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99건

  1. 2008.09.17 같기도.
  2. 2008.09.15 그리움만 쌓이네/노영심 1
  3. 2008.09.09 지렁아개미야헌집줄게새집다오 2
  4. 2008.08.28 아주큰가방을멘아이 2
  5. 2008.08.22 sogoodbye 1
  6. 2008.08.18 선하게살기위해나는 1
  7. 2008.08.18 파란 웃음
  8. 2008.08.18 알겠니 1
  9. 2008.08.12 중요하지않아 1
  10. 2008.08.02 이 모든 증상. 3

같기도.

일상 2008. 9. 17. 01:54


이 새벽. 난 용을 써서 쓴 감을 하나 꿀꺽했다.
목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고통을 감수하며 쓴 감 하나를 꿀꺽했다.
고구마를 먹을 때 느껴지는 목막힘의
고통과는 사뭇 다르다.
흡수되지 않은 씀이 오돌토돌하게 입 안 가득 묻어 있다.

나쁘진 않다.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같기도.



 

갑자기 친구의 문자가 떠오른다.

'언니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고구마 하나 때문에 반역자가 됐을까?'
난 '고구마로 혁명하겠다' 했고
그럼 우리 카페 이름을 '고구마 혁명'으로 짓자고 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생각난다. 춥고 춥던 겨울 날 난생 처음 덕수궁길로 들어서던 날,
편의점에서 따뜻한 베지밀B 두병을 사선 두툼한 외투 주머니에 하나씩 집어 넣고선 한참 헤매어서 찾은 정동극장. 그 곳에서 만난 노영심. '이거 드세요' 삐죽 베지밀을 내밀자, 대답도 않고 그냥 웃는데 우와 이 사람 그냥 얼굴만 봐도 좋은 사람이다 싶던.
한 시간 가량 인터뷰했었던가. 난 팔 아프단 말 한마디 못하고 팔에 힘 꽉 주고 바들 떨며 한 시간 동안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_- 용타.

'피아니스트답지 않은 손이죠' 하며 내민 그녀의 작고 동그란 손.
마냥 착한 사람이지만은 않은, 사랑할 줄 알고 사랑 받을 줄 아는 현명한 사람 같았다.

오랜만에 이 노래 들으니 어찌 이리 노래를 그립게 부를 수 있을고.
그러니까.


그립다. 당신 목소리.
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버려서 당신은 내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아도 되는 담백한 그리움이
되었으면. 그래도 참 좋을 것 같다. 아니다. 나쁘진 않을 것 같다. =_=


요즘 난 자주 웃는다. 걸핏하면 재밌다고 배를 잡고 웃으면 그걸 본 친구가 따라서 웃고 또 그게
재밌어서 같이 웃는다.
줄타기를 하듯 사는게 위태롭고 불안하면서도 그 줄이 발바닥을 왜 이리 간질이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큰 코 다쳐, 후회한다. 좀 진지해지자 싶다.

그러다가도 '사는 것은 더함없이 체험만 같다'라는 말만 믿고 싶은 날들이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햇살이 너무 강해 땅을 보고 걷다가 어디선가 희번듯 거리는 게 있어서 놀라 두리번거렸다.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서 땅에서 막 올라온 듯한 축축한 지렁이의 몸에서 오로라가 만들어진다.가느다랗고 긴 지렁이가 아스팔트 위를 꿈틀거리며 나아갈 때마다 마치 흑인의 이가 희번듯이는 것처럼 1초 간격으로 번쩍 거린다.
하지만 제 몸을 태우는 저 지렁이는 얼마나 따가울까. 잔인한 햇살.


+어릴 적 내가 살던 작은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선 동네 아이들끼리 맨날 뭉쳐서 장난질을 했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서 지렁이를 잔뜩 뽑아내고 지나간 다음 날이었다.
대부분의 남아들과 여아 몇몇이 바가지에 소금을 잔뜩 담아 나와선 화단을 향해 걸어 갔다. 왜 그런지 울동네엔 비가 내리고 나면 지렁이들이 그렇게도 많이 나오더라.
아해들이 소금을 지렁이에게 팍팍 뿌려대기 시작했다. 몸을 비틀며 말라 죽어가는 지렁이의 모습이 그렇게도 매혹적이었던가. 실컷 소금을 뿌리고선 죽어가는 지렁이들을 넋 놓고 바라보던 아이들. 나 역시 늘 소심하게 옆에서서 육체를 비트는 지렁이들에게 안타까움만 날렸었는데 (어느덧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 날만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러잖아도 숨 쉬려고 땅 위로 나온 지렁이들에게 숨막힘보다 더한 고문이라니.
나도 아이였지만 아이들의 순진한 가학이 더 무섭다. 왠지 그것이 인간의 본능인 것만 같아서. 본능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정당화하는 권력이란.
난 있던 자리에서 슬금 일고여덟걸음 물러났다. 그리고선 꽥 소리를 질렀다.
하지마 그만해 니들 진짜 못됐다!
그러자 몸 안에서 숨 막혀 하는 지렁이가 나오듯 눈물이 쑥 떨어 졌다.
나조차도 민망하게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머쓱해진 내 남동생은 집에 가자고 가자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많이 달려 마르고 시커먼 어린 나는 흙 구멍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입안에서 침을 가득 모아선 구멍 속으로 퉤악 뱉고 있다. 구멍을 분주히 오고 가는 개미들을 보며 그들의 소굴을 멸망시키고 싶었던겔까.
우연히 개미집이라도 발견했다 치면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앞에 앉아 오물거리며 침을 모으곤 했다.
그러면서도 난 아스팔트 위에서만 걸으면 풀 하나 꽃 하나도 밟지 않으려 잰걸음으로 조심해서 걸었다. 뭐 그
만큼 땅을 많이 보고 걸었단 얘기일게다.




=유년시절을 기억해내는 것은 단지 추억산업이 아니다.
 이건 역사의 문제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아주큰가방을멘아이

일상 2008. 8. 28. 23:05


꿈 얘기 했었잖아
내가 엄청 큰 가방을 메고선 엄청 큰 수족관 앞에 서서 물고기 구경을 하고 있었다고.

몸보다 더 큰 뚱뚱한 가방을 메고선
화려한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는 아이.

큰 수족관을 배경으로 그 앞에 멀뚱히 서 있는 아이의 뒷모습.
당신이 그 얘기 하는 순간 마치 내게 각인돼 있었던 기억이었단 듯이 그 이미지가
떠오르는 거야. 그보다 나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이 있을까.

나 쓸쓸할 때마다 자연스레 그 이미지가 보여.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 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아.

마음. 쓸쓸해.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sogoodbye

일상 2008. 8. 22. 09:58




                    so good bye .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비오는 날 이런 노래.

그리고 바람따라 들려오는 비에 젖은 청이의 노래

우리 아기 이름은
비 맞은 파초래요
우리 엄마 이름은
안녕한 링링인데
엄마는 바람에 가고
아가는 비 따라 오고



+
어쩜
진정 원하는 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소규모의
향긋한 하양 노랑 아카시아
어울려 노래를 부르자

각자의 소규모들이
모여
우리 우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선하게살기위해나는

일상 2008. 8. 18. 23:50


누군가에게서 날아온 메일

그때 뵙지요 라는 말과 함께 . 고집있어 보이는 마침표에서 시선을 내리자마자
보이는 글귀.


참으로 선하게 살기 위해 우리는

추수에 대한 희망없이
선의 씨앗을 뿌리는 법을

희망없이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그리고

보상에 대한 기대없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다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러한 비극적 세계관 속에서도
언제나 기뻐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김상봉, 호모 에티쿠스



코끝이 시큰하다.



하지만 난.
죽어도.
마음을 다하진 못할 것 같다.


그저
너덜해진 마음만을 움켜지고선
애도하지도 못하고
끙끙 거리겠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파란 웃음

일상 2008. 8. 18. 00:19

서울역 지하도를 걸어간다
지상으로 오르는 길을 향해 그늘의 틈을 비집으며 걸어간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목, 햇살이 겨우 비켜간 그늘에 살지 않는 듯 누워있는 아저씨
바지춤 끝에서 폴폴 나는 먼지를 햇빛이 태우자 때어 절어 반질거리는 옷
구십도로 꺾어 오른쪽 다리를 무릎에 올리고선 여전히 살지 않는 듯 누워 있는 아저씨
코까지 내려 온 푹 눌러쓴 모자

걸어가며 스치듯 본 그의 입은 웃고 있다
계속 걷는다 그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웅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훙얼훙얼 썩고 낡은 누런 이로 부르는 노래이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무표정으로 그늘을 벗어나 계단을 오르며 뜨거운 햇살을 맞는다
기꺼이 제 몸을 익히러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에게서 숭고미가 느껴진다
같이 이끌려 난 계단에 발을 디딘다
웃던 아저씨의 모습이 뜨거운 햇살에 파랗게 질린다
내 눈에 계속 둥둥 떠다니는 파란 웃음

나는 그네들 때문에 운 적 있는데 이젠 울지 말아야겠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알겠니

일상 2008. 8. 18. 00:05



1. 사회 비판을 '소비'하지 말자

2. 쉽게 실망하지 말자, 아니 실망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자.

3. 좋아하는 것과 미워하는 감정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함께 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중요하지않아

일상 2008. 8. 12. 01:34

나는내가패션일까봐두렵다너무두려운거다
못견딜만치갑자기무섭고부끄러워지는거다

아니란거알면서왜나는나를이렇게괴롭히는건가
자기반성하기하지만여전히자기변명만.
나는. 나는 말이다 얼마나 절박한가






빛나려 하지 마라, 삶이 전시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대가 아무리 희망을 꿈꾸어도 때때로 일하고 때때로 진지해서는
당신의 손바닥만 한 허무와 그 우울을 날려버릴 수 없다.
위로와 위안을 구하지 말고 깊이 있으라.

유성용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이 모든 증상.

일상 2008. 8. 2. 00:47

행복하고 싶다. 나도 행복이란 거 믿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나도 사랑이란 거 믿고 싶다.

믿음은 믿는다고 생기지 않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