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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6 우리 누나 줄라고 2
  2. 2014.03.17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2
  3. 2014.03.17 진지할 것이 없어 보이는 말장난을 할 때조차도
  4. 2014.03.10 아무도 없기를,
  5. 2014.03.03 사물들
  6. 2014.02.24 타닥, 타닥,
  7. 2014.02.16 불안의 꿈
  8. 2014.02.15 닮았다
  9. 2014.02.15 풀리지 않는 말들 2
  10. 2014.02.15 여행의 더욱 깊은 곳

우리 누나 줄라고

일상 2014. 5. 2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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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속에서 너는 정대의 얼굴을 떠올렸다 .연한 하늘색 체육복 바지가 꿈틀거리던 모습을 기억한 순간, 불덩어리가 명치를 박은 것같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숨을 쉬려고 너는 평소의 정대를 생각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정대를 생각했다. 여태 초등학생같이 키가 안 자란 정대. 그래서 정미 누나가 빠듯한 형편에도 우유를 배달시켜 먹이는 정대. 정미 누나와 친남매가 맞나 싶게 못생긴 정대. 단춧구멍 같은 눈에 콧잔등이 번번한 정대. 그런데도 귀염성이 있어서, 그 코를 찡그리며 웃는 모습만으로 누구든 웃겨버리는 정대. 소풍날 장기자랑에선 복어같이 뺨을 부풀리며 디스코를 춰서, 무서운 담임까지 폭소를 터뜨리게 한 정대. 공부보다 돈을 벌고 싶어하는 정대. 누나 때문에 할 수 없이 인문계고 입시 준비를 하는 정대. 누나 몰래 신문 수금 일을 하는 정대. 초겨울부터 볼이 빨갛게 트고 손등에 흉한 사마귀가 돋는 정대. 너와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칠 때, 제가 무슨 국가 대표라고 스매싱만 하는 정대.

천연스럽게 칠판지우개를 책가방에 담던 정대. 이건 뭣하러 가져가? 우리 누나 줄라고. 너희 누난 이걸 뭐에다 쓰게? 글쎄, 이게 자꾸 생각난대. 중학교 다닐 때 공부보다 주번이 더 재미있었다지 뭐냐? 한번은 만우절이라고 애들이 칠판 가득 글자를 써놨더래. 총각 선생이 지우느라 고생할 줄 알았더니, 주번 누구냐고 호통을 쳐서 누나가 나가서 열심히 지웠대. 다들 수업하는데 혼자 복도에서 창문 열어놓고 이걸 막대기로 탁탁 털었대. 중학교 이년 다닌 것 중에, 희한하게 그때가 제일 생각난다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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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 언니는 자주 그렇게 말했다. 쉬는 일요일마다 청계피복노조 사무실에서 노동법 강의를 듣던 그녀는, 자신이 배운 것을 빼곡히 노트에 정리해와 소모임에서 강의했다. 한자 공부를 할 거란 성희 언니의 말에 당신은 별다른 두려움 없이 그 모임에 들어갔었다. 실제로 언니들은 모이자마자 한자부터 공부했다. 1800자는 알아야 해, 신문은 읽을 수 있어야지. 각자 펜글씨 공책에 서른자씩 쓰고 암기하는 일이 끝나면 성희 언니의 어색한 노동법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 우리는 고귀해. 말문이 막히거나 기억이 얼른 안 날 때마다 성희 언니는 추임새처럼 그 말을 넣었다. 헌법에 따르면, 우리는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고귀해. 그리고 노동법에 따르면 우리에겐 정당한 권리가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초등학교 여선생님처럼 상냥하고 낭랑했다. 이 법을 위해 죽은 사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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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한강, 『소년이 온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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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떤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떄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차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 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ㅡ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알람 없이 새벽의 희미한 햇살로 잠을 깨는데 익숙해질 즈음, 그렇게 깨고도 한참이나 가만히 누워 있는 걸 즐기게 된 여행의 날들하고도 어느 아침, 이 시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었었다. 중얼중얼 조그맣게 소리내어 읽는데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렀고 겨우 마저 읽었을 즈음엔 이미 코가 꽉 막혀있었다. 침낭으로 다시 깊숙이 들어가 얼굴을 파묻고 마저 펑펑 울었다. 여행의 허세였을 법도 한데, 아마 그때부터인가, 이 시를 읽으면,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특히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에 오면 앞서 얼굴을 뱅글뱅글 돌던 눈물이 코끝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나를 나이게 하는 무수한 것들이 이 말에 매달려 있는 것만 같다. 아무리 내가 그러하지 않으려 해도. 그리고 숱한 사람들에 대한 믿음까지. 비슷하게 그러할 거라는, 꿈꾸어도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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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은 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일시에 밝게 비춰줄 한 광채의 존재를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서 보았으며, 자신이 그 빛을 본 첫번째 사람이 아니란 것도 배워서 안다. 그래서 그는 착하고 진실한 삶이 저기 있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비루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날마다 묻게 된다. 어쩌면 그가 쓰는 시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말을 골라 이리저리 조합했을지 모른다. 제가 무엇을 썼는지 자기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제목을 붙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진지할 것이 없어 보이는 말장난을 할 때조차도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는다. 그는 자기 자신도 누구도 속인 것이 아니다. 그는 벌써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보았기에, 그가 쓰는 말들이 그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늘 새롭게 관계를 맺기에, 그의 시는 이 모욕 속에서, 이 비루함 속에서 이렇게밖에 살 수 없다고 생각하려던 사람들을 다시 고쳐 생각하게 한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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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기를,

일상 2014. 3. 1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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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사는 동물들을 돌보는 교육을 받았고, 난 이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 일을 책임지고 하게 될 참이었다. 관리자가 짐을 넣을 가방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는데 그 가방을 손에 받아들자 난 문득 지금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만 나가자고 마음 먹었다. 꿈이었다. 함께 있던 무리엔 낯선 이도 있었고, 동창도 있었고, 내 동생도 있었고, 동물들도 있었다. 상기할수록 난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었고 꿈 속 이야기는 신비로웠다, 물론 이런 생각을 꿈 속에서도 했더라면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나는 어렵지않게 돌아서 나갔다. 등을 보이고, 웅성거리는 소리에 고개만 돌리곤 그만하겠다고 말하고, 다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계속해서 걸었다. 그렇게 꿈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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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인용 2014. 3. 3. 01:33

“결코 사물들에 도달하지도 못하면서 그것들에 대해 말하는 것과 실어증에 걸린 듯 사물들에 대해 말없이 숙고하는 것 사이에서, 나는 실제로 선택권이 없을까? 한쪽은 사유함으로써 사물들을 파악하지만, 늘 그것들의 실질적인 단독성 앞에서 실패하게 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사물들 고유의 실재성, 즉 온전한 현존으로써 사물들을 파악하지만, 총체성 안에서 필연적으로 그것들의 가치를 읽게 된다. 한 극단에서는 모든 실재를 총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개괄적인 이해만을 경험한다. 또 다른 한 극단에서는 전체를 만들어 내지 못할 위험을 무릅쓰고서 각각의 실재들을 하나씩 터득한다. 나는 강물에 비친 달 그림자를, 그리고 몇 장의 종잇조각들을 무기력하게 줄곧 응시하고 있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 두 가지의 극단 속에 갇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중간에서 비스듬히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철학자들의 덫에 걸리지 말고. 이 모든 것들과 저 모든 것들을 떠나야 한다. 한쪽을 피하면서 다른 한쪽의 위력에 빠져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떨어져서 똑바로 전진하라. 사물들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응시하며 유심히 살펴보라. 그렇다고 해서, 거리를 두고 그것들을 바라보고 비교하기 위해 그것들에게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자성을 띠는 양 극단의 중간에 있어야 한다. 거기에서 유쾌하게 나아가라. 대단히 힘이 들 테니까. 그렇다. 이것이 적합한 방법이다.”

<사물들과 철학하기>, 로제-폴 드루아, p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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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타닥,

일상 2014. 2. 24. 02:58

저녁밥을 먹고 볼만한 티비 프로그램도 다 보고 나면 엄마와 나는 이부자리에 누워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엄마는 옛날 살던 얘기도 해주고 누구 욕도 하고 대개는 사람들 걱정을 하였다. 한동안의 수다가 끝나고 나면 어느새 긴 침묵, 고요해진 방 안, 그리고 소리 하나가 들린다. 벽을 보고 누운 엄마는 꼭 손가락으로 벽을 퉁겼다. 손등을 벽 쪽으로 향한 상태에서 약지 그리고 중지 순으로 반복해서 두들기는 소리. 타닥, 타닥, 타닥. 등을 보이고 누운 엄마 뒤에 나도 같은 모양으로 누워선 간헐적인 그 소리를 듣다 잠들기도 하고 엄마 등을 긁어주기도 했다. 멍하니 옆으로 누워 있다 보면 그 모습이 보이고 소리가 들린다. 엄만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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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꿈

일상 2014. 2. 16. 22:06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조금 듣다가 바닥에 누웠다. 게스트인 소설가 김연수의 목소리가 막 흘러나왔다. 처음 듣는 그의 목소리인데 왠지 익숙했다. 바닥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 아직은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손가락이 시린 계절이다. 자고 일어나면 손끝 발끝까지 데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숲속이었다. 거기에 야외 스튜디오가 있었고 그 자리에 신형철과 김연수가 녹음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나는 기계를 만지작거리며 음량을 조절해주었다. 작지만 복잡한 기계에 열중하는 사이, 두 사람이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았다. 이제 목소리들의 음량은 일정했고 나는 둘이 있던 자리에 남은 소형 녹음기를 보았다. 예뻐보여 그걸 챙겼다. 숲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니 숲과는 완전히 분리된 듯한 공간이 펼쳐졌고 그곳은 운동장이었다. 사람들이 열을 지어 앉아 방송을 듣고 있었다. 나는 그 어디쯤에 앉아 방송에 필요할 만한 장비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무판자로 지붕 같은 걸 만들었다. 숲속 나무들만으로는 비를 완전히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아마 그런 걱정에 나무판자들을 잇고 못질을 했다. 김연수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던 걸 그만두고 다시 숲으로 걸어갔다. 스튜디오에는 피디와 작가들이 있었다. 녹음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디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녹음기를 어쨌냐고 물었다. 나는 그녀의 턱만 보였고 그 턱에 눌릴 것만 같아서 사태를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불현듯 알게된 건 나에게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꿈에서 나는 벙어리였다. 찌를 것 같은 턱을 밀어내면 낼수록 오히려 내가 점점 작아졌다. 점점 눈앞의 화면이 닫히고, 아주 천천히 의식이 열렸다. 김연수가 낭독을 하고 있었다. 뭉개진 목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렸다. “우리도 손을 흔들며 웃었다. 손을 흔들고 웃는 그 단순한 동작들이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손을 흔들고 웃는다는 그 느낌이 좋아 몇 번 되뇌어 생각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웅얼거렸다. 온기가 돌아 말랑해진 몸을 움직여 옆으로 누우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 마저 조금 더 잤다. 후에 찾아보니 김연수가 낭독했던 책의 이름은 <불안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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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다

여행 2014. 2. 15. 12:12

 

지금 내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이 내가 알던 한 사람과 여러모로 몹시 닮았다. (그 친구는 요즘 어떻게 지낼까) 이런 느낌이 유독 자주 찾아온다. 어느 정도 살았다는 증거일까. 이건 행운이자 불행. 행운인 것은 더 이상 떠올릴 구실이 없는 사람을 새삼 상기시킬 수 있는 거고, 불행은 (사실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을 내가 신선하게 편견 없이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3. 01.16.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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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말들

여행 2014. 2. 15. 11:59

 

진정한 삶에 대한 메모 : 흔히 말하는 이 진정한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 물음으로써는 결코 답을 구할 수 없는, 한없이 호명함으로써 이 의미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건 진정한 삶 그 자체의 의미일 뿐이고 진정한 삶을 산다는 것과는 또 다르다.

 

양치질을 하면서도 변기에 앉아있으면서도 나는 불안해하는 것이다.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 동안 이 행위를 이같은 평온한 상황에서, 상태에서 지속할 수 있을까. 언제든 깨어질 평온 같았고 나는 항상 그 위험의 상황에 대비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상황에서 더욱 최선을 다해, 다시는 씻지 못할 것처럼 다시는 이 양변기를 이용하지 못할 것처럼 내 행위를 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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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난 여행 노트를 아직까지도 옮기고 있다. 대부분의 일기는 다듬어지고 일정 부분 고쳐 쓰인다.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때의 상태를 가늠해보려 애쓰지만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말들은 지금의 내가 새로 쓴다. 심지어 어떤 글은, 시기마다 내가 조금씩 변하기보다는 어떤 글을 쓰고 있는 그 순간에 형성된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처럼 첫 자음을 시작으로 마지막 모음을 마지막으로 툭 잘려 나온 나. 그런 글은 고치거나 새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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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더욱 깊은 곳

여행 2014. 2. 15. 11:19


어제 오늘 피곤하다. 지금은 좀 버티는 시기다. 여행 상태가 아닐 때의 피로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권태를 느끼듯 아니 생활의 피로 때문에 권태는 꼭 덩어리로 닥쳐오지만 별 것 없이 하루하루 지내는 지금은 매일매일의 충실함을 넘은 뒤 권태로 접어들었다. 다만 여행이 좋은 건 그럴 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태로운 지금을 잘 버티면 여행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될 거란 예감이 든다. 여행의 더욱 깊순한 곳이라, 여행의 더욱 깊은 곳. 그곳은 익숙한 세계일까. 더 이상 주변이 낯설지 않은 그 상태일까.

(2013. 1. 13.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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