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운 아티스트를 갈망하면서 정작 그 아티스트가 새로워지는 것에는 야박한 대중과,
가차없이 세상을 공격하면서 정작 세상이 자신을 공격하는 건 참지 못하는 아티스트 사이.
시사IN '밥딜런 그 인간, 복잡한 인물이네' 中, 김세윤 영화에세이스트'
시사IN '밥딜런 그 인간, 복잡한 인물이네' 中, 김세윤 영화에세이스트'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 John Davidson
내가 방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당신 때문이예요
염려말아요, 괜찮아요.
"MB정부 만만찮다. 갈 길이 멀다"
6.10 '촛불항쟁' 하루 전 만난 시민들
2008-06-09 오후 10:46:43
6.10 민주화 항쟁 2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시위를 하루 앞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7시 촛불을 들고 모인 1만여 명의 시민들은 지난달 25일 전주에서 '정권 타도'를 외치며 분신, 이날 오전 숨을 거둔 이병렬(42) 씨를 추모하며 다음 날 있을 집회를 기약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남대문, 명동, 종로 등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시청에서 100미터가량 떨어진 청계광장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한 공연과 진보신당 관계자들의 상황 설명 등이 이어졌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방송국"
시민들은 특히 지난 주말 시위에서 등장한 쇠 파이프 문제, 촛불집회가 초기의 시민주도형 방식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지적,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별도로 집회를 치르자는 주장 등에 대해 저마다 견해를 밝혔다.
개인 신분으로 참여한 시민들은 쇠 파이프를 드는 문제나, 경찰이 폭력을 유도했다는 주장(프락치설)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광우병대책회의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한 권정무(25) 씨는 "쇠 파이프를 쓰면 경찰을 자극하고 강경 진압을 합리화할 명분을 주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씨는 또 "시간이 지나면서 구호가 미국산 쇠고기 반대에서 공공 부문 민영화와 같이 다양한 이슈로 넘어왔다"라며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쇠고기 문제 하나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광우병대책회의가 만드는 무대는 소통을 위한 방송국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없앨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참석한 대학원생 유기정(35) 씨는 쇠 파이프를 든 시민의 정체에 대해 "시민이라면 얼굴을 공개했을 텐데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프락치일 가능성이 크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촛불집회에 처음 왔다는 유 씨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그러려면 리더가 있어서 흩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대책회의가 그런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선입견을 품고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섯 차례 집회에 참여한 직장인 이준호(44) 씨는 "소위 일반시민들이 겉돈다고 하는데 자발적인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산발적이어도 안 되기 때문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하다"며 "경험과 역량을 갖춘 대책회의가 시민들의 힘을 합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그런 단체를 두고 '배후세력이네' '운동권이네' 매도하는 게 더 문제"라며 "서로 정보와 공감대를 나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지금은 초반전이다. 집회 주최 측에서 그동안 매우 세련되게 진행해 왔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청와대로 향하는 거리행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청와대에 간다고 해서 대통령을 끌어낼 수도 없기 때문에 거리행진만 하면서 의사표시를 적절히 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프락치가 무서운 이유는 서로 불신하게 하기 때문"
혼자서 15차례 이상 집회에 참여했다는 회사원 김인수(43) 씨는 쇠 파이프가 등장한 장면을 코앞에서 목격했다며 "광화문 중앙분리대에 있는 파이프 비슷한 것이었다. 방패로 맞다가 흥분해서 집어든 것이다. 준비된 게 결코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자신을 '운동권 주변에서 맴돌던 386세대'라고 소개한 김 씨는 특히 경찰이 보낸 프락치가 집회의 과격화를 유도했다는 소문에 대해 학생 시절 경험을 들려줬다.
"과거 학생 시절에도 경찰 프락치라는 의혹을 받아 소외받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다. 프락치는 그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를 통해서 서로 불신하게 하는 게 정말 무서운 것이다. 서로 의심하면서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김 씨는 이어 "국민대책회의가 너무 조심스러운 게 오히려 문제라면 문제"라며 "집회를 짧게 하고 행진을 해야 하는데 토론이나 자유발언을 두 시간이나 한다. 그렇게 해선 안 바뀐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의 대응을 보니 상황이 녹록지 않다"라며 "구호만 외치고 기다리면 들어줄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간디의 무저항 운동은 영국 상품을 안 쓰고 생업을 포기하면서 사회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방식이었다"라며 "이명박 정부가 하는 걸 보면 그런 방식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을 만나던 중 1990년대 경기도 지역 학생운동을 '주름잡았던' 김 모(38) 씨를 만났다. 지금은 보통 시민인 그가 이번 촛불시위와 주말 이후 변화된 분위기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김 씨는 "이렇게 많은 군중이 모이다 보면 통제가 어렵고 개인 의견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뭐가 옳다 그르다 얘기하기 어렵다"라며 "쇠 파이프를 들자거나 청와대로 가자는 의견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려되는 건 이명박이 노리는 분열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인데 쇠고기 재협상을 하라는 큰 대의에 동의할 수 있다면 작은 이견을 이해해야 한다"라며 "자기 행동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니 최대한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서로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황준호/기자
무경계 문화펄프 연구소 <츄리닝 바람> 은 다방면의 문화저격수들이 모여 있는 창작집단이다. 대학시절 최초로 모여 시나리오를 쓰고 8mm, 16mm 등으로 독립영화를 제작하던 독립영화사 청춘>을 확장개편해 현재는 연극, 뮤지컬, 시나리오, 마임, 책 만드는 작업등의 기획을 제작사에 아웃소싱해주며 자체 제작도 겸하고 있다.
변덕스럽고 폭력을 대놓고 남발하는 사회에서 멸종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각각의 환경에서 유령처럼 버텨온 방식을 바탕으로 문화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다.
츄리닝바람은 <서바이벌 마스터>방식, 즉 <현장에 나가면 반드시 살아서 돌아온다>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맡은바 임무는 저격수처럼 철저하게 프로퀄리티를 지켜주되 학연이나 지연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프로세스를 지우고 돌아오는 과정까지의 유미주의를 지향한다. 갈수록 코너에 몰려가는 인디문화를 살리기 위해 서로의 문화를 저.격.해.주.자.는 의미 또한 깊다. 책상에 모여 앉아 열심히 총신을 닦고 의뢰를 받으며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멤버들은 늘 움직이면서 고민하고 있다.
츄리닝을 입고 있지만 그들은 자 신 들 이 세 계 의 알집이 되고 있다고 확 신 한 다.
나는 선언의 천재/사계절을 저지르며 거듭 태어난 포 스타(four star)/
침묵과 비명의 일인자인 철문이여/얼음으로 만들어진 찬 변기여/
그리고 너 속 검은 의자여/나의 실패담이 그렇게 듣고 싶은가...
뜨거운 세상이 소년을 달구었는지/소년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려 했던 건지
어쨌든 세상을 조금 알 것만 같던, 솜털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하는/
한 소년이 야구를 합니다/소년의 아버지의 머리통이 담장을 넘어가고/
소년은 배트를 던지며 퍼스트 베이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담이 비 오듯 쏘아집니다 이리저리 둘러보지만/그러나 퍼스트 베이스는 어디에
나는 두 번째 죄의 계절을 맞았습니다/더 이상 태어나기 싫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지만/(주근깨 여자는 어디로 간 걸까 지난밤 태내의 쌍둥이처럼
친밀했던)나는 사방에서 자꾸 태어났습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차창의 불빛 환한 밤 기차처럼/
이렇듯 나는 너무 빤하고 선언은 늘 부끄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선언의 천재/모든 것을 선언한 뒤 알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겠습니다.
....결국 빛이 빛을 찾아 헤매는 슬픈 시간입니다
주근깨 여자의 행방을 물으며 H에게 피 묻은 야구공을 선물하던 밤/술에 취한 H는 머리 뒤에 깍지를 끼고/거만한 말투로 내게 말했습니다.
아직도 오늘 밤이군.
....결국 빛이 빛을 모른 체하는 슬픈 시간입니다
소년은 여전히 퍼스트 베이스를 찾아 달려가고/몇 개의 담장을 넘고 넘어 늙은 남자의 머리통이/보건소 쓰레기통에 처박히자,/소년의 어머니는 달리는 소년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칩니다
빠울 빠울
나는 노래를 잊었습니다 댄스를 잊고 비행기/접는 법 잊었습니다 팔 걷지 않습니다
뜀뛰지 않습니다/그러나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잠들 수 없는 시간
-황병승, '사성장군협주곡'
하나의 문학 텍스트는 분석을 기다리는 보고(寶庫)이다. 잘 쓰여진 작품일수록 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해질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 감동을 준다는 것은 쓰여진 텍스트가 살아서 그것을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감동을 느끼는 동안 우리는 마음에 와닿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연하게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텍스트와의 그 어떤 교감으로 행복해 한다. 이런 행복감에 목말라서, 마음에 울려올 한 구절의 문장을 찾아서 우리는 수많은 책장들을 뒤적이고 서성거리는 것이 아닌가. 어쩌다가 찾아내는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마음에 새겨두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현실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텍스트 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 속에서 작가와 만나고, 책 속의 인물들과 만나고 진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문학이 주는 이러한 마음의 움직임은 우리로 하여금 질서정연한 사물의 논리에 지배된 현실에서 한 걸음 비켜서게 만든다. 하나의 풍경은 언제나 <거기에 그대로> 있다. 다만 바쁘디바쁘게 돌아가는 리듬 속에서 언뜻 발견한 그것을 우리는 의식적으로 떨치고 또 잊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실타래 같은,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그 망각과 기억의 혼합물에 침식당한 정신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므로. 그러다가 한 편의 글이 그 풍경을 일깨워줄 때에 우리는 곧장 아, 그랬지, 그래, 거기 하나의 풍경이 있었어 하고 기억해 낸다. 문득 모든 것이 멎어 있는 하나의 풍경을 발견하는 아뜩함, 그 아뜩함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정지, 그러니까 휴식, 우리가 한 편의 문학작품에서 바라는 것은 이런 휴식이 아니던가.
계절이 바뀌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무엇이 드러나 있는지 자주 둘러 봐야 할 것이다. 통풍이 안 될 정도로 잡목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산 속인지, 아니면 탁 트인 그 산의 봉우리인지를.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가슴 아프게 한다. 누군가를 괴롭게 하고 있으며 슬프게 혹은 고독하게 만든다. 빈 골목에 쏟아져 나와 노는 아이들 때문에 골목이 살아 있는 공간이 되고 나비 한 마리에 의해 풀꽃이 제 모습을 한 순간 아름답게 드러낼 수 있는 것과 같이 우리도 우리가 하는 일에 생명을 줄 수 있다면 더불어 사는 일이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