의 도덕, 가치설정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서 비롯하는 것이 '노예적 평가양식'

3. 행복은 행동과 분리되지 않는다.

4. 약자의 약함 자체는 원래 그런 무력함일 뿐이지만, 의도되고 선택된 것으로 날조된다.
그리하여 보복하지 않는 무력함은 선량이 되고, 겁 많은 비열함은 겸손이 되며, 비겁함이 인내가
되며,
복수할 수 없음이 복수하고자 하지 않는 관용이 된다. 궁극적으로 적에 대한 사랑이 된다.

5. 힘을 쓰지 못하는 무력한 자들이 힘 쓰고 욕망을 표현하는 자들을 비난하는 심리적 기제가
원한이라면 모든 힘쓰는 자들이 스스로를 비난하는 자기 검열의 산태가 양심의 가책 이다.

6. 만약 우리 삶 전체의 조건과 싸우고 있다면 그는 가장 위대한 인간일 것이다.
"최고로 자유로운 인간 유형은 최고의 저항이 끊임없이 극복되는 곳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니체, 우상의 황혼 38절)

7. 니체는 "국가란 온갖 냉혹한 괴물 가운데서 가장 냉혹한 괴물이다"고 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서서히 자신의 목숨을 끊어가면서 '생'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곳" 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신, 우상, 마녀)가 무너져야 진정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8. 이 세계는 필연의 세계다. 즉 물체들이 활동하는 우주적인 수준에서 보면
모든 시간은 현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계를 모조리 긍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연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계와 싸우며 조금씩 나아갈 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깊어진다.

우리가 위대해지는 법, 즉 우리가 성숙해지는 법은 이 길밖에 없다.
                 

                                                       <키리쿠와 마녀> : 우상의 황혼과 위대한 건강,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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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 

글_ 정유희

 
그곳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지
그대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고
오월의 장미처럼 환하게 취하기도 했지

누군가 사라져도 천장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수맥이 강한 그 자리에서 못 박혀 자야
숙면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누군가 물으면 늘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지

따뜻함이란 어떤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등 한가운데를 정면으로 볼 수 없듯
경험해본 적 없는 것들이기에 곡해는 한층 쉽다
단정 지을 수 있는 게
온 우주에 단 한가지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저 밖에 500년 된 늙은 나무가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표정하게 서 있구나
섣불리 울고 웃지 않으니 곡절 많은 인생사 곁에
오래 서 있을 수 있었겠지
곪아 터질 것 같았던 현실들은 결국 흐리멍텅하게 미화되어 전설 속에 잠식된다

방은 채워지고 또 비워지게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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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거라

인용 2008. 7. 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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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거라...
   삶은 습관이 아니라 백 번 천 번 거듭되는 자기 갱생이니
   산산조각 난 상실 끝에서 본성과 실재를 깨닫고,
   그 가난과 정화의 힘으로 너를 낳아라, 진실로 ....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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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덤으로 /황인숙

인용 2008. 7. 16. 23:01

나, 지금
덤으로 살고 있는것 같아
그런것만 같아
나, 삭정이 끝에
무슨 실수로 얹힌
푸르죽죽한 순만 같아
나, 자꾸 기다리네
누구, 나, 툭 꺽으면
물기하나 없는 줄거리 보고
기겁하여 팽개칠 거야
나, 지금
삭정이인 것 같아
핏톨들은 가랑잎으로 쓸려다니고
아, 나, 기다림을
끌어당기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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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 몸은 보리수인 채,
살아 너무도 무겁게 잎 피우고 있는 듯하며,
마음은 거울인 채,
먼지며 티끌이 덮여,
심지어 내 얼굴까지도 비춰 볼 수 없이 된 듯만 싶다.

 
나는 그 때, 그 쌓인 먼지 같은 빛 가운데 내가 눈을 뜨고 누워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바다의 무게처럼, 그러면 갑자기 빛의 무게가 느껴지며,
내가 글쎄 한 마리의 죽은 물고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죽어서 물 밑에 깔여 있으면서,
닫힌 듯한 둔한 눈을 하고 하늘을 쳐다보는 고기들은 얼마든지 많았었다.
죽은 지가 얼마 안 된 것들은, 배를 하늘로 향하고, 둥둥 떠 흘러 다니기를 오래오래 계속한다.
그러다 비늘을 잃고 밀려서 해변으로 와서는, 모래톱에 던져졌다간,
어떻게 모래톱에 묻혀 든다.
햇볕 아래서 추워하며, 둔하게 번쩍이다,
모래톱의 습기 때문에 썩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수가 돌아오며, 그 모래톱을 적시기 시작하고, 흔들어 덮기 시작하면
죽은 고기는 다시 떠오른다.
그때는 햇볕에 데워졌던 부분을 드러내 옆으로 누워 있는다.
만약에 물새나 송사리들이 그 몸을 파먹지만 않는다면 그런 부표와 그런 침몰이 반복되는 사이,
저 고기의 몸은 솜처럼 피어나고, 그때에 이르면 젖은 몸이 무거워 물 밑으로 가라 앉는다.
水死 가 완벽히 이뤄져 버린 것이다.
나는 이제는 허전함을 느낀다. 주위가 휑뎅그렁하고, 아무리 더워도 혼이 춥기 시작한다.
잠 못드는 아이에겐 이제 마녀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살을 갉아 먹으려고 소글소글 웃는 물자락이며, 물새의 뾰족한 손톱으로 내 배를 긁어 구멍을 내서는, 저 수백년 자락지며 모아 놓았던 여울,
저 수백 년 노래하며 못다 부른 곡조,
수백년 출렁이며 아직 못다한 한, 그래서 엉긴,
조수의 앙금맑음 한 것을 집어 넣는다.
그런 밤으로 나는, 수정돌을 뱃속에 처넣고, 자꾸 무거워 가라앉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녘에 다시 잠들어 있고, 뱃속에 넣은 조수의 앙금이 거품이 되어
끼욱끼욱 울며 날아가는 꿈을 꾼다.
밤중에 꺠어서 부른 노래는,
그런 끼욱거림 같은 것이었다.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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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일이 그렇게도 서럽기만 서럽던 것이다. 천 년 전에 죽어 촉루로나 구르고 있는 듯한,
그런 해골 속을 산다는 일은 아프던 것이다.
외롭던 것이다.
무섭고 슬프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땅을 치며, 하늘을 우르르며, 몇 기억나지도 않는 다정한 얼굴들을 부르며,
처럽시 처럽시 울었더니, 그 울음의 꼬리로, 푸른 달빛인지, 잠인지가 반쯤 풀려 나와,
나를 달래고 든다.
글쎄 언덕 그늘인지, 밤인지, 아니면 잠든 나무들의 손가락에 옷고름이나 묶어 놓고 살며시
마슬 떠난 어떤 수풀 구늘인지 달빛인지, 글쎼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 나를 포근히 감싸고 드는데,
그러자 내가, 그냥 한 소년, 철은 없었으나 늘 흥그런히 눈물만 담고 살던 때로 되돌려진 듯이
느껴진다. 어쩌면 한번 떠나서는 몸으로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던 그 바다가,
죽은 넋으로라도 못 잊어 찾아와, 그녀의 혼처를 헤매는 한 고혼을 감싸주었을지도 모른다.


죽음의 한 연구 중, 박상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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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말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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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의 매혹은 완전히 시들어 버렸다. 세익스피어가 얼마나 인류를 혐오했던지,
옷을 차려입는 것, 아이를 낳는 것, 입과 배의 추잡함!
언어의 아름다움 속에 숨어 있던 메시지가 이제 셉티머스에게 명백해졌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남몰래 전해 주는 은밀한 신호는 역겨움과 증오와 절망이었다.
단테도 그랬다. 아이스킬로스도 마찬가지였다.


_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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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서사극

인용 2008. 7. 2. 00:58


1. 브레히트가 그의 연극을 서사극이라고 명명한 줄거리의 중단은 끊임없이 관객들 사이에서의
환영의 효과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환영은 현실의 요소들을 실험적 배치라는 의미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연극에는 방해가 된다.
그러나 상황이 제시되는 것은 이러한 실험적 배치의 서두가 아니라 그 마지막에서이다.
물론 이때의 상황은 이런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상황이다.
이들 상황은 관객에게 가까이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제시되게끔 되어 있다.
관객은 이들 상황을 자연주의 연극에서처럼 실제의 상황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때 관객은 그러한
실제의 상황을 자연주의 연극에서 처럼 만족감을 가지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움을 가지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서사극은 그러니까 상황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발견한다고 할 수 있다. 상황의 발견은 줄거리 진행과정의 중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경우의 중단은 자극과 흥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중단은 사건진행 과정을 정지상태에 이르게 하고, 또 이를 통해 청중에게는 사건진행에 대해서, 배우에게는 그의 역할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도록 강요한다.

2. 서사극이 겨냥하는 바는 관중을 감정으로서-그것이 비록 선동적 감정이라고 하더라도-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통하여 지속적인 방식으로 관중을 그가 살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부연해서 말하자면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웃음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사고를 하도록 하는 데는 영혼의 진동보다는 횡경막의 진동이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벤야민, 생산자로서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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