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을 떠올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그림자가 일어서면,
그렇게 오롯이 일어나 걸어가기 시작하면 그리고 기어코 지구가 제 그림자를 따라 걷기 시작하고 그렇게 우주 끝간 데 없이 가기 시작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또 우리는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지구를 말릴 수는 없겠지,
영상은 Vincent Urban.
음악은 Yann tierson의 dust lane.
여전히,
세상 돌아가는 일이 너무너무 신기하다. 익숙해질만 하면 어느새 또 낯설다.
그 경계에서 다시금 절실해지는 건,
어떻게 인간적 상황을 벗어날 것인가.
하릴없이 듣고 또 듣고,
힘을 빼고 부르지만 온갖 감정들이 밀도 높게 농축돼 있는 듯한 음악.
카메라 돌아가며 몸으로 리듬타는 사람 하나둘 스쳐갈 때, 느낌 정말 좋다.
하염없이 듣고 또 듣는다.
질 들뢰즈는 뱅센느 대학의 한 강의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괴로움을 겪지 않는 자, 그건 무슨 뜻일까요?
그는 자신이 버텨낼지 버텨내지 못할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정작 필요할 때, 가장 용감한 유형들은 맥없이 무너져 버리고,
그 방면에서 형편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유형들이 경이롭게도 끝까지 버텨냅니다.
...
이렇게 말하는 건 너무 쉽죠. ‘아 난 결코 그걸 못했을 거야!“
우리는 그러면서 세월을 보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할 수 있는 것, 우리는 그 옆을 스쳐갑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죽고,
그것을 결코 알지 못할 것입니다.“
(진은영,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그린비 gblog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