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98건

  1. 2008.03.16 뚜끼뚜끼
  2. 2008.03.16 이제그만들어야지
  3. 2008.03.15 원칙론자? 진보?
  4. 2008.03.13 좋은 것만 보고 들을까
  5. 2008.03.13 쓴소리
  6. 2008.03.12 보고싶어
  7. 2008.03.12 댕댕한단감
  8. 2008.03.10 그냥고구마로살다죽을걸
  9. 2008.03.09 질문
  10. 2008.03.09 좋아

뚜끼뚜끼

일상 2008. 3. 16. 23:15

걷는다
봄이라 그런지 참 많이 걷는다
바람나도 봄 탓 우울해도 봄 탓, 하지만 좋은 것도 다 봄 탓이야
마음 좋은 봄은 황사바람에 찔끔거리며 눈 비비면서도 능글 웃고 있어서 좋다
걷는다
주위에서도 걷는 사람이 많다 요즘 엄마는 통화할 때마다 걷고 있다하고
친구는 오늘도 어디까지 걸었어 하며 바람냄새 폴폴 나는 문자를 보낸다

나도 많이 걷는다
'내가 세상에 저항하는 방식은 지칠 때까지 걷는 것이다'
잠수종과 나비라는 책에 나오는 그 평범한 한 문장에 멍해진 적이 있다
우아 걷는 게 이렇게 멋있는 거구나  

걷는다
버스로만 보던 길 가의 간판들을 직접 보는 것은 영화의 세트장을 걷는 것만 같고
누군가와 여기에 꼭 같이 와야지 하며 설레하고
걷는 동안 머릿 속에 떨어지는 이런저런 상념들이 좋고
가사 아는 노래들을 끝까지 부르는 것도
아무도 없는 데선 괜히 큰소리로 아!아! 복식하고
무엇보다 바람에 마모되는 내 살들이여 안녕

종로에서 경복궁을 거쳐 자하문 터널을 지난 적이 있는데
꽤 늦은 밤이었다
준비된 마스크를 쓰곤 터널 안을 걷는데
차 지나는 소음이 어찌나 센 지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터널을 지나는 동안 내가 바스스 소멸해 버리는 건 아닌가 두려워질 정도였다
아무 흔적없이 실종되겠구나
왠지 슬프다 그래 터널처럼 외로워진다
나 참 별 거 아니다 지금 생각하고 있다고 별 건가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왜 이리 하찮아질까
주황 빛 조명 아래를 걸으며 정육점에 쓸쓸하게 걸린 고깃덩어리가 된 듯한 기분

터널을 지나고 마스크를 벗는 순간 상쾌한 밤바람이 입과 코의 먼지를 확 쓸어 가는.
하늘을 보니 별도 있다 그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내 가슴에 훈장처럼 박힌다
고마워 별아 다시 어깨를 펴는 자아

그렇게 혼자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이것저것)걷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피로감이 확 몰려 온다
그리곤 버스에 실려 집으로 간다


..가끔 지친 몸으로 라면을 뽀작뽀작 부셔 먹기도 한다


여하튼 정말 걷는 데에 재미들렸다

바람을 가르는 날개 같은 팔의 힘을 조종한다
발이 능동적인건지 수동적인 건지도 알 수 없게 되는 순간에 다다르면
나는 태옆감은 인형이 된다
코와 입의 역동적인 펌프질은 온 몸의 땀 구멍으로 무기력함을 폭폭 밀어내어 준다

아- 이- 아름다운 운동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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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그만들어야지

일상 2008. 3. 16. 21:52

앵콜요청금지/브로콜리너마저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만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미련인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 밤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미련인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밤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아무래도 네가 아님 안되겠어 이런 말하는 자신이 비참한가요 그럼 나는 어땠을까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아요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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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론자? 진보?

일상 2008. 3. 15. 18:48

신해철 인터뷰 기사를 보다가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원칙론자다. 나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진보로 분류될 때 좌절을 느낀다. 내가 다른 나라에서 진보로 불리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얘기는 전부 원칙과 기준에 대한 얘기다. 우리보다 앞서 실험을 했던 다른 국가들에서 검증이 된 만국 공통의 스탠더드라는 거지,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진보라는 말을 쓰면서도 왜 늘 찝찝했는지를 환기한다.
묘한 그 우월감. 내가 옳다고 사람들에게 주장할 수 있나? 하는 기분이 늘 들었던 건,
내가 옳으니 남들 따르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원칙론자 상식적인 일을 한다는 것과 진보는 다른걸까?

그럼,
원칙론자와 진보를 분리하는 것이 좋을까 상식적인 게 곧 진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사실 우리 사회는 상식적인 것들이 곧 진보라 불리는 사람들의 활동이 아닌가?


뭘 나누는 걸 싫어하고 어디에 발 딛는 걸 싫어하긴 하지만,
때론 좌표가 있고 그걸 표현하는 언어가 잘 정립될 필요성이 있다는 걸 느껴.

옆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으니까 또 머릿 속에서 생각이 중지하는 구나.
생각을 해야해. 끝까지 생각을 해야 한다니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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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교회다니던 친구가 성경 같이 읽자고 해서 재밌게 성경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친구는 마지막에 기도하자고 했다 그때 친구가 하던 기도 중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우리 윤미 늘 좋은 것만 보고 듣게 해주시옵고...'


그래 이것만큼 우리들에게 필요한 기도가 있을까
그러니까 이것만큼 슬픈 기도가 있을까


이 한 점 같은 세상에서 부정하고 싶은 게 너무 많잖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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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일상 2008. 3. 13. 21:27

'그렇게 살면 안돼' '계속 그렇게 갇혀 살거냐' '초딩처럼 굴지마라' 이런 말들.
요즘은 어른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지 않다. 오늘 수업시간에 한 교수님이 얼굴이 벌개져서는
대학생 욕을 해댔다. 우린 좀 깨져야 한다.

하지만 쓴소리 해주는 어른들은 귀하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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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어

일상 2008. 3. 12. 01:4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날의 저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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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한단감

일상 2008. 3. 12. 01:35



5000원짜리 알이 굵은 단감을 사선 열을 몽땅 빼곤 얼기 직전의 댕댕함으로,
아무 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아무 것도 발산하지 않고 내 몸 속에
작은 열매로 존재하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수렴하며
결국 하루의 마지막에 명치의 뻐근함을 느끼는 날엔

댕댕한 단감을 가져와선 커다랗게 베어 문다
숨죽이며 목말라하던 몸이 정신없이 단감의 즙을 빨아 들이는 사이
슬며시 내 몸의 아이를 보러 들어 간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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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닥노닥/ 싸이에 예전 방명록 보다가

 
힘내 고굼.
힘들지.
.

그러길래 그냥 고구마로 살다 죽지
왜 사람 행세 하고 다녀.


힘내.
이말밖엔 뭐.
.
.
언닌 오늘 물먹은 고구마-_-

안녕
눈이 퀭한 만두가.


귀여운 만두님ㅋ

작년 7월 중순이었는데,,
아무도 보지 않을 골목까지 기어 들어가선
만두한테 전화해 찔찔 거렸었지

그냥 고구마로 살았으면 흙에서 적당히 뒹굴다가
내가 가장 원하는 모습으로 (아마 군고구마? 물에 푹 담겨서 삶기는 건 싫거든.)
노오란 속살을 가진 통통한 고구마 그리고 김 폭폭나는 분을 내며 사라졌을텐데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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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일상 2008. 3. 9. 12:12
사랑방 임파워먼트 워크샤압, 토론에서 곱씹어 볼 만한 이야기들 

문제를 던지는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인권활동가대회서 '화장실'이야기를 했을 때, 첫 질문이

'트랜스젠더에게 화장실이 얼마나 폭력적입니까'
가 아니라
'화장실은 각자에게 어떤 공간입니까'

이건 무언가가 특정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가 각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자꾸 생산돼야 /우리 문제도 중요한데 다른 건 어떻게 신경쓰냐/ 처럼
자기 집단의 목적 중심적인 운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도 많은 질문들이 재생산돼야 한다는 것을,
'그건 내가 닥쳤을 때의 문제고' 라는 생각들에 균열내기.

그러고보니 저런 질문이 나에게는 더 뼈아프다.
인권을 위한 인권공부, 여성을 위한 여성공부.
단지 그 뿐 정작 내 삶에 접속되는 질문들을 던져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청소년 최저시급 문제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내 알바 최저시급은 제대로 못챙기는?
나는 나에게 닥칠지도 모를 성폭력 문제에 얼마나 여성주의 방법론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뭐 그런.. ㅎㅎ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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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일상 2008. 3. 9. 01:42



그대의 입에서 또로록 굴러 나오는 외국 영화감독이나 배우의 이름
또로록 굴러 나왔다 또로록 굴러 들어 가던 아주 짧은 순간
그 듣기 좋은 발음 그 향기 좋은 말
좋아 좋아  


내가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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