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그대에게 들렀다가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그대를 부르는 누군가의 애절한 글.
그대를 생각하면 내 삶이 미어집니다.
나는 자꾸 무너지며 폐허가 됩니다.
세상에서 밀려난 어느 곳에서 당신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전 잘 불린 쌀을 지어 농익은 물김치와 함께 내어 놓을 겁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며 강냉이를 먹으며 밤새도록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 맑은 기운에 취해서.
한 어른이 무대 앞을 가로 질러 걸어 가며 학생에게 '하지마' 라고 했다. 학생은 '할거예요'라고 말했다. 정치적 주체로 인정해달라는 청소년들의 집회가 어떻게 보였길래 달려들며 막아서는 것도 아니라, 말하고 있는 사람 앞을 지나가며 꾸중하듯 한 마디 던지며 스윽 지나갈 수가 있을까.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공부하는 게 니 앞길을 위한거다 공부하는게 이 나라 살리는 거다' 라고 하는 말들 거북하다. 적어도 '행복하지 않다' 라고 고백하고 거리에 나온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잘못됐다. 마주보고 이야기를 들어줄 알량한 친절함조차 없다면 입을 막진 말아야지.
정치적 주체로 인정해 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엔 단지 '돈을 버는 것이 사회에 봉사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어른들 이상으로 세상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었다. 또 아무렴 휩쓸려 거리로 나왔다면 어떠랴. 자신이 서 있는 지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값진 거지. 그 방향이 어떻게서든지간에 중요한 건 자신의 의지니까. (사실 고민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나도, 세상도. 그래도 마음편한 순응보다 고통스러운 저항이 좋다 난. 그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니까. 세상사는 법을 깨친 사람보다 지지리도 세상 사는 법을 몰라 헤매이는 게 난 좋다.)
너희 행복을 위해서야 라고 하지 말고 어른들부터 그 행복의 구성자체에 대해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그 사유가 끝난 후, 적어도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서도 그게 현실이라고 옆 사람에게 강요는 하지 말아야 할거다. 그런 강요가 진짜 나쁜 선동이지.
중국
시청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라디오 뉴스에선 이번 중국의 지진은 산샤댐이 지반을 약화시킨 게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산샤댐은 만리장성 이래 최대 토목공사다.
영화 스틸라이프에서 본 산샤의 풍경이 떠오른다
정지된 프레임 안에서 흐르던 먹먹한 장면들
부서지는 소리, 쫓겨나는 사람들, 그래도. 군더더기없는 욕망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
파괴를 통해 창조를 이룰거라 믿었던 개발이 참아왔던 비명을 내지르고 만 것인가.
이번 지진의 원인이 정말 산샤댐 건설의 영향이 있었다고 밝혀진다면
말라버린 목소리로 메인 가슴을 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담배, 차, 술, 사탕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서민들을
죽게 내버려두고 죽게 하는 건 대체 무엇인가
한국
라디오 뉴스에선 중국 지진 소식을 전하는 끝에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했다
중국 물가가 올라 수출에 타격이 있으나 반면 어떤 분야에서는 수출의 효과가 있을거란다
오늘 현대시 강의 시간에 교수님은 말했다.
김광균의 추일서정은 흠이 있는 작품이라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니,
가을에 대한 개인의 낭만적인 정서를 주제로 한 이 시는,
쓸모없단 의미로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를 낙엽에 빗대서 비유했다.
타국 사람들의 고통을 쉽게 비유의 대상으로 써서는 안된다고 진중히 말씀하셨다.
詩는 그런 것이라 했다.
그건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라 했다.
갑자기 송아지 달려 들어 놀라 주저 앉아 한참이나 꺼이꺼이 울자 놀래 달려오던 이모
너른들에서 뽀빠이바지 입은 동생과 발레하듯 쭉쭉 다리찢으며 날아다니면 사진을 찍어주던 이모
겨울이면 사촌들과 혼이 빠질 때까지 눈싸움하고 있으면 밥먹으라고 썽을 내던 이모
막내 이모가 두레박으로 척척 물을 긷던 아주 작은 우물이 있던 곳
난 어릴 적 막내이모가 하던 버릇은 다 따라했다 이모는 할머니댁 초가집 마루에 앉아 나를 바라보며 얼 굴 도 닮 으 라 말했다 그 앞에서 난 발라당 누워 간혹 코숨을 쉬며 강정을 씹었다
막내 이모는 내가 슬플 때 항상 곁에 있었는데 난 내가 기쁠 때 이모와 나눌 생각은 못했다
세월이 조금 더 흘러 내가 축구하느라 정신 팔려 있던 시절 그 사이 사진 속 이 곳은 댐이 되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다른 곳에서 벽돌집을 지으셨다
막내이모는고향을잃었다
추억은 물에 잠겼다 그 곳에 깜빡하고 두고 온 막내이모의 일기장은 없을까 난 언제적 훔친 막내이모의 일기장을 하나 가지고 있다 난 그 속에 적힌 시들 옆에 간간이 그림을 그렸고 자취방에 홀로 누워 언니가 나를 보러 집에 오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던 일기에 재밌어 했다 훗날 난 이 얘기를 꺼냈고 이모는 코웃음을 치며 그런적 없다 수줍어 모른척 했다
1.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넬의 라이브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 의식이 열리는 순간 가뭇 들려 오는 라디오 소리.
난 한참동안이나 의식이 완전히 깨지 않은 경계 어디쯤에서 라디오를 들었고
무얼 들었는지 간간이 웃기도 했는데
왜 웃었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함뿍함뿍 웃던 그 느낌만 남아 기분 좋음
2.
엄마야 이제 소고기 먹지마 라면도 끓여 먹지 말고 알았제
엄만 그냥 맨날 딸이랑 같이 수다 떨며 산책이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소고기 먹지 말라니까 왜 딴소리하는데 쳇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