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98건

  1. 2008.06.11 폭력비폭력 프레임
  2. 2008.06.10 헉헉턱턱 숨막혀
  3. 2008.06.06 힘이쎈-나는별을박을게
  4. 2008.06.03 서러운평화 1
  5. 2008.06.03 그리워하시면안됩니다 1
  6. 2008.06.01 5월31일6월1일 그것도 2008년. 1
  7. 2008.05.30 내려가지않았어
  8. 2008.05.29 재밌네
  9. 2008.05.23 내20살그림한자락
  10. 2008.05.22

폭력비폭력 프레임

일상 2008. 6. 11. 23:50


비폭력을 당연히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폭력비폭력 논쟁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갖는다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벽증에 불과한 비폭력엔 반대한다. 비폭력을 위한 비폭력에 반대한다. 그 얄팍한 비폭력에 반대한다.  
어제의 컨테이너 박스가 안전한 시위에 효과적이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권력의 정당화에 기가 막힌다. 그리고 그 장벽을 그 폭력을 우리 스스로의 심리에까지 치려는 비폭력 행동엔 반대할 수 밖에 없다.



편향된 인용이긴 하지만 어제 컨테이너 벽 앞 토론에서 녹취한 것들 중 생각해 볼 거리 준 발언들.


"비폭력의 방법은 한가지가 아닙니다.
삼보후퇴만이 비폭력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지금 비폭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반대합니다."

" 우리가 차벽앞에 다가서려 하는 것만으로도 폭력이 구성된다고 얘기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진압의 명분의 명분을 둔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입니다. 그동안 거리에 나와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찰은 자기가 진압 할 시간에 진압합니다. 그리고 굳이 우리가 폭력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경찰은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집시법 상의 진압근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압의 근거를 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서 가만히 얘기하고 있으면 경찰이 우릴 해산하지 않겠습니까? 경찰은 언젠가 합니다. 왜 그 명분을 우리 스스에게 다시 돌려놓는지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고요

좀 더 근본적인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엊그저께 있었던 쇠파이프 사건을 보면서 무지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런 상황이 다시는 없기를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할 기회를 봉쇄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하나라도 더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같이 우리가 뭘 할 수 있느냐를 얘기할 수 없는 상황에선 한 명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쇠파이프 생각이 안나겠습니다. 여러분 길거리 혼자 가다가 기분 나쁠 때 있으면 길거리에 있는 돌멩이 걷어차지 않습니까.

하지만  열명이 기분나쁜 일 있을때 돌멩이 열명이 걷어차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얘기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비폭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를 저 비폭력을 외치시는 사람들이 막고 있는 것 자체가 그런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이런 장이 더욱 많아져야 되고 저는 여기가 모인 것이 민주주의를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절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증식할 때만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더 많이 광장에서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여기서 스티로폼을 쌓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책회의처럼, 있든지 말든지 무시하고 그냥 저기에서 방송하고 발언대하고 노래 틀어주는게 우리의 의지를 담는 방식은 아니라는게 분명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이 정말 이깟것 무슨 상관이냐 우리는 그 정도 개무시한다고 생각하면 저는 그 자리를 밤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와서 맞부딪치기 싫으면 경찰이 먼저 열어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속 행진을 해야죠. 계속 행진도 안하고 왜 앞에서 어물쩡있다가 스스로 발을 빼냐는 거죠. 스티로폼 안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발 더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우리만의 방식을 우리의 상상력으로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헉헉턱턱 숨막혀

일상 2008. 6. 10. 10:20

감자와 고굼 여사는 산책을 자주 하지요. 산책 중엔 쉼도 없이 수다를 떱니다.
하지만 우리의 산책은 스스로에게 폭력이지요. 산책은 뚜벅이인 우리들에게
집까지 걸어가는 것인데 인도는 곧 도로변이니까요.
그새 공기가 더 더러워진 건지 어제따라 예민한건지 이내 목이 타끔타끔 거리더구만요.
우린 자동차 바퀴와 아스팔트 도로가 일으키는 마찰 소리가 너무 싫어졌습니다.
자동차가 지나가며 허공을 찢는 소리조차 신경질났습니다.
귀와 코가 약한 감자는 헉헉턱턱하며 여기서 더 살다간 죽겠다고 했고
과격한 고굼은 자동차 테러를 해서 사람들에게 환기를 시키자고 했습니다.
이성적인 감자 여사는 그건 반발심을 살 뿐이라며 제지하여 주었지만요.
전 가끔 신호를 기다리느라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들을 볼 때면
붕 떠날라 옆차기를 하여 다 쓰러뜨리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입니다.
아아 자동차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전 차가 다니지 않는 드넓은 광화문 사거리의 집회 현장을
걸어다닐 때마다 묘오한 쾌감을 느끼지요.
운전면허증 따라고 협박하는 아부지에게 전더이상자동차의수를늘리고싶지않아요 했다가
돈도없으면서벌써자동차살생각하냐며 그건필수 라고 구박받았지만 정말 지구가 끙끙 앓아요.
내 지구말고 우리 지구말이예요.



서로를 특히나 스스로를 쉽게단죄하지말고 느슨하고꾸준히가자 그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는걸 배우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흔들리며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며
아 진실해보여 하며 혼자 뿌듯해하는데
버스가 갑자기 느리게 간다 
한 아저씨가
'시위하다 본데 이 버스 어떻게 가나요?'

기사 아저씬
'모르겠네요 어디로든 둘러 가면 되겠지요'
농담하듯 버스보다 더 느릿느릿한 말투

그 와중 난
아 이런 이백원 아껴보고자
미리 버스카드를 찍었는데
아 환승해야 되는데 물릴 수도 없고 징징


자포하고 자책하고
버스 좌석 더욱 깊숙이 눌러 앉는다
후아 친구 생일 선물로 줄 시집을 꺼내 뒷표지를 읽는다

언제부터인가 내 삶이 엉터리라는 것뿐만 아니라
너의 삶이 엉터리라는 것도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너라도 이 경계를 넘어 가주었으면

그래서 적어도 도달해야 할 무엇이 있다는
혹은 누군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 어떤 존재증명과 같은 것이 이루어지길...
사람들은 왜 내겐 들을 수 있는 귀만을
허락했냐고 신에게 한바탕 퍼붓는 살리에르의 한탄과 비애를 전하지만,
사실 얼마나 배부른 소린가? 모차르트와 동시대인이라는거, 그거 축복 아닐까?
돌이 아니라, 쏟아지는 별들에 맞아 죽을 수 있는 행복, 그건 그냥 전설일 뿐인가?
친구, 정말 끝까지 가보자. 우리가 비록 서로를 의심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도록 증오할지라도.(진은영)



돌이 아니라, 쏟아지는 별들에 맞아 죽을 수 있는 행복이라..

네 명이 지내는 복닥복닥한 기숙사 방에서 같이 이층침대를 쓴 룸메가 있었다.
시각디자인과 였던 룸메는 등을 마주하고 책상에 앉아 있을 때면 종종
언니 이거 봐요
여러 가지 글과 영상들을 내게 소개했고 그럴때마다 난 고개를 뒤로 꺾어 룸메가 보여주는 글과 영상들에 탐복했다.
넌 왜 공부안하고 맨날 이런 거만 봐
전 이렇게 딴짓하는게 다 전공 공부예요
룸메가 만든 인디언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흥겹고 따뜻해서 참 좋았던,

우린 주말이면 일주일치 뉴스를 틀어놓고 아침밥을 먹으며 사회문제에 대해 얘기했고
난 가끔 룸메 컴퓨터의 영화와 동화책들을 읽느라 밤을 새었다
룸메의 취미는 동화책 수집
난 사회과학 서적이나 소설책들을 간간이 빌려 주었다
우린 각자의 위치에서 세상 일에 예민했고 삶의 관습에 염증을 느껴했다
그만큼 입안에 밥알 튀겨가며 시시콜콜하고 엉뚱한 얘기들을 많이 했다

언젠가 본 책 트뤼포에 나온 구절처럼,
미래를 예측하거나 야심 찬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책을 읽고 작은 발견을 해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날들.

한창 더운 여름날 밤이었다 구멍가게에서 팥빙수와 우유를 사선 법학관 건물 테라스로 갔다
그 곳은 너머 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한 가득 고여 있어 아주 시원했다
그곳에 앉아 팥빙수를 먹으며 산과 우리 사이에 놓인 밤하늘의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룸메가 말했다

'언니 밤 하늘에 코끼리랑 기린이랑 물고기 모양의 별들이 빛났으면 좋겠어요. 그거 바라보면 우리 마음도 좋아질텐데.'

그 말이 아주 진지해서 난 웃지도 않고'
'응 정말'

우린 남은 자잘한 얼음을 나눠 입에 털어넣곤 말없이 부셔 먹었다

오랫동안 유학을 갈 것 같다 한 것 같은데 여전히 어딘가 밤하늘 허공에 머리를 박고 있을 것 같은 사람. 잘 지내니

"넌 그림을 잘 그리니까 하늘에 코끼리 밑그림을 그려줘
 힘이 센 나는 하늘로 올라가 별을 박을게"

문득 지난 날 생각나게 해준 많은 것들에 고마와하며
그렇게 너에게나에게우리에게 응원 또 응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서러운평화

일상 2008. 6. 3. 01:44

앞마당엔 당글당글 감나무가 열리고 텃밭엔 통통한 고구마가 흙에서 자고 있고
내 똥으로 키운 상추 뜯어 깨끗이 씻어선 소쿠리에 얹고 쌈장 두 숟갈 크게 종지에 뜨고
고슬고슬한 흰 밥을 쇠그릇에 살살 푼다
상추 오목하게 만들어선 밥 가득 얹고 쌈장 얹어 상추쌈 싸서 나 한 입 멍멍이도 한 입
그렇게 밥 한그릇 다 비우곤 상추 기운에 취해 멍멍이와 나란히 평상에서 낮잠 푸짐하게 잔다
그리고 해질 무렵 발그레한 공기 한 가운데서 깨어났을 때,  
그 먹먹한 서러움에 멍하니 앉아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걸 꼬박 지켜 보고 있다
깨어나는 순간에 지는 해를 보는 것 만큼 서러운 평화를 체험하는 일이 또 있을까
세상 과의 숨바꼭질에서 나는 꽁꽁 숨어 버렸고 더 이상 세상도 나를 찾지 않는 그 고요한 순간
낮잠 자는 동안 사는 법을 까맣게 잊어 버린 듯 하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집회에서 오만가지 다양한 의견이 있는 건 좋은데
이명박 탄핵하자는 목소리를 틈타 노무현 전 대통령 칭송하는 소리엔 화가 난다
한 아저씨는 이명박 대통령에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먹여주더니만 갑자기
우리 노무현 대통령은 하나의 정책을 내릴 때도 잠을 못자고 얼마나 고심하고 고통스러워했는지
아느냐며 그의 홈페이지에 그런 흔적이 다 남아 있노라며, 그 존경어린 눈빛
노무현정권때 FTA 추진에 경찰폭력도 심했으면 더 심했거든요
시민들이 차 막힌다고 경찰차벽 너머로 손가락질 할 때 그 안에선 농민들 노동자들 물대포맞고
방패로 찍히고 곤봉으로 맞고 했어요. 지금만큼 아니 지금보다 더 끔찍한 사진들도 많아요
미국산 쇠고기 반대하고 의료민영화 반대 한미FTA 반대 구호외치면서 노무현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닐까
그러니까 사람을 지나치게 미워하는 건 경계하고, 본질적이고 명확한 문제의식 그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지금 반대하는 것은? 그렇다면 끝까지 경계늦추지 않기.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지금 집에 들어 왔다. 너무나도 긴 하루. 이 긴 하루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집회에 나가지 않아도 괴롭고 나가도 괴로운 날들이었다. 아직까지 집회에 나가도 담담하지 않은 건다행인건가 불행인건가.

전 국민들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아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물대포를 몇 시간째 맞고 있는 때에 YTN은 경찰이 첫 물대포를 쏘았다고 했다. 정부가 방송을 통제했다는 소식을 새벽에 들었다.

총도 없고 최루탄도 없으니 물대포는 마구 쏘아도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밤새도록 물대포를 쏘았고 가장 공기가 차가울 새벽 5시부터는 1분 간격으로 물대포를 쏘아대서 실신하는 사람들이 늘어 갔다. 비틀거리는 학생의 손이 백지장처럼 하얬다. 수건을 얻어 젖은 머리를 털어주자 목을 가누지도 못하고 픽픽 꺾였다. 우리 왜 여기 이러고 있나 눈물이 났다.  
경찰들은 방패로 땅을 찍으며 대열을 몰아 부쳐 인사동까지 갔다. 물대포를 맞고 간간이 연행을 당하며 계속 밀렸다. 하루가 지났고 어느덧 아침 8시였다.
대치하던 경찰과 시민. 경찰은 여러분에게 40분이라는 시간을 주었는데도 약속을 어겼다는 오만한 방송이후 점차 한발자국씩 다가왔고 시민들은 열을 지어 서서히 뒤로 물러 났다. 순간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달렸고 시민들은 놀라 도망가면서 거리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뛰지 말라고 소리쳤다. 우리들은 폭행하면서 연행해 가는 경찰을 부여잡고 때리지 말라고 미란다 원칙 지키라 했다. 하지만 인도에서조차 사람들을 연행해 가는 불법적인 경찰들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곤 놀라 흐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겪은 상황이랑 연락처를 적어 달래자 온 몸을 파르르 떨며 말도 못했다. 정장을 입은 남자는 한 손에 구두를 한 손에 운동화를 들고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울부짖고 있었다. 손에서 피가 묻어 나왔다. 진정하시라고 숨 한번 쉬시라고 하자 남자는 그제서야 눈물을 펑펑 쏟아 내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폭력으로 겁을 주겠다는 건가. 당신들이야말로 정말 법이 무섭지 않은가. 왜 정부는 우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우리는 2008년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의 거리에서 두려움과 분노에 떨고 있는가. 짧은 순간, 이러한 경험이 공포로 이어지고 상처가 되는 순간 패배주의를 더욱 내면화하며 침묵으로 귀결될 대한민국의 풍경을 상상해 버렸다.

잔인하리만치 따뜻한 일요일 아침 햇살의 풍경은 그랬다. 모든 폭력이 아침 햇살에 선명히 드러났다. 이미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경찰은 방어하는 시민들을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밟아선 끌고 갔다. 경찰들의 등 뒤에서 나는 들었다. '잘하고 있다' 며 '밀어부치라'는 말들. '대항하면 다 잡으라'는 공무원이라는 자의 끔찍하리만치 불법적인 발언도 있었다.
전함 포텐킨의 한 장면과도 같은 폭풍우가 지나고도 경찰들은 그 일대를 누비며 간간이 사람을 패서 끌고 갔다. 표적연행도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경찰청장 정말 끔찍하다. 대추리에서의 만행을 더넓은 서울 한복판에서 손가락 하나로 실험하고 있다.
분명 시민들은 맨 손을 들어 보였다. 물통을 던지면 그 물통을 경찰들이 다시 던질 걸 알기에 서로에게 던지지 말라고 소리 쳤다.

싸우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미래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집회의 문제점이고 뭐고 더욱 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려는 분석과 해석은 수도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다. 최선책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좌표의 이동이 있어야 가능하단 걸 느낀다. 목표지점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최선책을 운운하고 있는 것보다 더 무책임한 것은 없다. 적어도 '책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사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말이다. 난 내가 눈으로 본 것만 믿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더욱 더 부대낄 수밖에 없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내려가지않았어

일상 2008. 5. 30. 01:55

금요일 오후, 수업이 끝나자 마자 학교 건물에서 쪼르르 달려 나왔다. 교문을 지나 5분 여 걸어간 곳. 아무도 반기지 않는 듯한 무표정의 북한산 등산로를 찾았다. 도로변에서 살짝 비켜난 이런 두근두근한 위치. 마치 다른 세계로 잠입하는 통로같다. 도로 변이라 자동차 매연이 여전히 심해 도망치듯 등산로 입구에서 달려 올라 갔다. 하아- 그래도 산은 산이다. 오분 정도 걸었는데 몸 속의 공기가 정화된다. 인적이 드물어 좋다. 무릎을 한껏 굽히며 씩씩하게 걸어 본다.

형제봉까지 갈 참이다. 교문을 들어 설 때마다 늘 흘끔 보곤 하던 북한산의 모습에서 형제봉은 어디에 박혀 있던 걸까. 산 속으로 들어가면 도무지 내 위치를 알 수 없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난 묵묵히 닦여진 산길을 따라갈 것이다. 그래 산을 오르면서 단순해지고 단순해지자. 잡념을 버리자. 그러고마 했는데도 자꾸 생각들이 내 머릿 속으로 떨어진다. 또 생각의 노예가 된다.
살면 살수록 왜 이렇게 방향잡기가 힘든 걸까. 되돌아가고 싶지도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도 않은 인생의 이 지점에서 한 없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기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이토록 치열한 고민으로 다가오는 때. 그건 현실을 피하기 위한 핑계일 뿐인 건지. 그건 그렇고 현실이란 게 있긴 있는 걸까. 그래 이 모든 건 내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나를 사랑하진 않는가 보다. 삶을 위해 자꾸 나를 희생시키는 듯하다. 땀이 흐른다 싶었더니 꽤 경사진 오르막을 오르고 있다. 숲에서 바스락 소리가 난다. 바람이 낙엽을 건드리겠더니 했는데 묘하게 자꾸 눈길이 간다. 자꾸 보니 흙이 움직이네 두더쥔가. 이 시점에 뭔가 환상적인 일이 벌어졌으면 좋으련만. 나만이 간직할 수 있는 뭔가 비밀스러운 일. 유에프오를 봤다거나 하는. 땅을 뚫고 무언가가 확 출몰했으면 싶다. 땅에선 여전히 뭔가가 꼬물거린다. 흙의 표면이 길을 만들며 들썩거린다. 한참을 비탈길에서 어설프게 서서 바라보고 있다. 혼자 등산하니 한없이 태평스러워지는 구나. 좀 전의 긴장감에 머쓱해져 다시 길을 오른다.

한 시간쯤 올라서야 쉴 만한 너른 바위가 나온다. 가방을 풀고 앉았다. 옆엔 중년의 부부가 이야기를 나눈다. 친척끼리 싸웠나 본데 돈을 빨리 안갚아서 문제가 있었나 보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형제들끼리 돌아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던데 그래도 요즘은 형제들이 별로 없으니 그런 일은 없겠지. 그래도 난 동생에겐 뭐든 퍼줄 수 있을 것 같다. 군대를 가서 애틋해졌나 보다. 뭐 여튼 그래도. 이야기를 끝낸 부부가 가방에서 뭘 주섬주섬 꺼내더니 카라멜을 먹는다. 그러곤 나에게 와서 두손 한웅큼을 쥐어 준다. '학생 이거 먹어' 그러더니 이내 치즈 두장까지 얹어 두고 가신다. 기분 좋다. 곱게 포장을 펼쳐 따뜻함을 까먹으며 신대철 시인의 시집을 꺼내 읽는다. 인간적이라는 것. 글자 한 땀 한 땀에 배어 있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 그는 어릴 적 나무 위로 곧잘 올라가 해질 녘까지 내려오질 않았다고 한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사랑하게 하고 자꾸만 떠돌게 하는 걸까. 여전히 알 수 없는 허허로움에 휩싸여 있는 나. 평생 그럴 것이다. 그래 이게 삶인 걸. 그 허허로움을 견뎌 내며 조마조마한 허무감을 즐기며 나는 성실한 생활인이 되겠지. 산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정말 생물체같다. 김광섭의 시처럼 '새벽녘이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 해질 무렾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 놓고 먼 산 속으로 가는 산.' 이렇게 자연과 부대끼고 부대끼면서 아무 것도 아닌 내가 되어 가는 기쁨. 하지만 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내가 되지 못할까.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덧대면서 존재감을 얻는 것. 아무 것들도 아닌 사람들의 살짝 목마를 듯 결핍한 사랑이 넘치는 세상.  

친구의 문자가 온다. 산엘 한참 올랐는데도 터지는 휴대폰이 신기하다. 미처 꺼두지 않은 걸 후회했지만 앞머리 자르다 눈두덩이 베어서 피난다는 친구의 문자에 피식 웃음이 난다. '나 여기 북한산이야아아아아호' 문자를 보내니 '또 청승맞게 혼자 갔겠구먼' 타박을 준다. 어느새 땀이 다 말랐다.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전혀 모른다. 굉장히 비탈길이다. 바위를 손으로 짚고 용을 쓰며 오른다. 어릴 때 극기훈련을 할 때면 선생님들은 내게 제일 못할 것 같이 보이는데 제일 깡다구 있다고 해주었다. 어릴 적 기억에 괜히 뿌듯해져 산악인처럼 폼을 내며 오른다. 산 그늘에 어두운 낙엽길이 나온다. 실컷 걷다 이대로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래도 좋겠다 싶다. 쉬고 걸으며 두 시간을 훨씬 넘어 올랐다. 이제 정말 다 온 것 같다. 막 파른 계단길이 보인다. 손에 힘을 꽉 주고 하얀 바위를 짚고 오르는데 불현 듯
사람들은 공평한 걸 싫어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왜 이 생각이 불쑥 떨어졌지. 그러고 보니 오전에 본 영화잡지에서 영화 추격자가 주는 불편함을 지적하며 극 중 여주인공이 죽은 것에 대해 관객들은 죽지 않는 것을 지지하지만 잔인하게 죽는 것에 더 매혹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논리가 전면화한 신자유주의의 잔인한 풍경이라고 했다. 예리하다. 영화평에 감탄했는데 그랬는데 왜 형제봉을 맞기 직전 이런 생각이 드는가 싶다. 폐허처럼 자꾸 무너져 내리며 세상 밖으로 밀려나고픈 욕망과 세상 속에 푹 담겨 그걸 휘젓고 싶은 욕망에서 난 여전히 갈등하는 것인가.
 

하아 다 올랐다. 사방으로 서울이 내려다 보인다. 잡념들 다 부질없다. 어쨌든 나는 여기 이곳에 있으니까. 가까운 시야엔 야트막한 집들이 있는가 하면 멀찍이엔 아파트들이 징그럽게 가득 꽂혀 있다. 옆에 앉은 아저씨와 아주머니 둘은 저기가 형 봉우리고 여기는 동생 봉우리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저 너머 형 봉우리에도 몇 사람이 보인다. 문득 투신하고 싶은 욕망이 인다. 아슬아슬해져 풀썩 주저앉곤 바위에 벌렁 누웠다. 산의 허공은 맑고 깨끗하구나. 꽤 먼 거리의 봉우리인데도 그 곳에서 떠드는 소리가 부서지지 않고 곧게 날아온다.
하늘과 마주보고 누워있기에 눈이 너무 시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 옥상에서 낮잠 자던 개야 개야 왜 놀라 깼니 무슨 꿈 꿨니 하암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재밌네

일상 2008. 5. 29. 15:08

문화부 홍보지원국 교육 자료 입수

‘외롭고 가난한’ 네티즌 대응방안은 ‘세뇌와 조작’

“(인터넷)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어차피 몇 푼 주면 말 듣는 애들에게 왜 퍼주고 신경쓰는가.”

인터넷 ‘악플’이 아니다. 하지만 악플 수준의 현상 진단과 대책이 오간 이 자리는 이명박 정부가 5월 초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집담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던 시점에 마련됐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이날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는 68쪽짜리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자료가 활용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내용은 홍보담당 공무원 교육용이라고 보기에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우선 이 자료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을 언론의 선정주의 탓으로 돌린다. 정부 정책이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특히 방송이 감성적 선동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기본적으로 감성에 민감하다. 신문의 상대적 위축과 방송의 부상 속에서 <미디어오늘> 출신 방송쟁이가 <조선(일보)> 데스크만큼 괴롭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식한 놈이 편하게 방송하는 법이 대충 한 방향으로 몰아서 우기는 것이다. 신강균, 손석희, 김미화 등 대충 질러대서 뜨고 나면 그만이다.”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을 기본적으로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뒤 젊은 층은 아무 생각도 없고 비판적 이성의 밑천도 바닥이라고 폄하한 대목도 문제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황당한 대응방안도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세뇌’와 ‘조작’이다.

“다양해진 미디어를 꼼꼼하게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이날 교육에서는 마지막으로 언론 대책과 관련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 매체에 대한 조용한 (취재) 아이템 제공과 지원도 효과적”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해당 교육은 문화부 공식 행사가 아니라 홍보지원국 소속 12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부모임 같은 것”이라며 “(문제의) 교육 내용을 문화부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출처 : 한겨레21 http://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8/05/021005000200805260712036.html


하하하하하하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재밌네
진짜재밌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내20살그림한자락

일상 2008. 5. 23. 02:4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빨간 벙어리 장갑을 꼭 갖고 싶었고
이대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20살의 겨울
언제까지나 변했고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았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

일상 2008. 5. 22. 02:16



자기 전 그대에게 들렀다가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그대를 부르는 누군가의 애절한 글.

그대를 생각하면 내 삶이 미어집니다.
나는 자꾸 무너지며 폐허가 됩니다.
세상에서 밀려난 어느 곳에서 당신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전 잘 불린 쌀을 지어 농익은 물김치와 함께 내어 놓을 겁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며 강냉이를 먹으며 밤새도록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 맑은 기운에 취해서.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